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프로야구 신인지명, 5가지 관전 포인트
KBO리그 10개 구단의 10년 대계를 살펴볼 수 있는 2017 신인 2차지명 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많은 야구 팬들이 신인 드래프트 결과를 예측하고, 뛰어난 자질의 유망주가 응원 팀에 지명되길 희망한다. 하지만 신인 드래프트 결과는 그 해 구단의 상황이나 드래프티들의 기량에 따른 변수가 많아 예측이 어렵다. 그래도 일정 부분의 경향성은 찾을 수 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가장 주목 받는 것은 역시 고교 투수 유망주다. 1차 지명에서 언제나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며 2차 지명에서도 가장 많은 선수들이 지명을 받는 포지션이다.
최근 3년 간 1차 지명된(신생팀 특별 지명 제외) 30명의 유망주 중 21명이 고교 투수였다. 올해도 이미 10구단 중 8개 팀이 고교 투수를 1차 지명했다.
두 번째로 주목 받는 포지션은 고교 야수다. 최근 4년간 1차 지명에서는 고교 투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지명된 포지션이었다.(40명 중 5명)
2차 지명에서도 고교 투수에 이어 많이 불리고 있다. 13-14년 드래프트에서는 2차 지명(2013년 드래프트는 전면 드래프트 시행)에서는 고교 투수를 제치고 가장 많이 지명되기도 했다.
반면 대학 선수들의 경우 드래프트에서 비중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드래프트에서 대학 선수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43.6% → 38.3% → 34.5%로 무려 10% 가까이 줄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 해외파 선수들의 비중이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대학 선수들의 경우 고교 선수들 보다 나이는 많지만 완성도가 높은 것이 장점이다. 그런데 해외 리그를 경험하고 군대까지 해결한 해외파 선수들이 드래프트에 참가하면서 대학 선수들의 소구점이 빛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해외파 선수들의 비중은 최근 3년 간 1.7% → 4.3% → 4.5%로 증가했다.
이상과 같은 최근의 트랜드를 감안하여 2017 KBO리그 신인 2차지명 회의를 좀더 즐길 수 있는 관전 포인트 5가지를 살펴봤다.
1. 경남권 투수 BIG 3
경남고 좌완 듀오 손주영과 이승호, 용마고 에이스 이정현은 이번 드래프트 2차 지명 최대어로 꼽힌다.
올해 최고의 유망주로 평가받던 부산고 윤성빈을 롯데가 1차 지명으로 선점했음에도 여전히 최고 수준의 투수 유망주가 셋이나 남아있는 것을 보면 올해 경남권 유망주 팜이 얼마나 풍족했는 지 짐작할 수 있다.
이정현(188cm), 손주영(191cm), 이승호(187cm)는 모두 빼어난 하드웨어를 갖춘 대형 투수 유망주들로 해외파 김진영과 함께 2차 지명 첫 4자리를 차지할 것이 유력하다.
관건은 누구의 이름이 먼저 불리느냐로 보인다. 경남 BIG 3 + 김진영을 지명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구단은 kt, LG, 롯데, KIA다.
2. 해외파 강세
최근 드래프트에서 해외파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드래프트에서는 해외파 1루수 남태혁이 2차 1순위를 차지하며 놀라움을 주기도 했다.
김재윤, 정수민, 나경민 등 KBO리그에서 나름의 활약을 보여주는 해외파 선수들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도 해외파 자원이 나쁘지 않아 상위 라운드에서 2~3명의 해외파 지명을 기대해 볼 만하다.
해외파 최대어는 단연 김진영이다.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하다가 부상과 가족 문제(부친 건강 악화) 때문에 한국으로 복귀했다.
해외파 대상 트라이아웃에서 140 초반대 공을 뿌리며 단숨에 2차 지명 최고 순위 유망주로 부상했다. 공익근무로 군대 문제도 해결했고 나이도 92년생으로 많지 않은 편. 구단 입장에서 92년생 즉시 전력감의 가능성을 가진 군필 투수를 지나칠 이유가 없다.
우여곡절 끝에 드래프트 참가가 확정된 포수 신진호 역시 평가가 좋은 해외파 드래프티다. 수비는 언제나 평가가 좋았으며, 마이너리그 타격 성적(통산 .207/.293/.312 14홈런)이 그다지 좋지 않음에도 트라이아웃에서는 타격 역시 만족스럽다는 평가가 많았다.
