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수위 다다른 KIA의 ‘불펜 혹사’, 착한 혹사는 없다!
치열한 중위권 다툼을 이어가고 있는 KIA 타이거즈가 3연승과 4위 등극의 기회를 놓쳤다. 22일 광주 LG 트윈스전에서 경기 초반 4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결국 8:9로 역전패하고 말았다.
이날 4위 SK 와이번스가 사직 경기에서 롯데 자이언츠에 3:4로 패했다. SK에 0.5경기차로 뒤진 5위 KIA가 승리했다면 4위로 순위가 상승할 수 있었지만 역전패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KIA 불펜의 일상화된 4일 연투
마운드가 문제였다. 7월 이후 선발투수로 가능성을 보인 홍건희가 3이닝 7피안타 4실점으로 조기 강판되었다. 남은 6이닝동안 무려 7명의 불펜 투수를 쏟아붓는 물량 공세를 펼쳤지만 LG 타선의 공세에 일거에 무너지고 말았다.
패전의 멍에는 김광수(상세기록 보기)가 썼다. 팀의 다섯 번째 투수로 8회초 시작과 함께 마운드에 올랐지만 1사 후 2루타 2개 포함 4연속 피안타로 동점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분명 아쉬움이 남는 투구 내용이지만 이날 김광수에게 호투를 바라는 것은 과욕이었다. 그는 18일 사직 롯데전부터 21일까지 4일 연속 등판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3연타 정도에서 끊어주지 못한 벤치의 판단 미스가 더 컸던 대목이다.
문제는 이날 경기로 4일 연속 등판한 투수는 김광수만이 아니었다. 사이드암 박준표(상세기록 보기) 역시 18일 경기부터 4일 연속 등판이었다. 12일 고척 넥센전부터 따지면 무려 8경기 연속 등판이다.
15일 월요일 휴식일과 17일 광주 kt 위즈전 우천 노게임으로 인해 중간에 이틀을 쉬었지만 열흘 동안 8일에 걸쳐 경기가 있는 날은 출석 도장을 찍는 듯 마운드에 올랐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혹사다.
4일 연투는 마무리 투수도 예외가 아니다. 임창용(상세기록 보기)도 8월 11일 고척 넥센 히어로즈전부터 14일 한화전까지 4일 연속으로 등판했다. 21일에는 3일 연투를 이어갔다. 아무리 몸관리가 철저한 투수라고 해도 만 40세의 투수에게는 부담이 가지 않을 수 없는 연투의 연속이다.
연투에도 불구하고 불펜 투수에게 매 경기 호투를 바라는 것은 요행수에 다름 아니다. 일부 팀을 제외하고 대다수 팀들이 가급적 3일 연투도 피하는 것과는 대비될 정도로 최근 KIA 벤치는 프로야구 초창기에서나 볼 법한 불펜 운용을 보여주고 있다.
'이닝 쪼개기'의 문제점
KIA 김기태 감독의 불펜 운용에서 이른바 '이닝 쪼개기'가 두드러진다. 한 이닝 동안 여러 명의 불펜 투수를 쏟아 붓는 전략이다. 이를테면 20일 광주 LG전이 그랬다.
선발 양현종(상세기록 보기)이 8이닝을 소화했지만 남은 1이닝을 막기 위해 4명의 불펜 투수가 투입되었다. 최영필, 김광수, 김윤동이 각각 1개의 아웃 카운트를 맡았고 박준표는 등판했지만 아웃 카운트를 잡지 못했다.
'이닝 쪼개기'가 반복될 경우 불펜 투수들의 이닝 소화 능력과 위기관리 능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한 타자만 출루시켜도 강판된다면 스스로 상황을 정리하는 능력을 갖추기는 어려워진다.
승계 주자를 둔 실점 위기 상황에 등판하는 후속 투수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좌완 원 포인트 릴리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불펜 투수에 1이닝을 온전히 맡기는 운용이 바람직한 이유이다.
'이닝 쪼개기'를 통해 불펜 투수 한 명이 책임지는 투구 수가 적기 때문에 연투도 가능한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불펜 투수는 등판 전에 몸을 풀며 공을 던진다. 때로는 몸을 풀고도 등판하지 못할 수도 있다. 경기 중 상황에 따라 한 번이 아닌 수 차례에 걸쳐 몸을 풀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불펜 투수의 어깨는 수시로 달궈지고 식는다.마운드 위에서 던지는 투구가 불펜 투수가 던지는 투구의 전부가 아니다.
실전의 투구 수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몸을 풀기 위해 던지는 투구 수도 누적되면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피로가 누적되면 구위 저하는 물론 부상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불펜 투수의 보직 파괴
KIA 마운드는 보직 파괴도 두드러진다. 불펜 투수가 선발로 등판하는 것이다. 8월에만 5명의 불펜 투수가 선발로 등판했다. 최영필(상세기록 보기), 고효준, 임기준, 박준표, 김윤동이 그들이다. 이쯤 되면 '임시 선발의 상설화'라 할 수 있다.
외국인 선발 요원 지크(상세기록 보기)가 지난 15일 팔꿈치 통증으로 1군에서 제외되어 확실한 선발 요원은 양현종, 헥터, 홍건희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결코 정상적인 운영은 아니다. 불펜 투수와 선발 투수의 등판 준비 루틴은 엄연히 다르다.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으로 인해 KBO리그 10개 구단 중 확실한 5선발 로테이션을 운영 중인 팀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5선발 요원을 비워둔 채 불펜 요원들이 '첫 번째 투수'로 돌아가며 등판해 짧은 이닝을 소화에 그치는 것은 다른 불펜 투수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고 3연투, 4연투가 일상이 된 KIA 불펜의 현실이 그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2011시즌을 끝으로 KIA는 가을야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김기태 감독의 2년차인 올 시즌엔 지난해의 아쉬움을 딛고 5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궈낼 가능성이 충분할 만큼 전력이 올라온 상황이다. (2016시즌 기대승률 0.528 / 실제 승률 0.486)
하지만 현재와 같은 불펜 혹사가 누적된다면 KIA는 제풀에 무너질 우려가 엿보인다. 당장의 성적은 물론 내년 이후의 미래까지 고려할 때 근시안적인 불펜 혹사는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혹사는 특정 팀이나 특정 감독 만의 문제가 아니다. 되풀이해서 말하지만 혹사는 어떻게 포장해도 혹사일 뿐이다.
[출처: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