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선의 견제구] ‘레전드 외면’ LG는 리빌딩에 성공해왔나
확대 엔트리에도 그의 이름은 없었다. LG 트윈스 ‘적토마’ 이병규가 또 다시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LG의 퓨처스리그 경기는 지난 3일 이천 한화 이글스전을 끝으로 모두 종료되었다. 이날 이병규는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레전드, 2군 4할 치고 기회조차 못받아
이병규의 2016시즌 퓨처스리그 기록은 147타수 59안타 0.401의 타율 3홈런 29타점 0.999의 OPS(출루율 + 장타율)로 마무리되었다. 많은 이들은 퓨처스리그 한화전이 이병규의 ‘은퇴 경기’가 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LG 이병규 ⓒ LG 트윈스
이병규의 1군 콜업 불발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프로야구의 존재 이유를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프로야구는 근본적으로 팬의 사랑을 먹고 산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7백만 관중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기에 대기업들이 수 백 억의 운영비를 지출하고 선수들은 억대 연봉을 받는다. 팬들은 스타플레이어의 일거수일투족에 열광하며 팍팍한 삶으로부터 대리만족을 얻는다.
하지만 2군에서 4할 타율을 기록 중인 팀 역사상 최고의 타자가 1군에 올라오지 못하는 현실을 납득할 수 있는 팬은 아무도 없다. 이병규의 콜업 불발 이유와 관련해 LG 구단 측과 양상문 감독은 누구도 속 시원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LG 이병규 퓨처스리그 최종 기록 (출처 : KBO)
그 와중에 야구장을 찾으며 LG 구단을 위해 지갑을 여는 팬들은 소외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에는 소비자의 의견이 반영되기 마련이지만 LG 구단과 이병규를 둘러싸고 팬들은 뒷전이다.
만일 이병규가 2군에서 부진했다면 1군 콜업 무산은 당연하다. 하지만 4할을 쳤다면 최소한 기회는 주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경쟁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레전드는 팬들의 안타까움 속에서 고사하고 있다.
2013년 신구조화의 기억
양상문 감독은 ‘리빌딩’을 구실로 이병규의 존재를 외면하고 있다. 지난 6월 양상문 감독은 “6살 팬이 성인이 되었을 때 우승하는 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병규 외면이 장기적인 전력 구상에서 ‘이기는 팀’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인 양 언급한 것이다.
LG 양상문 감독 ⓒ LG 트윈스
하지만 ‘리빌딩’이라는 명목으로 레전드를 내치는 LG 구단의 행태는 결코 낯설지 않다. 이상훈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SK로 트레이드될 때도, 유지현이 시즌 도중 은퇴로 내몰렸을 때도, 그리고 김재현이 FA 자격을 얻어 LG를 떠날 때도 LG는 마법의 주문처럼 ‘리빌딩’을 내세웠다.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과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주역들은 이처럼 쓸쓸하게 선수 생활을 마감하거나 LG에서 쫓겨나야 했다.
레전드들을 내치고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준 LG의 리빌딩은 순탄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LG가 2002년 이후 다시 포스트시즌에 복귀하기까지는 무려 11년을 기다려야 했다. 그 사이 젊은 선수들은 오히려 LG를 떠난 뒤에 기량을 꽃피웠고 LG는 기나긴 암흑기를 보내야 했다.
2013년 LG는 암흑기를 청산했다. 74승 54패 0.578의 승률로 21세기 들어 가장 빼어난 정규시즌 성적을 기록했다. LG는 시즌 막판까지 최강팀 삼성과 선두 경쟁을 벌였고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이해 LG는 신구조화를 앞세웠다. 이병규가 0.348의 타율로 역대 최고령 타격왕을 차지하며 팀을 이끌었고 박용택, 정성훈, 이진영도 분전했다. 신진세력 김용의와 문선재는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베테랑과 젊은 피가 한데 어우러진 2013년의 성과는 LG에 많은 것을 시사했다.
팀의 미래 위한다지만 도리어 우려스런 LG의 미래
고작 3년이 지났지만 올해의 LG는 2013년을 이미 잊은 듯하다. LG가 하위권으로 추락하기 시작한 지난 6월 변변한 대타 요원조차 없었지만 2군에서 맹타를 휘두르는 이병규는 무시되었다.
LG는 현재 치열한 5강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클러치 히터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간 선전했던 젊은 타자들이 시즌 종반에 이르자 버거워하는 모습이다. 한 방이 절실한 기회를 좀처럼 살리지 못한 채 잔루를 양산한다. 하지만 이병규는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병규의 콜업 논란이 불거진 시점부터 LG는 7경기에서 1승 6패로 부진에 빠졌다.
지난 1일 확대 엔트리에 대해 양상문 감독 “필요한 선수를 올렸다”며 이병규의 외면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필요한 선수’에 포함된 투수 이창호는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한 채 5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었다.
LG 박용택 ⓒ LG 트윈스
이병규가 LG 레전드의 안타까운 잔혹사를 잇는다면 LG의 또 다른 베테랑들의 미래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2000안타를 넘어 3000안타가 목표인 박용택과 LG에서 2000경기 출전 및 2000안타 대기록을 수립한 정성훈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이병규가 아예 외면을 받는 현실 속에서 LG의 젊은 선수들은 자신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기회가 돌아온다고 기뻐할까? 아니면 LG는 뼈를 묻을 수 없는 팀이라는 사실을 몸소 깨닫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