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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 BUZZ
 STAT 리포트

진격의 LG, 7월 27일 이후 무슨 일이 있었나?

2016-09-23 금, 15:20 By KBReport


올 시즌 LG 트윈스의 반전이 놀랍다. 약 2개월 전인 7월 26일까지만 해도 LG는 36승 1무 50패 0.419의 승률로 8위에 처져 있었다.

당시 승패 차는 무려 -14였고  포스트시즌 진출권인 5위 롯데와는 6.5경기 차 뒤져 있었다. 최하위 kt와의 승차는 단 1경기로 꼴찌 추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LG는 7월 27일 이후 4연승을 시작으로 49경기에서 32승 1무 16패(승률 0.667)로 해당 기간 리그 1위를 질주했다. 현재  68승 2무 66패로 5할 승률을 넘어 4위를 기록 중이다. 6위 SK와는 5경기 차를 유지하고 있다. 

5위 KIA와  1.5경기 차로 좁혀졌기에  LG의 4위 수성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5위까지 주어지는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 확보 매직 넘버는 4까지 줄었다. (잔여 8경기 중 4승 시 자력 진출)

후반기 최고의 활약으로 팀 타선을 이끈 LG 유격수 오지환 (사진: LG 트윈스)  

누구도 예상치 못한 LG 상승세의 원인을 양상문 감독의 ‘뚝심’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하지만 감독의 '뚝심' 하나 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여러 각도에서 분석해 보면 도리어 '뚝심' 보다는 양상문 감독의 적절한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1. 선발 로테이션의 정상화

우선 선발 로테이션의 정상화에 주목해야 한다. 5월말까지 22승 1무 22패로 정확히 5할 승률을 유지하던 LG는 6월 한 달 간 10승 15패 0.400의 승률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6월 30일 기준 32승 1무 37패 승패마진 -5)

7월 들어 양상문 감독은 선발 투수들을  4일 휴식 후 등판시키는 강수를 던졌다. 외국인 투수 코프랜드의 퇴출 이후  허프의 합류까지 시간을 벌면서 장마철 우천 취소를 기대한 조치였다.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5할 승률을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LG의 6월 이후 월간 성적과 투수진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하지만  네비게이션과도 같은 기상청 예보는 빗나가는 경우가 많았고  우천 취소는 고작 2경기(7월 1일, 6일)에 그쳤다.  회심의 승부수가 무리수가 되고나니 LG는 도리어 더 추락했다.  7월 LG는 8승 14패 승률 0.364로 속절 없이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강점이던 마운드가 부진에 빠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LG 선발진의 반등을 이끈 허프 (사진: LG 트윈스)  

하지만 8월 이후 LG는 급격한 반등을 시작했다. 7월 14일 합류한 허프(5승 2패 ERA 3.32 WAR 2.2)가 한국 무대에 연착륙한 요인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소사를 제외한 선발 투수진이 5일 휴식 후 등판하는 로테이션의 정상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7월 27일~9월 21일간  LG 주요 선발 투수들의 성적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2. 빨라진 투수 교체 타이밍

투수 교체의 양상도 달라졌다.  지난 시즌 이후 많은 지적이 제기 되었듯  양상문 감독의 투수 교체는 타 팀에 비해 다소 늦은 편이다.  한계 투구 수에 봉착한 선발 투수가 연속 안타를 맞거나 불펜 투수의 제구가 급격히 흔들려도 교체 타이밍을 늦추다가 역전을 허용하는 경기가 빈번했다.  

LG 불펜의 믿을맨으로 떠오른  김지용 ⓒ LG 트윈스    

하지만 8월 이후 선발 투수를 비롯해 부진의 기미가 보이는 투수의 교체는 한 박자 빠르게 이루어졌다. 7월 한 달 간 보직이 확정되지 않은 채  많은 경기에 등판했던 김지용(15홀드)이 셋업맨으로 안착한 것도 투수 교체를 빠르게 단행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7월 27일~9월 23일간 리그 최강으로 거듭난 LG 불펜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3. 야수진 교체

부진한 야수들에 대한 ‘무한 신뢰’를 거둔 것도 양상문 감독이 보인 인상적인 변화 중 하나다. 정규 시즌 개막을 앞두고 주전으로 낙점된 포수 정상호, 외야수 이병규(7번)와 임훈, 2루수 정주현은 시즌이 길어져도 좀처럼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올 시즌 LG 야수 중 WAR 최하위 1~3위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LG 유강남 ⓒ LG 트윈스    

