LG 트윈스 우규민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7월 26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2.1이닝 5피안타 1볼넷 4실점으로 조기 강판되어 패전 투수가 되었다. 1회초부터 3회초까지 매 이닝 안타를 맞으며 실점했다.
LG 우규민 ⓒ LG 트윈스
시즌이 개막된 4월만 해도 우규민은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4월 2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완봉승을 포함해 5경기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05를 기록했다. 피출루율과 피장타율을 합친 피OPS는 0.543으로 낮았다.
LG 우규민의 2016시즌 월별 기록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하지만 완봉승 이후부터 부진이 시작되었다. 5월 3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에 평균자책점은 13.50, 피OPS는 1.237로 치솟았다. 5월말 2군에 다녀왔지만 6월 이후에도 투구 내용은 딱히 개선되지 않았다. 6월 1승 3패 평균자책점 6.75, 7월 1승 2패 6.30으로 좋지 않다.
우규민은 구속보다는 제구로 승부하는 유형의 투수이다. 지난해 그는 152.2이닝을 던지며 17개의 볼넷만을 내줘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 최소 볼넷 허용 1위에 등극할 정도로 제구력이 돋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90.2이닝 동안 이미 21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2009시즌을 끝으로 경찰청에 입대한 우규민은 체인지업을 연마했다. 그가 ‘실패한 마무리 투수’에서 ‘3년 연속 10승 선발 투수’로 환골탈태한 계기였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체인지업의 제구가 듣지 않는다. 타자 앞에서 뚝 떨어져야 하지만 밋밋하게 걸려 장타 허용이 잦다.
그의 또 다른 무기는 변칙 투구에 있다. 투구 시 팔 각도는 물론 팔 스윙 속도까지 다양하게 변화시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변칙 투구 활용 빈도가 작년만 못하다. 상대 타자들도 우규민의 변칙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있다.
우규민은 부진은 몸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26일 조기 강판은 손가락 저림과도 연관이 있었다.
시즌 종료 후 우규민은 FA 자격을 취득한다. 하지만 그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LG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LG 이동현 ⓒ LG 트윈스
지난겨울 LG는 2명의 선수와 FA 계약을 맺었다. 이동현과 3년 총액 30억 원에 계약해 잔류시켰다. 정상호는 4년 총액 32억 원에 영입했다. 선수 당 100억 원에 육박하는 FA 시장의 몸값 상승 현상을 감안하면 LG의 FA 계약은 상대적으로 소박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동현은 구위 저하가 두드러지고 정상호는 부진과 부상에 시달린 끝에 1군에서 말소되었다. 2건의 FA 계약이 현재로서는 성공적이라 보기 어렵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부진이 길어지면 LG는 우규민에게 거액의 돈을 선뜻 안기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KBO리그에는 검증된 선발 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우규민의 부진이 2016시즌에만 국한된 일시적 현상이라 판단한 타 구단이 LG보다 많은 액수를 베팅한다면 LG는 그를 잡을 수 없다.
올해부터는 FA 선수의 원 소속구단 협상 기간이 폐지되어 LG가 우규민과 단독 협상 테이블을 차릴 수 있는 여지조차 사라졌다. LG는 전통적으로 소속 선수들의 FA에 거액을 투자하지 않았다.
우규민이 후반기에 부진을 털고 반등한다 해도 LG의 고민은 계속된다. 그의 가치가 FA 시장에서 천정부지로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년 전 FA 장원준 영입 경쟁에서 잠실 라이벌 두산 베어스에 완패한 사례에 드러나듯 LG는 시장 흐름과 동떨어진 모습이다.
거물급 선발 투수의 FA 계약 총액은 100억 원에 육박하지만 과연 LG가 이를 투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우규민은 사이드암 선발 투수라는 희소성까지 갖추고 있다.
올 시즌 앞두고 하위권 전력으로 예상된 LG는 현재 8위를 전전하고 있다. 한 마디로 ‘없는 살림’이다. 시즌이 종료된 뒤 우규민마저 이탈한다면 LG에 미치는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게 된다. 예비 FA 우규민을 바라보는 LG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