김성민(일본경제대)은 고교 2학년 때 무리한 해외 진출을 시도하다가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을 받으며 낭패를 본 케이스다. 트라이아웃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정상적인 몸상태를 되찾을 경우 최고 140km 후반대를 뿌릴 수 있는 좌완 파이어볼러로 지명할 가치는 충분하다.
3. 한화의 선택은?
앞서 예상한 대로 kt, LG, 롯데, KIA가 이정현, 손주영, 이승호, 김진영을 지명한다면(순서 무관) 다음 순번은 바로 한화다. 많은 팬들이 예상하고 있는 한화의 1라운드 지명은 바로 포수 최대어인 용마고 나종덕이다.
나종덕은 1학년 때부터 주전 포수로 뛸 만큼 포수로서 능력이 뛰어나다. 올해는 90타석 .338/.448/.535 2홈런 2도루를 기록하며 타격에서도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포수 유망주 자원이 빈약한 한화이기에 나종덕 지명을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한화가 1라운드에서 의외로 투수를 지명할 가능성도 있다. 왜냐하면 이번 드래프트 포수 자원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나종덕 외에도 한화의 1차 지명 후보였던 홍익대 나원탁, 해외파 신진호, 경남고 문상인 등 좋은 포수 자원들이 많다. 굳이 1라운드에서 포수를 지명하지 않아도 수준급 포수를 확보할 기회가 있다는 의미다.
만약 1라운드에서 나종덕을 지명하지 않는다면 한화의 선택은 당연히 투수가 될 것이다.
하드웨어를 중시하는 한화의 성향을 감안하면 포항제철고 이창율(188cm), 서울디자인고 소이현(185cm), 동성고 김진호(186cm), 연세대 박상원(189cm) 등이 떠오른다.
즉시 전력 감을 원한다면 대학 최고 투수 경성대 김명신, 건국대 사이드암 박진태 등을 지명할 가능성도 있다. 한화의 1라운드 선택에 따라 이후 구단들의 지명 전략도 상당 부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4. 유격수 유망주의 진로는?
고교 야수 유망주의 꽃이라면 역시 유격수 유망주다. 가장 운동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모이는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이번 드래프트 최고의 고교 유격수 자원은 동산고 김혜성과 제물포고 김민수로 압축된다.
김혜성과 김민수는 서로 다른 유형의 유격수다. 김혜성이 뛰어난 컨택 능력과 빠른 발을 겸비한 리드오프형 유격수라면, 김민수는 파워에 강점이 있는 거포형 유격수다. 김혜성과 김민수 모두 SK의 1차 지명 후보로 거론됐을 만큼 성장 가능성을 가진 선수들이다. 상위 라운드 지명이 유력하다.
5. 타격 원 툴 유망주들
야구의 꽃은 홈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홈런 타자는 프로야구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곤 한다. 하지만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그렇지 않다.
구단들은 거포 1루수 보다는 발 빠른 유격수나 중견수를 선호한다. 타격 원 툴 선수는 1군에서 그 쓰임새가 마땅치 않지만, 운동 능력이 뛰어난 유망주들은 대수비, 대주자 등 당장이라도 1군에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고의 거포 유망주가 어느 팀의 부름을 받느냐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올해 고교 최고의 거포는 단연 부산고 한기원이다. 182cm 130kg의 압도적인 체구의 보유자인 한기원은 올해 19경기에서 .393/.570/.786 5홈런 21볼넷 4삼진이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올렸다.
과도한 체중으로 인해 지명 순위가 뒤로 밀릴 가능성도 있지만 고교야구를 지배한 한기원을 그냥 지나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한기원과 올해 홈런 공동 1위에 오른 장안고 백민규도 주목할 만하다. 백민규는 올해 5홈런을 기록했으며 총 12안타 중 장타가 8개일 만큼 파워만은 확실한 타자다.
다만 타율이 .235에 그치고 6볼넷을 얻어내는 동안 20삼진이나 당할 만큼 컨택 능력과 선구안이 약점이다. 상위라운드 지명은 어렵겠지만 하위라운드에서 지명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기록 출처: 한국고교야구, KBA]
1편 다시보기: 2017 신인지명- 투수 유망주 7인 스카우팅 리포트
2편 다시보기: 2017 신인지명- 타자 유망주 7인 스카우팅 리포트
길준영 기자/ 편집: 김정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