댁의 외국인타자는 안녕하십니까? '집으로' 3인 vs.'재계약 기로' 3인방
댁의 외국인타자는 안녕하십니까?
‘야구의 꽃은 홈런’이라고 한다. 속 시원한 탈삼진, 정교한 수비, 다이나믹한 도루도 좋지만 역시 팬들이 가장 흥분하는 것은 화끈한 홈런. 창공을 가르며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은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임과 동시에, 승부의 흐름을 가져오는 가장 효과적인 카드다.
이 홈런에 가장 근접해 있는 선수들이 바로 외국인 타자다. 국내 선수들의 파워가 상승함에 따라 장타가 외국인 타자들의 전유물이던 시대는 갔지만, 다수 구단들이 외국인 타자의 파워에 의존하고 있다.
올 시즌 외국인 타자 중 팀 홈런 5위 안에 들지 못한 경우는 삼성 발디리스 단 한 명 뿐. NC, 한화, LG, kt의 팀 홈런 1위는 모두 외국인 타자다. 올 시즌 20홈런 이상을 때려낸 24인 중 무려 7명이 외국인 타자라는 점만 봐도, 외국인 타자가 장타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각 구단 별 외국인 타자들의 현재 기상도는 어떨까? 어느 선수가 팀에 큰 도움을 줬고 어느 선수가 팀에 별 도움을 주지 못했는지, 또 어느 팀의 선수가 재계약 가능성이 높고 어느 팀의 선수가 재계약 가능성이 낮은지 살펴보자. (1편 다시보기 : 당장 여권 빼앗아! 무조건 붙잡아야 할 4인방 )
② 집으로? 재계약 어려울 3인방 – 앤디 마르테, 아롬 발디리스, 저스틴 맥스웰
1. kt 위즈 – 앤디 마르테
지난 시즌 마르테는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신생팀 kt에서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타율 0.348, 20홈런 89타점. 타율은 리그 4위였으며, 출루율은 리그 11위, 장타율은 리그 6위였다. WAR(대체선수 승리기여도)는 5.25로 리그 타자 중 11위. 외국인 타자로 국한하면 테임즈-나바로에 이은 3인자였다. 나성범, 이용규, 구자욱 등 내노라하는 국내 타자들도 그의 승리기여도에는 미치지 못했다.
kt 팀 내에서 보면 그의 기록은 더욱 압도적이다. 타율, 출루율, 장타율, 타점, OPS, WAR 등 주요 지표에서 모두 팀 내 1위. 그와 함께 ‘마블 듀오’를 이뤘던 댄 블랙도 준수했지만 3루수 '마르테'의 공헌도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당연히 kt는 재계약을 택했고, 마르테는 2시즌 연속 KBO 무대를 밟았다. 이미 KBO 적응을 마친 그는 시범경기에서부터 11경기 타율 0.346, 2홈런 7타점으로 활약했다. 지난 시즌 최하위에 그쳤던 kt는 그의 활약을 보며 ‘올해는 다를 것’이라며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타율은 높지 않았다. 그는 4월 타율 0.232로 부진했고, 5월 타율 0.262, 6월 타율 0.288을 기록하며 지난 시즌 타격 4위 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4~6월간 BABIP(인플레이 타구의 타율)이 0.246에 그치는 불운의 영향도 있었지만 분명 이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었다. (2015 BABIP 0.363)
반면 홈런과 타점 생산에 있어서는 지난 시즌 이상의 활약을 해냈다. 4월 5홈런 20타점, 5월 5홈런 18타점, 6월 4홈런 17타점, 7월 8홈런 17타점으로 꾸준히 홈런-타점을 생산했다. 30홈런-100타점도 무난히 달성 가능한 페이스였다.
문제는 이번에도 ‘부상’이었다. 지난 시즌 허리 부상으로 고생한 전력이 있는 그는, 결국 올 시즌 도중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으며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정확한 부상 명칭은 [요추 추간판 탈출증])
마르테는 수술 이 후 ‘본인의 커리어를 kt에서 마무리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지만 재계약 기상도는 ‘흐림’이다. 빼어난 실력과 성실성을 겸비한 것은 장점이지만 부상이 계속된다면 무용지물. 허리 부상은 고질이 되기 쉽다는 점, 내년이면 우리 나이 35살의 노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kt가 다시 그를 선택하기란 난망해 보인다.
