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지명' 김호령은 어떻게 주전 중견수가 되었나?
신인 드래프트에서 주목을 받으며 프로야구에 입성하더라도 1~2년 사이 1군 주전급으로 성장하는 선수는 극히 드물다. 더구나 하위 라운드에서 지명된 선수라면 그 확률은 더 떨어진다.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동국대 외야수가 2차 10라운드 전체 102순위로 KIA 타이거즈에 지명되었다. 그의 뒤를 이어 한화에 지명된 서울고 투수 박윤철이 프로 대신 대학 진학을 택했으니 사실상 그 해프로 지명자 중 최종 순위인 셈이다.
하지만 2년 뒤, 그는 팀의 주전 중견수가 성장했다. 바로 2016 시즌 히트 상품 중 한 명으로 꼽히는 KIA 중견수 김호령이다.
KIA 김호령의 수비와 주루는 데뷔 시즌인 지난 해부터 빛을 발했다. KBO리그 특성 상 수비 능력을 객관적인 수치를 통해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현장에서의 호평은 물론 실제 경기에서 보여지는 김호령의 중견수 수비는 종종 경탄을 자아낸다. 김호령이 호수비를 펼치는 광활한 영역을 팬들은 “호령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인 선수답지 않은 빼어난 수비와 주루 능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 김호령이 타석에서 보여준 약점 때문에 향후 수비 전문 요원으로의 성장이 그의 최대치일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주류였다. (프로야구 야매카툰 '양현종 도우미, 호령호령 김호령!'편 다시 보기)
2015시즌 김호령은 OPS 0.558을 기록했는데 이는 250타석 이상 기록한 타자 98명 중 96위였다. (97위 박계현 0.533, 98위 강한울 0.508)
wRAA(weighted Runs Above Average 평균타자 대비 득점기여 지표)는 –24.74였는데, 이는 지난해 김호령이 리그 평균 타자보다 팀의 득점을 24.74점이나 감소시켰다는 의미다. 아무리 수비와 주루가 빼어나도 이 정도 타격 생산력으로는 1군 주전으로 생존하긴 어렵다.
올 시즌 김호령의 OPS는 0.738로 250타석 이상 기록한 타자 91명 중 72위를 기록 중이다.(최하위 NC김태군 0.568) 리그 평균 OPS 0.802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wRAA도 역시 –9.69로 여전히 리그 평균 타자에 비해 팀 득점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김호령의 수비와 주루를 감안했을 때 현재까지의 타격 생산력만 되도 충분히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다. 올 시즌 그는 대수비 요원 수준의 타격에서 1군 주전 선수로 생존 가능한 지점까지 타격 성적을 끌어올렸다고 볼 수 있다. 포지션 가중치를 적용한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는 올 시즌 0.8을 기록 중이다. (2015시즌 -1.4)
리그 평균 OPS가 0.802인 상황에서 김호령의 올시즌 OPS 0.738을 대단한 성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김호령이 지난 시즌 기록한 OPS 0.558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김호령은 15-16시즌 모두 250타석 이상 기록한 타자 중 세 번째로 높은 OPS 상승 폭(0.180)을 보였다. (1위 KIA 나지완 0.753-> 1.036, 2위 LG 손주인 0.590->0.800)
이러한 성적 상승의 동인은 삼진의 감소와 장타력의 증가 덕분이다. 김호령의 삼진%는 15시즌 29.3%에서 16시즌 19.9%로 9.4%나 감소했다. 김호령이 삼진을 줄인 비결은 2스트라이크 이후 컨택이 현저히 좋아졌기 때문이다.
김호령의 컨택%는 15시즌 74.9%에서 16시즌 78.9%로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2스트라이크 이후 컨택%는 15시즌 66.5%에서 74.7%로 급격히 높아졌다.
김호령은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작년엔 변화구에 매우 약했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2스트라이크 이후엔 공을 높게 보고, 낮은 공엔 아예 나가지 말라고 하셔서 신경 쓰고 있다. 아직도 잘 되는 건 아니지만 그런 이야기를 머릿속에 늘 염두에 두고 있어서 기록이 좋아진 것 같다.”고 본인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김호령의 루킹삼진 비율은 15시즌 18.1%에서 16시즌 26.4%로 급증했다. 김호령의 말대로 2스트라이크 이후 스크라이크 존을 높게 설정하면서 낮은 존에 들어온 공들을 그대로 지켜보면서 생긴 결과로 판단된다. 대신 본인이 공략할 수 있는 코스의 공에 집중하면서 2스트라이크 이후 컨택%가 10%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장타율(0.284->0.390) 역시 1할 이상 뛰었는데 이것은 당겨친 타구의 질이 좋아진 것이 원인으로 파악된다. 올 시즌 김호령의 당겨친 타구 비율은 15시즌 40.8% 비해 44.9%로 소폭 상승했다. 반면 밀어친 타구의 비율은 38.5%에서 28.5%로 10%나 감소했다. 당겨친 타구의 타율은 0.268에서 0.364로 1할 가까이 상승했으며, 올해 기록한 8개의 홈런 중 당겨친 홈런이 5개다.
표본(15시즌 13경기, 16시즌 15경기)이 적긴 하지만 [애슬릿 미디어 트랙맨 베이스볼]에서 측정한 데이터에 따르면 김호령의 당겨친 타구의 타구 속도는 15시즌 129.8km에서 16시즌 145.3km로 급상승했다. 반면 밀어친 타구의 타구 속도는 125.5km에서 125.6km로 큰 차이가 없었다.
이에 대해 묻자 김호령은 “감독님께서 캠프 때부터 당겨치는 연습을 많이 시키신 결과다. 당겨치는 게 제 스윙 매커니즘 상 좋다고 하시고 당겨 쳐야 좋은 타구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연습한 결과가 경기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답했다.
2016시즌 홈런 수가 급증한 김호령
예전에 비해 팀 득점과 직결되는 출루율의 가치가 각광받고 있는 것이 최근 추세지만 타율이 오르면 출루율도 일정 부분 오르기 마련이다. 타격이 완성되지 않은 타자라면 무작정 출루율을 높이려고 하는 것 보다 김호령처럼 “삼진을 줄이고, 타율을 올린다.”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유효한 방법일 수 있다.
2년차 김호령은 이른바 '흙지명'이라는 신인 드래프트 최하위 에서 팀의 주전 중견수까지 성장했다. 앞으로 김호령이 공수주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어디까지 성장할지 보는 것도 KIA 팬들, 그리고 한국 프로야구팬들의 큰 즐거움이 될 것이다.
'호령 호령 김호령~ 타이거즈 김호령~"이라는 중독성 강한 응원가는 앞으로도 오랜 시간 그라운드에서 불려질 것으로 보인다.
* 도움 주신 분: KIA 타이거즈 홍보팀 고강인 대리, 애슬릿미디어 트랙맨베이스볼
[기록출처: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STATIZ, 애슬릿미디어 트랙맨베이스볼 ]
길준영 기자/ 편집: 김정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