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 리포트
잠실 유격수 최초 20홈런, 오지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2016-09-25 일, 00:40
By
김호연
잠실야구장 유격수 최초로 20홈런을 달성한 오지환. (사진=LG트윈스 제공)
오지환이 잠실야구장 홈팀 유격수 최초로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20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LG가 6-3으로 앞선 상황, 오지환은 7회초 1사 1, 2루 상황에서 상대 구원투수 윤규진을 상대로 시즌 20호 홈런을 터뜨렸다. 4구째 던진 114km/h의 커브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긴 쐐기 쓰리런 홈런이었다.
오지환의 2016시즌 종합기록.ⓒ STATIZ
오지환은 올 시즌 타율 0.280, 출루율 0.385에 장타율 0.497, 20홈런 77타점을 기록하면서 다시 한 번 자신의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 올해 초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당한 무릎부상의 여파로 6월에 타율 0.184까지 곤두박질쳤던 것을 생각하면 7월 3일 1군 복귀 이후 무시무시한 타격감이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오지환은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4.39을 기록하며 LG에서 히메네스(5.42) 다음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선수 본인은 인터뷰를 통해 마음에 여유를 갖고 타석에 들어선 것이 주효했다고 밝힌 바 있다. 2군에 내려가 있는 동안 코칭스태프의 배려로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었고, 1군에 돌아와서도 여유를 가지려 노력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잠실 유격수 최초로 20홈런 고지에 오른 오지환이 마인드 컨트롤을 연마면서 달라진 점은 세부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늘어난 볼넷, 줄어든 삼진. 공이 보이니 야구가 되더라
오지환은 올 시즌 62개의 볼넷과 96개의 삼진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오지환이 기록한 볼넷과 삼진 중 가장 많고 적은 갯수이며, 오지환이 올 시즌 남은 경기에 모두 출전한다 가정해도 볼넷과 삼진은 각각 63개와 98개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각 부문에서 역시 커리어 하이를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오지환은 6월까지 49경기에 출전하면서 타석당 볼넷 비율과 타석당 삼진 비율이 각각 13.8%과 22.9%를 기록하며 삼진의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볼넷/삼진 비율은 0.61이었다. 최근 4년 같은 기간 기록한 볼넷/삼진 비율 중 작년(0.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시즌이었지만 규정타석을 소화한 유격수들 중 가장 높은 볼넷/삼진 비율을 기록하며 고전했다.
부진에 허덕이던 오지환이었지만 7월 이후 66경기에 출장하면서 타석당 해당 수치를 개선시켰다. 7월부터 9월까지의 타석당 볼넷 비율은 13.5%, 타석당 삼진 비율이 19.3%로 어느 정도개선된 모습을 보여줬다. 자연스럽게 볼넷/삼진 비율도 0.70로 향상되면서 자연스럽게 타격감도 향상되었다.
볼넷이 증가하고 삼진이 감소하는 현상은 타자에게 여러가지로 긍정적인 신호다. 타자가 여유를 갖고 타석에 들어서기 때문에 코스가 나쁜 공이나 유인구를 비교적 쉽게 골라낼 수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좋은 공을 컨택하여 안타로 연결시킬 수 있다. 오지환은 타석에서 더 많은 공을 보고 볼넷을 골라내면서 자연스럽게 변화구 대처능력까지 향상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두 시즌 동안 오지환이 기록한 변화구 상대타율.ⓒ STATIZ
대부분의 젊은 선수들이 그렇듯 작년까지의 오지환도 변화구 대처에 약점을 드러내며 고전해왔다. 상대투수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스플리터, 싱커를 던졌을 때 오지환의 타율은 각각 0.238, 0.217, 0.250, 0.207, 0.200으로 저조했다.
그러나 올해 기록중인 변화구 상대타율은 앞서 제시된 구종별로 각각 0.203, 0.269, 0.308, 0.244, 0.417로 나타났다. 슬라이더 상대 타율이 급감했지만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대한 대응능력이 향상되었음을 알 수 있다.