2. 삼성 라이온즈 – 아롬 발디리스
삼성은 2014, 2015시즌 외국인타자 덕을 톡톡히 본 팀이다. 2014시즌 삼성에 합류한 2루수 야마이코 나바로는 데뷔 시즌부터 타율 0.308에 31홈런 98타점 25도루를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이어 이듬해인 2015시즌에는 타율 0.287에 48홈런 137타점 22도루라는 믿기지 않는 성적을 올렸다. 그가 기록한 48홈런은 KBO 역대 외국인 타자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이었다.
하지만 너무 잘하는 것도 독이 될 수 있는 법. 막강한 장타력으로 일본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나바로는 올 시즌을 앞두고 NPB의 지바 롯데로 이적했다. 나바로와의 재계약에 소극적이던 삼성은 지난 2 시즌간 무려 '13'에 가까운 승리기여도를 기록한 리그 최강의 2루수와 결별하게 됐다. (14~15시즌 간 나바로 WAR 합산 12.97)
삼성이 나바로 대신 영입한 타자는 아롬 발디리스였다. NPB에서 918경기를 소화한 베테랑 중 베테랑. 아시아 경험이 풍부하고, 오랜 경력으로 노련함까지 갖춘 선수라는 평가였다.
하지만 이 것은 ‘립서비스’에 가까운 말이고, 명백히 말하자면 그는 ‘MLB 경험이 없으며, 만 33세로 나이까지 많은 선수’였다. 또한 NPB에서 단 한 번도 20홈런을 넘겨보지 못했으며 통산 타율은 0.268에 불과했다. NPB 통산 출루율과 장타율은 0.346과 0.418. 리그 정상급 타자로 군림하던 나바로를 대체할 선수로 보기는 어려웠다.
물론 나바로 역시 영입 당시에는 ‘의외의 선택’이라며 의문을 자아낸 바가 있기에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가진 이들도 많았다. 실제 그는 시범경기 16경기에서 타율 0.400, 1홈런 9타점으로 준수한 활약을 보였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자 혹시나 하던 기대는 절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발디리스는 4월 한 달간 타율 0.233에 홈런 하나만을 기록했다. 4월 8일 그랜드슬램을 터트린 것 외에는 별다른 활약이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질적인 아킬레스건 부상이 도졌고, 결국 그는 5월 4일을 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반전이 있기는 했다. 부상에서 약 2달 만에 돌아온 6월 30일 이후 맹타를 휘둘렀다. 복귀 뒤 21경기 타율 0.324에 7홈런 20타점. 7월 20일 두산전에서는 시즌 2번째 만루홈런까지 쏘아올렸다. 삼성의 팀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지만 해당 기간 발디리스의 활약은 분명 굉장히 뛰어났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아킬레스건 통증이 재발하며 8월 6일 2군으로 내려갔고, 8월 말에는 아킬레스건 수술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사실상 시즌 아웃. 아무리 ‘야구 몰라요’라지만 적지 않은 나이(만 33세)에 고질적인 부상 경력이 있는 타자를 삼성이 기다려줄 가능성은 한 없이 ‘제로’에 가깝다.
3. 롯데 자이언츠 – 저스틴 맥스웰
지난 시즌 롯데 아두치는 타율 0.314 28홈런 106타점 24도루로 만점 활약을 펼쳤다. 그는 롯데 자이언츠 구단 사상 최초로 20홈런-20도루를 달성한 타자로 기록되기도 했다. 선구안 등에서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아두치는 걸출한 장타력에 빠른 발, 빼어난 수비력까지 삼박자를 갖춘 뛰어난 타자였다.
그와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롯데 구단과 롯데 팬들이 장밋빛 미래를 꿈꾼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2015시즌의 그는 못하는 것이 없을 것 같은 ‘팔방미인’이었으니까.
출발은 무난했다. 아두치는 4월 한 달간 타율 0.307에 2홈런 18타점 6도루를 기록했다. 홈런이 조금 적긴 했지만, 나쁘진 않았다. 롯데 역시 4월 12승 13패로 공동 5위를 차지하며 가을 야구에 대한 희망을 불태웠다.
