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FA' 우규민의 부진, 깊어지는 LG의 고민
LG 트윈스 토종 에이스 우규민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그는 7월 26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2.1이닝 5피안타 1볼넷 4실점으로 조기 강판됐고 시즌 8패째를 기록했다. 1회부터 3회까지 매 이닝 안타를 맞으며 실점했다.
시즌 초만 해도 우규민(상세기록 보기)의 미래는 탄탄대로로 보였다. 4월 2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완봉승을 포함해 5경기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05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피출루율과 피장타율을 합친 피OPS는 0.543으로 낮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완봉승 이라는 절정 이후 부진이 시작됐다. 5월 3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에 평균자책점은 13.50, 피OPS는 1.237로 치솟았다.
5월말 2군에서 조정을 거쳤지만 6월 이후에도 투구 내용은 딱히 개선되지 않았다. 6월 1승 3패 평균자책점 6.75, 7월 1승 2패 6.30으로 평범 이하의 성적을 남겼다.
우규민은 구속보다는 제구로 승부하는 유형의 투수이다. 2015시즌 그는 152.2이닝을 던지며 17개의 볼넷만을 내줘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 최소 볼넷 1위였을 정도로 리그 최강의 제구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올 시즌엔 90.2이닝 동안 이미 21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2009시즌을 끝으로 경찰청에 입대한 우규민은 체인지업을 연마했다. '실패한 마무리 투수'에서 '3년 연속 10승 선발 투수'로 환골탈태할 수 있는 계기였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체인지업의 제구가 예년같지 못하다.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던 낙차가 밋밋해지며 장타 허용이 잦아졌다.
그의 또 다른 무기는 변칙 투구에 있다. 투구 시 팔 각도는 물론 팔 스윙 속도까지 다양하게 변화시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변칙 투구 활용 빈도가 지난 해만 못하다. 상대팀 타자들도 우규민의 변칙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있다.
우규민의 부진이 계속되자 몸 상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6일 조기 강판은 손가락 저림 증상과도 연관이 있었다.
올 시즌 종료 후 우규민은 FA 자격을 취득한다. 하지만 그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소속팀 LG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지난 겨울 LG는 2명의 선수와 FA 계약을 맺었다. 이동현은 3년 총액 30억 원에 계약해 잔류했다. SK 소속이던 포수 정상호는 4년 총액 32억 원에 영입했다. 선수 당 100억 원에 육박하는 FA 시장의 몸값 상승 현상을 감안하면 LG의 FA 계약은 상대적으로 소박한 수준이다.
이동현(상세기록 보기)은 그러저럭 자신의 몫을 하고 있지만 정상호(상세기록 보기)는 부진과 부상에 시달린 끝에 1군에서 말소된 상태다. 현재로서는 2건의 FA 계약이 성공적이라 보기 어렵다.
이런 저런 상황과 이전의 사례를 감안할 때 LG 구단이 우규민에게 거액의 계약을 제시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KBO리그에는 검증된 선발 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우규민의 부진이 2016시즌에만 국한된 일시적 현상이라 판단한 타 구단이 LG보다 많은 액수를 베팅한다면 LG는 그를 잡을 수 없다.
올해부터는 FA 선수의 원 소속구단 협상 기간이 폐지되어 LG가 우규민과 단독 협상 테이블을 차릴 수 있는 여지조차 사라졌다. LG는 전통적으로 소속 선수들의 FA에 거액을 투자하지 않았다.
우규민이 후반기에 부진을 털고 반등한다 해도 LG의 고민은 계속된다. 그의 가치가 FA 시장에서 천정부지로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년 전 FA 장원준 영입 경쟁에서 잠실 라이벌 두산 베어스에 완패한 사례에 드러나듯 LG는 시장 흐름과 동떨어진 모습이다.
거물급 선발 투수의 FA 계약 총액은 100억 원에 육박하지만 과연 LG가 이를 투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우규민은 사이드암 선발 투수라는 희소성까지 갖추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하위권 전력으로 예상된 LG는 4연승에도 불구하고 현재 8위를 기록 중이다. 가을 잔치를 노리기엔 투타에서 아쉬움이 느껴지는 전력이다.
시즌이 종료된 뒤 우규민이 이탈한다면 LG 선발진은 그야말로 리빌딩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예비 FA 우규민을 바라보는 LG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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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