대폭 상승한 BABIP, 눈에 보이니 강하게 때리더라
BABIP(Batting Average Ball In Play)는 인플레이 타구가 안타로 연결되는 비율을 나타낸 지표이다. 타구가 페어지역 안에 떨어졌을 경우(홈런과 삼진 제외)만 토대로 삼기 때문에 타자의 스피드, 타구의 비거리, 타자의 컨택능력과 상대 야수진의 수비력, 운 등이 반영되어 형성된다. 타석 따라서 BABIP는 타자가 라인드라이브와 같은 좋은 타구를 얼마나 생산했는지, 타구의 방향이 얼마나 운좋게 수비수가 없는 곳으로 날아갔는지 나타낸다.
오지환은 올 시즌 0.320의 BABIP를 기록하고 있다. 사실 오지환은 루키 시즌을 제외하고 매년 3할대의 BABIP를 기록하고 있었다. 꾸준히 좋은 타구를 생산할 능력이 충분한 선수였지만 매년 세 자릿수의 삼진을 당해왔기 때문에 공 자체를 그라운드로 날려보내지 못했을 뿐이었다.
오지환이 기록한 BABIP. ⓒ STATIZ
이번 시즌이 계산한 대로 마무리된다면 오지환은 데뷔 이후 최초로 풀타임 시즌에 두 자릿수 삼진을 기록할 정도로 약점은 매년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부상의 여파로 시즌 초 1군 합류가 늦어졌고, 지각이 조급함으로 이어져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저조한 BABIP를 기록했다. 오지환이 6월까지 기록한 BABIP는 0.226였다.
하지만 7윌 1군 복귀 이후 9월까지 BABIP를 0.372로 대폭 상승시키면서 LG의 뜨거운 상승세를 견인 했다. 다시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 개인의 성적과 팀의 상승세에 보탬이 된 것이다. 오지환은 이 기간 OPS도 1.060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나지완(1.076)에 이어 이 부문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홈런 역시 7월부터 17개를 기록하면서 같은 기간 홈런 4위를 기록하고 있다.
무서워진 득점생산력, 정상급 wOBA로 상승세에 기름 붓기
나쁜 공을 골라내고 좋은 타구를 양산하면서 오지환은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wOBA(weighted On Base Average)는 가중출루율 또는 출루율 스케일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지표이다.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서 일으킬 수 있는 모든 것이 득점으로 연결될 가능성과 득점으 갯수, 즉 타자의 생산성을 측정하여 출루율과 비슷한 스케일로 나타낸 것인데, 보통 wOBA가 0.400을 넘어가면 생산성이 뛰어난 타자, 0.300을 기준으로 생산성이 준수하거나 부족한 타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21일까지 오지환이 기록한 가중출루율. ⓒ프로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6월까지 오지환의 wOBA는 0.284로 부진했다. 하지만 7월 이후의 9월 현재까지 오지환의wOBA는 무려 0.455에 이른다. 규정타석을 소화한 유격수들 중 1위이면서 전체 4위에 이를 정도로 높은 기록이다. 오지환의 득점력이 향상되면서 팀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확실한 타선의 한 축으로 성장한 채은성과 후반기 LG의 톱타자로 떠오른 김용의, 올 시즌 많은 기록을 쏟아내고 있는 박용택에 오지환까지 가세하면서 타선의 짜임새가 견고해졌고, 안정된 마운드에 힘입어 승리에 필요한 득점을 뽑아냈다. 국내 최정상급 수비범위를 자랑하는 오지환이었기에 공수를 가리지 않고 팀의 승리에 기여했다.
최근 LG는 공수 양면에서 젊은 선수들이 갖고 있던 물음표가 느낌표가 되어 돌아왔다. 이를 원동력으로 3일 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10:3으로 승리를 추가하며 포스트시즌 참가를 확정지었다. 유격수 자리에서 대체 불가의 존재감을 보여준 오지환이 살아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타격에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며 파괴력을 과시한 오지환이 있어, 가을야구에 나선 LG는 선발 라인업 한 자리에 대한 고민을 덜었다. 내년엔 군입대가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오지환이 포스트시즌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해 본다.
군입대를 앞둔 청년의 눈에는 보이는 게 없는 법이다.
[기록출처-KBO 공식 홈페이지, 스탯티즈, 프로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