5월 타율이 0.255로 하락하기는 했지만, 5홈런 17타점 3도루라는 성적은 준수했다. 6월에는 반대로 홈런이 없고 6타점으로 홈런-타점이 적었지만 타율은 0.323으로 괜찮았다. 매월 조금씩 박자가 어긋나는 듯했지만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던 중, 결국 일이 터졌다. 아두치는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의 도핑 검사 결과 체내에서 금지약물인 옥시코돈 성분이 적발되며 36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게 됐고 롯데에서 방출되고 말았다. 롯데는 부랴부랴 대체 외국인타자로 저스틴 맥스웰을 영입했다.
아두치를 대신한 맥스웰은 적응 기간도 필요치 않다는 듯 초반부터 좋은 모습을 보였다. 데뷔전에서 안타를 터트렸고, 2경기만에 타점을, 5경기만에 도루를, 7경기만에 홈런을 터뜨렸다. 총 23경기에 출장해 타율 0.288, 4홈런 16타점 2도루 OPS 0.914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아두치 만은 못하지만 올 시즌 공백은 충분히 메우고도 남았다.
하지만 또 일이 터지고 말았다. 맥스웰은 8월 18일 경기 전 번트 연습 도중 공에 오른손 엄지를 맞아 부상을 당했다. 검진 결과는 오른손 엄지 실금. 이후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사실상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앞서 언급한 마르테, 발디리스와는 달리 부상 정도가 그리 크진 않았다.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출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다음 시즌에도 당연히 정상적으로 뛸 수 있다.
다만 문제는 그가 KBO리그에서 보여준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활약 여부야 어쨌건 그는 단 23경기에 나섰고, 그것 만을 믿고 재계약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2년간 자리를 비웠던 중견수 전준우도 복귀했다.
결국, 롯데는 그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새로운 외국인타자를 찾아나설 가능성이 높다. 잠시 맹활약으로 ‘그냥 커피가 아니라 맥.스.웰.’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를 다음 시즌 KBO 무대에서 보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③ 재계약 해? 말아? 애매모호 3인방 – 대니돈, 헥터 고메즈, 브렛 필
1. 넥센 히어로즈 – 대니돈
지난 시즌 넥센의 외국인타자 농사는 썩 나쁘지 않았다. 브래드 스나이더는 지난 시즌 113경기에 나서 타율 0.281에 26홈런 71타점 OPS0.877을 기록했다. 특히 강력한 어깨를 바탕으로 상대 주자를 압박하는 송구 능력은 일품이었다. 또한 외야 전 포지션을 커버할 수 있어 활용 범위도 넓었다.
하지만 선구안과 클러치 능력이 문제였다. 그는 37볼넷을 골라내는 동안 무려 '135'개의 삼진을 당했다. 그의 볼넷/삼진 비율은 0.274로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중 3번째로 좋지 않았다. 또한 득점권 타율은 고작 0.210에 불과했으며, 26홈런 중 17홈런을 주자 없는 상황에서 기록했다.
결국 그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크다고 판단한 넥센은 올 시즌 대니돈을 영입했다. 넥센은 그를 영입하며 ‘준수한 선구안과 클러치 능력을 갖춘 중장거리형 타자’라고 소개한 바 있다. 스나이더가 가지지 못했던 장점을 갖춘 타자를 데려온 것이다.
실제로 대니돈은 넥센의 기대치를 일정부분 충족시켰다. 특히 그의 선구안은 대단한 수준. 타율(0.296)은 3할에 미치지 못했지만, 출루율은 4할이나 된다. 볼넷은 69개로 스나이더의 2배에 가깝고,삼진은 71개로 지난 시즌 스나이더의 절반 수준이다. 올시즌 외국인 타자들 중 최고의 선구안을 가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클러치 능력도 나쁘지 않다. 그의 득점권 타율은 0.297로, 시즌 타율보다 1리 높다. 수준급이라 볼 수는 없지만 스나이더에 비한다면 충분히 훌륭한 기록이다. 특히 득점권에서 무려 0.457의 엄청난 출루율을 기록하며 득점 찬스를 이어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다만 문제는 장타력이다. 그는 올 시즌 고작 15개의 홈런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넥센 팀 내 4위) 장타율은 0.491로 5할에 미치지 못한다. 장타력이 부족하니 타점도 적다. 그는 올 시즌 단 69개의 타점 만을 기록했다. 외국인 타자 타점 1위(120개)인 로사리오의 절반 수준이다. 기복도 꽤나 심한 편이다.
