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사로 은퇴’ SK 전병두, ‘또 다른 전병두’ 막아야
▲ SK 전병두 ⓒ SK 와이번스 |
한 명의 투수가 또 안타깝게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다.
SK 좌완 전병두(32)가 은퇴를 결정했다. 2011시즌 종료 후 어깨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무려 5년이나 재활에 힘썼지만 끝내 마운드에 복귀하지 못했다.
2003년 프로에 데뷔한 전병두는 두산과 KIA를 거쳐 2008년 SK로 이적한 뒤 전성기를 맞이했다. 제구에 고질적 약점을 안고 있던 좌완 파이어볼러가 유망주가 드디어 꽃을 피웠다. 2009년에는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49경기 133.1이닝 8승 4패 8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3.11을 기록했다.
전병두는 2011년까지 전천후로 등판하며 이른바 ‘SK 왕조’의 한 축을 담당했다. 하지만 그 ‘전천후’가 문제였다. 2009년을 기점으로 전병두는 3시즌 동안 127경기 등판해 무려 293.1이닝을 던졌다.
▲ SK 전병두 2009~2011시즌 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연 평균 100이닝에 육박하는 이닝 소화는 명명백백한 혹사였다. 결국, 팔꿈치 부상보다 재활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어깨 회전근 부상을 당했고, 만 31세의 젊은 나이에 은퇴하게 됐다.
전병두의 은퇴가 시사하는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벤치의 성적 욕심 아래 한 선수가 희생됐다는 점이다. 당시 SK 김성근 감독은 2011년 8월 경질될 때까지 특유의 방식으로 전병두를 기용했다. 기량이 물이 오르면 한 경기라도 더 마운드에 오르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팬들의 갈채와 함성, 언론의 주목, 그리고 연봉 상승까지 수반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훌륭한 지도자라면 선수와 팀의 미래를 생각하며 혹사를 자제시키고 오랜 시간 활약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당장의 결과보다 큰 그림을 그리며 선수를 기용하는 것이 좋은 지도자의 덕목이다.
▲ 한화 김성근 감독. ⓒ 한화 이글스 |
두 번째, ‘쓸수록 강해지는 어깨’는 없다는 점이다. 선수는 노력을 통해 한계를 극복해야 하며 투수의 어깨는 쓰면 쓸수록 단련된다는 지론을 김성근 감독은 견지하고 있다. 그의 지론대로라면 전병두는 2011년까지 많은 이닝을 던졌기에 어깨가 단련되어 2012년 이후에는 보다 강력한 공을 던져야 옳다.
하지만 3년간 보직과 무관하게 300이닝에 육박하는 많은 이닝을 소화한 전병두는 5년간의 긴 재활에도 복귀하지 못했다. 투수가 얼마나 체계적이며 섬세한 관리가 필요한 대상인지 입증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되고 말았다.
▲ 한화 권혁. ⓒ 한화 이글스 |
문제는 전병두와 같은 투수 혹사가 과거형이 아니라는 점이다.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의 주요 투수들도 혹사에 시달리고 있다. KBO리그에서 올 시즌 최다 등판 1위 공동 3인은 모두 한화의 불펜 투수들이 차지하고 있다.
한화가 치른 123경기 중 절반이 훌쩍 넘는 66경기에 출전한 권혁, 송창식, 박정진이 그들이다. 100이닝에 육박하는 95.1이닝을 던진 권혁과 97.2이닝을 던진 송창식은 나란히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다. 전병두의 과거 모습과 겹쳐 보이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 2016시즌 KBO리그 최다 등판 투수 공동 3인(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
김성근 감독은 시즌 막판이 되자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투수들을 더욱 가혹하게 다루고 있다. 매 경기가 한국시리즈 7차전이다. 하지만 중위권으로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혹사로 인해 선수 생활을 접는 이런 불행한 사례가 전병두로 끝날까. 혹사라는 시한폭탄의 타이머는 여전히 째깍거리며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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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출처: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