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6.24

잠실

삼성

7 - 6

롯데

잠실

삼성

7 - 6

롯데

잠실

삼성

7 - 6

롯데

잠실

삼성

7 - 6

롯데

STAT BUZZ
 STAT 리포트

우려스런 한화 불펜, ‘투수 혹사’ 개념은 누가 정하는가?

2016-07-31 일, 06:58 By 이용선

한화 이글스의 한여름이 뜨겁다. 3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27안타를 주고받는 타격전 끝에 10:9로 신승했다. 두산 상대 2연승 및 위닝 시리즈를 확정하며 4연승을 질주했다. 이번 주말 3연전을 치르기 전까지 두산과의 상대 전적에서 7전 전패로 밀린 한화였다. 두산을 상대로 한 2연승을 그래서 더욱 달콤했다.

한화 불펜 투수들의 잦은 등판

이날 경기에도 한화의 마운드에는 ‘늘 보던 투수들’이 올라왔다. 5.1이닝을 던져 승리 투수가 된 선발 심수창은 전날 경기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1.2이닝을 던졌다. 전날 불펜 투수가 이튿날 선발로 등판한 것이다. 

두 번째 투수 박정진은 7월 27일 대전 SK 와이번스전 이후 이틀 휴식 후 등판이었다. 불펜 투수로서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의 등판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날 경기 박정진의 등판은 시즌 50번째 출장이었다. 한화는 92경기를 치렀다. 아직 100경기도 채우지 않았다. 

한화 송창식 ⓒ 한화 이글스

세 번째 투수 송창식은 4일 연투했다. 27일 대전 SK전부터 매일매일 마운드에 올랐다. 4일 간 그는 도합 5.1이닝 79구를 던졌다. 어지간한 선발 투수에 맞먹는 이닝 소화 및 투구 수이다. 

불펜 투수의 투구 수는 마운드 위에서 던지는 것만 따질 수는 없다. 불펜에서 등판 직전 몸을 풀며 공을 던지고 이닝 도중에도 경기 감각 유지를 위해 공을 던진다. 송창식이 4일 간 실제로 던진 공은 79구의 2배 안팎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6시즌 투수 등판 경기 수 5걸 (출처 :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박정진은 50경기에 등판했지만 놀랍게도 한화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선 투수가 아니다. 권혁은 55경기, 송창식은 53경기에 등판했다. 그들은 리그 최다 등판 1위와 2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박정진은 리그 공동 3위에 해당한다. 이들 ‘불펜 3인방’이 144경기 하에서 현재와 같은 등판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권혁은 86경기, 송창식은 83경기, 박정진은 78경기에 출전하게 된다.

심수창의 예에서 드러나듯 한화 투수들은 보직이 모호하다. 선발과 불펜을 오간다. 심수창은 35경기 중 6경기, 장민재는 36경기 중 7경기, 윤규진은 26경기 중 10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송창식과 박정진도 각각 1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다.

투수 본인이 혹사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

한화 김성근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그리고 투수들은 ‘혹사’라는 비판을 부정한다. “외부에서는 모르는 사정이 있다”,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선수가 괜찮다고 한다”며 항변한다. 

한화 장민재 ⓒ 한화 이글스

투수가 혹사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투수 본인이 혹사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유니폼이 마약이다”라는 속설처럼 투수는 마운드에 올라가 갈채를 받으면 환희를 느낀다. 타격감이 좋을 때 한 타석이라도 더 나가고 싶은 타자의 심리와 유사하다.  

언론은 ‘투혼’을 부각시키고 관중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한다. 등판이 잦아지면 고과 산정을 통해 연봉에 반영됨은 물론이다. 성취감으로 인해 육체적 피로나 고통을 느낄 수 없는 경우다. 

둘째, 투수 본인은 혹사임을 인지하지만 등판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야구관 차이나 기용 문제로 인해 지도자와 선수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메이저리그의 풍토를 한국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지도자와 선수는 스승과 제자, 즉 사제관계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유교적 의식이 여전히 지배적인 한국 사회에서 선후배 관계보다 더욱 엄격한 사제 관계라면 제자는 스승에 순응해야만 한다. 이 같은 풍토에서 투수가 ‘힘들다’며 등판을 거부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꼭 1년 전 붕괴된 한화의 마운드 

시계를 1년 전으로 되돌려 보자. 한화는 2015년 7월 31일까지만 해도 48승 45패 0.516의 승률로 5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비원의 포스트시즌 티켓이 손에 잡히는 듯했다. 

하지만 8월을 기점으로 한화는 급전직하했다. 8월 한 달 간 9승 16패 0.360의 승률에 그쳤다. 9월부터 정규 시즌 종료까지는 11승 15패 0.423의 승률에 머물렀다. 최종 순위 6위의 성적표를 받아든 한화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시즌 초반부터 많은 경기에 등판한 투수들이 8월 이후 무너진 것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한화 김성근 감독 ⓒ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의 투수진 운용은 2016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화의 성적은 7월 30일 기준으로 41승 3무 48패 0.461의 승률로 작년 7월말 시점보다 좋지 않다. 게다가 작년 8월부터 시작된 마운드 붕괴를 올해는 재연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 이미 불펜 투수들이 많은 경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화의 8월이 또 다시 두려운 이유다. 

한화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다. 9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는 매우 소중하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불펜진 기용이라면 한화는 자칫 올해 성적은 물론 팀과 선수들의 미래까지 모두 놓칠 우려마저 있다. 

팬들은 한화의 좋은 투수들이 오래오래 선수 생활을 지속하기를 바란다. 혹사로 인한 여파가 미친다면 투수 본인은 물론 팬들, 그리고 리그 전체까지 손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