다소 늦은 감이 있었지만 양상문 감독도 마침내 칼을 빼 들었다. 부진한 선수들을 2군에 보내거나 출전 비중을 줄였다. 대신 주전 포수로  유강남, 외야에는 김용의, 이천웅, 채은성을 주로 활용했고, 그리고 주전 2루수로는 손주인을 붙박이 기용했다. 비록 개막 당시의 구상과는 달랐지만 선수 기용의 변화가 팀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주전 경쟁에서 우위를 보인 LG 야수들의 2016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4. 더블 스틸 봉인 

‘뛰는 야구’에 대한 집착을 버린 것도 바람직한 변화였다. 개막을 앞두고 양상문 감독이 표방한 ‘뛰는 야구’는 시즌 초반 빈번한 더블 스틸을 통해 대변되었다. 

하지만 LG의 주자들이 시도한 더블 스틸은 실패가 잦아 경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곤 했다. 2명의 주자가 동시에 시도하는 도루가 실패해 1명이 횡사하면 득점 기회에서 공격 흐름이 끊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상대도 LG의 더블 스틸을 밀착 경계했다.

8월 이후 LG의 더블 스틸 시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KBO리그 전체에 극심한 타고투저 양상으로 인해 도루보다는 장타의 가치가 높아진 탓도 있다. 양상문 감독이 ‘뛰는 야구’에 대한 고집을 접으면서 LG의 득점력은 오히려 향상되었다. 이는 리그 트렌드를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다만 주루사 속출은 경계해야 한다. 12회 연장 끝에 무승부에 그친 21일 잠실 NC전에서도 2개의 주루사를 비롯해 주루 플레이가 매끄럽지 못했다.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으로 매끄럽지 못한 주루 플레이로 인해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과거가 있는 LG로서는 가장 경계해야 할 플레이였다.

* 외국인 선수 관리에 대한 아쉬움

LG가 주축 선수들의 관리를 통해 8월 이후 상승세를 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투타의 주축인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관리는 아쉬움이 남는다.

LG 히메네스 ⓒ LG 트윈스

전반기 팀 타선에서 고군분투하던 외국인 타자 히메네스는 허리 통증으로 8월 8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었다. 그는 1군 엔트리 말소 직전인 8월 6일까지 LG가 치른 전 경기인 97경기에 출전했다. 당시 LG 야수 중 유일한 전 경기 출전이었다.  

LG 히메네스 월별 타격 기록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전반기 막판부터 장타가 감소하며 체력 저하의 징후가 보이던 히메네스였다. 6월까지만 해도 홈런을 양산하며 리그 MVP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던 히메네스의 파괴력은,  2군 조정 후에도 아직 완벽히 복원되지 않고 있다. 

LG 소사 ⓒ LG 트윈스  

LG 마운드에서 가장 많은 이닝(186)을 소화한 외국인 투수 소사도 처지가 비슷했다. 올 시즌 소사는 무려 10경기에 걸쳐 4일 휴식 후 선발 등판의 부담을 떠안았다.   5일 휴식 후 등판 시 그는 4.93의 평균자책점, 0.308의 피안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4일 휴식 후 등판 시에는 6.37의 평균자책점, 0.345의 피안타율로 나빠진다. 

LG 소사의 등판 간격에 따른 기록 (출처 : 스탯티즈)    

LG 소사의 최근 2시즌간 주요 구종 별 기록 (출처 : 스탯티즈)      

올 시즌 후반기 소사가 난타 당하는 경기가 많아진  이유는 부쩍 잦아진 4일 휴식 후 등판의 악순환이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2년간 구종 분석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 등판 간격이 짧아지는 가운데 전년에 비해 구속이 떨어지고  변화구 비중이 높아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충분한 휴식만 주어진다면 지난 시즌 모습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2개월 간 LG가 보여준  변화는 다분히 극적이다. 하지만 감독 1인의 뚝심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만큼 단순하지는 않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시행 착오를 겪던 양상문 감독이 고집을 버리고 변화를 추구하자 반등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감독의 고집으로 인해 고전하거나 자멸하고 만  몇몇 구단들이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기록출처: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스탯티즈, KBO 기록실 ]

이용선 필진/ 김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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