과거 ‘홈런 군단’ 시절의 넥센이라면 지금의 대니돈도 상당히 유용한 타자일 것이다. 박병호,강정호, 유한준 등 괴력의 사나이들이 즐비하던 넥센이라면, 득점권에서 출루만 해줘도 뒤의 타자들이 척척 해결해줄 테니 말이다. 어쩌면 그는 ‘연계형 중심타자’라며 호평받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넥센에는 박병호도, 강정호도, 유한준도 없다. 올시즌 넥센은 팀 홈런 7위(129개)를 기록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타자가 ‘한 방’을 종종 날려줄 수 있다면 팀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대니돈의 재계약 여부는 넥센의 향후 지향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 SK 와이번스 – 헥터 고메즈
SK 역시 지난 시즌의 사정은 넥센과 흡사하다. 지난 시즌 SK의 외국인타자 앤드류 브라운은 무려 28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는 단연 팀 내 최다 기록. 박정권(21), 최정(17) 등 토종 거포들보다 압도적인 파워로 쉽게 담장을 넘겼다. 스나이더와 마찬가지로 강한 어깨도 지니고 있었다.
문제는, 단점 역시 스나이더와 판박이었다는 점이다. 0.232의 득점권 타율과 0.520의 볼넷/삼진 비율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분명히 ‘한 방’은 있지만 선뜻 재계약을 하기엔 감점 요인이 많았다. 포지션 상의 문제도 있었다. LG에서 정의윤을 트레이드로 영입하면서 그에게 외야 한 자리를 내줄 필요가 있었고 반대로 내야에서는 마땅한 2루수가 없었다.
결국 SK는 브라운을 포기하고 유격수 헥터 고메즈를 영입했다. 김용희 감독은 고메즈의 넓은 수비범위과 강한 어깨를 높게 평가했다. 시즌이 시작하기 전, SK는 기존 유격수 김성현을 2루수로 전환하고 고메즈를 유격수로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많은 언론들이 고메즈를 나바로와 비교하며 ‘제 2의 나바로’가 될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하지만 자주 그렇듯 기대가 큰 만큼 실망감도 컸다. 고메즈는 4월 한 달간 타율 0.196, 2볼넷 14삼진 OPS 0.612를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월 막바지에는 가래톳 통증까지 겹치며 1군에서 이탈했다.
5월 중순 돌아온 이후에는 타격에선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5월 타율 0.290에 4홈런을 기록했고, 6월에는 타율 0.303에 7홈런으로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7월에는 타율 0.360으로 펄펄 날았다. 8월에는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지만 9월 들어서는 회복세를 보였다.
올시즌 그의 성적은 타율 0.283에 21홈런 62타점 16도루 OPS 0.819. 주로 1번타자로 나선 것을 감안하면 썩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호타준족의 상징이라는 20홈런-20도루 가능성도 남아있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유격수 수비에서는 '고메디안'이라고 불릴 정도로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영입 당시에는 수비력이 강점이라는 평을 받았지만 걸핏하면 집중력을 잃은 플레이로 실책을 저질렀다. 한 경기에서 실책이 연거푸 나오는 경우도 허다했다. 고메즈는 현재 실책 25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실책을 범한 선수다.
최악에 가까운 선구안도 문제다. 타율도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출루율(0.326)은 더욱 심각하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들 중 고메즈보다 출루율이 낮은 선수는 넥센 포수인 박동원 한 명뿐이다. 당연히 외국인타자들 중에서도 최악의 기록. ‘모 아니면 도’ 식의 스윙으로 일관하며 팀 공격력에 악영향을 끼쳤다. ( 25볼넷 85삼진)
하지만 숱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재계약의 가능성은 남아있다. 가장 큰 강점은 역시 포지션이다. 현재 SK의 외야진은 포화 상태이며, 코너 내야 자리도 꽉 차 있다. 상대적으로 유격수-2루수 포지션은 다소 취약한 편. 고메즈의 기본적인 수비 실력이 나쁘지 않은 편이기에 평범한 타구에 대한 집중력만 개선한다면 재계약도 무난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다만 선구안 문제는 해결이 어려워 보이지만 말이다.
3. KIA 타이거즈 – 브렛 필
브렛 필은 어느덧 KBO리그 3년차인 외국인 타자다. 2014시즌 KIA에 영입된 이후 계속해서 재계약에 성공하며 팀에서 가장 사랑받는 선수 중 한 명으로 자리잡았다.
연차가 증명하듯 필은 준수한 기량을 갖춘 선수다. 2014시즌 92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9에 19홈런 66타점 OPS 0.893 을 기록했고, 2015시즌에는 타율 0.325에 22홈런 101타점 OPS0.890으로 활약했다. 2014시즌 10도루, 2015시즌 14도루를 기록하며 누상에서도 꽤나 활발한 플레이를 펼쳤다.
결정적인 장면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며 2015-2016 2시즌간 무려 24번의 결승타를 기록한 점도 인상적이다. 이는 KBO 리그 최고의 타자인 NC 테임즈(23회)보다도 많은 수치. 지난 시즌엔 9회 장타율 0.909를 기록하는 등 극적인 상황을 자주 연출하면 현장과 팬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
또한 훌륭한 인성을 갖춰 3년이라는 짧지않은 시간 동안 흔한 구설수도 없었다. 팀 동료들은 하나같이 그를 ‘인성이 좋고 훌륭한 선수’라고 치켜세우고 있고 그간 외국인 타자 영입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던 KIA 구단 역시 그의 인성과 성실함을 높이 평가한다. 한국 생활에도 매우 잘 적응하고 있다. 그의 첫째와 둘째는 모두 한국에서 출생했다. 중요한 순간 인상적인 활약과 친화력을 인정받은 그는 ‘효자 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미담과는 별개로. 그에게도 아쉬운 점은 있다. 타고투저가 극심한 와중에 올시즌 필의 성적은 연봉 90만불인 외국인타자의 기록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시즌 테임즈와 나바로가 45홈런 이상을 기록했고, 올 시즌에도 테임즈가 40홈런, 로사리오가 33홈런을 넘긴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변함없는 선구에 있어서의 약점도 아쉽다. KBO에서의 3시즌간 타율 0.318을 기록하는 동안 출루율은 0.362에 그쳤다. 통산 볼넷/삼진 비율 역시 0.463으로 낙제점. 점점 볼넷과 출루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삼진이 볼넷보다 2배 이상 많다는 점은 크나큰 단점이다.
여기에 올 시즌에는 병살타와 실책 문제까지 더해졌다. 그는 올 시즌 16개의 병살타로 리그 5위에 올라있다. 이는 로사리오와 함께 외국인 타자 중 최다 기록이다. 게다가 실책은 무려 13개로 리그 1루수 중 최다. 리그의 타고투저 흐름과 점점 강조되는 1루수의 수비력을 감안했을 때 과연 재계약이 정답일까 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필의 재계약 문제는 '필송논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KIA 팬들 사이에서도 지속적인 논란거리였다. ‘필 정도로 꾸준한 타자가 어디 있느냐’라는 측과, ‘1루수 필로는 우승을 노리는 팀이 되기 어렵다’는 측의팽팽한 대립.
특히 올 시즌에는 그의 단점이 유독 도드라져 보이는 만큼 시즌 종료 이 후에도 논란은 계속될 공산이 크다. 결정은 구단의 몫이겠지만 3시즌 연속 OPS 0.9를 넘지 못하는 외국인 타자에게 연봉 90만불은, 합리적인 투자라 보긴 어렵다.
1편 다시보기 : 당장 여권 빼앗아! 무조건 붙잡아야 할 4인방
[기록 및 사진 출처: 프로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각 구단 ]
계민호 기자/ 편집: 김정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