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 리포트
'100타점' 정의윤, 아직은 속 빈 쭉정이
2016-10-03 월,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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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연
정의윤.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만년 유망주' 정의윤이 생애 첫 100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달 30일 잠실에서 열린 SK와 LG의 팀간 15차전, 정의윤은 9회 초 무사 만루 상황에서 LG의 마무리투수 임정우를 상대로 유격수 땅볼기록하며 물러났다. 임정우가 4구째 던진 146km/h의 패스트볼을 받아쳤지만 배트에 빗맞으면서 높이 튀어오른 땅볼이 되었다. 오지환이 타구를 잡아 1루로 송구한 사이에 3루 주자 조동화가 홈을 밟으면서 정의윤이 타점을 기록하게 되었다. 프로에 데뷔하고 처음 달성한 한 시즌 100타점이다.
어제까지 8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정의윤이었지만 올 시즌 타율 0.312에 출루율 0.349, 장타율 0.513와 178안타(4위) 27홈런(8위) 100타점(11위)을 기록하면서 데뷔 이후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 7월 트래이드로 SK에 이적한 후 이전보다 훨씰 뛰어난 공격력을 선보이며 활약하고 있다.
올해 프로야구선수로 10년째 활약 중인 정의윤은 2005년 신인 드래프드 당시 2차 1라운드에 지명되었다. 1차 지명을 받은 박병호와 함께 LG에 입단하면서 차세대 우타 거포 유망주로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LG에선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박병호는 2011년 넥센으로, 정의윤은 2015년 7월 SK로 트래이드 되었다. LG에서 투수 신재웅과 신동훈, 외야수 정의윤을 내주면서 투수 진해수와 여건욱, 외야수 임훈을 받아오는 트레이드였다.
트레이드로 소속팀을 옮긴 것이 계기가 되었는지, 정의윤은 SK로 이적하자마자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었다. 무서운 페이스로 14개의 홈런을 몰아치면서 데뷔 후 첫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했고, 이를 포함한 모든 타격 관련 기록들이 눈에 띄게 향상된 것이다.
정의윤이 시즌을 마치고 받아든 성적표는 프로 1군 무대에서 처음 받아보는 것이었다. 2015 시즌 정의윤의 최종 기록은 타율 0.342 출루율 0.397 장타율 0.537 14홈런 51타점. 모두 정의윤이 프로에 입단한 이후 거뒀던 가장 높은 기록이었다. 특히 장타율의 상승이 눈에 띈다. 정의윤은 2014년까지 장타율을 5할 이상 기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작년 SK 이적 후에 거둔 성적만을 놓고 보면 타율 0.342 출루율 0.419 장타율 0.617 14홈런 44타점이다. 트래이드 전까지 단 한 개의 홈런도 치지 못했던 선수의 타석당 홈런비율이 6.28%(해당 기간 전체 4위)였다. 2011년 7월 박병호가 트래이드를 통해 넥센으로 이적한 후 12홈런 28타점을 몰아친 것을 연상케 하는, 정의윤의 활약은 올해 많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거포의 탄생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기록들을 더 살펴보면 정의윤이 세운 기록들은 박병호의 그것과는 조금 다름을 알 수 있다.
`12박병호와 `16정의윤의 타격기록. 출처=스탯티즈
트레이드 다음 해 기록한 성적만 놓고 보면 둘의 활약은 비슷하다. 2012년 박병호는 타율 0.290 출루율 0.393 장타율 0.561 136안타 31홈런 105타점을 기록했다. 올해 정의윤은 박병호보다 더 적은 홈런과 타점을 기록했지만 더 높은 타율과 더 많은 안타를 기록했다. 2012년과 올해의 리그 성향과 경기수에서 차이가 있지만 비슷한 성적을 기록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정의윤은 타석당 볼넷 비율이 4.1%로 올해 규정타석을 소화한 타자들 중 가장 적은 비율로 볼넷을 고르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정의윤이 소화한 시즌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치다. 2012년 박병호가 13%(당시 리그 9위)의 비율로 볼넷을 골라낸 것과 대조적이다.
타석에서 정의윤이 투수를 상대한 기록. 굉장히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스윙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출처=스탯티즈
야구 기록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정의윤은 타석당 평균 3.48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이는 규정타석을 소화한 타자들 중 세 번째(1위 SK 김성현 3.3개)로 적은 갯수다.
정의윤이 기록한, 전체 투구수에서 배트가 나온 비율은 53%(3위)였다. 초구에 배트가 나온 비율 역시 39.4%(7위)로 LG시절 보다 적극적인 스윙을 시도했다. 투수들이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던지려는 경향을 역이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전략은 투수의 공에 익숙해지기 전에 타격을 하면서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 정의윤도 배트를 휘둘렀을 때 볼을 맞춘 비율은 82%(24위)로 리그에서 손꼽힐 정도로 적극적으로 스윙하는 것과 비교하면 조금 부족한 모습이다.
이에 따라 타격의 생산성 또한 정의윤이 박병호보다 떨어지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올 시즌 정의윤의 wOBA(가중출루율, 타자의 출루가 득점으로 연결되는 비율을 나타낸 통계지표)는 0.377로 리그 38위를 기록중이다. 박병호가 2012년 wOBA 0.430(4위)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와 2012년의 투타 성향이 각각 타고투저, 투고타저임에도 박병호가 월등한 기록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경기수 또한 2016년(144경기)이 2012년(133경기)보다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정의윤의 타격성적은 박병호와 견주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다.
정의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면서 SK의 중심타자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시즌 중반에 팀을 옮긴 이후 뛰어난 보다 향상된 공격력을 선보였고 안타, 타율 등의 고전적인 기록으로만 따질 때 박병호에 견줄만 했지만 BB%, wOBA 등 세부적인 기록에서 박병호에게 많이 못미치는 모습을 보였다.
아직 갈 길이 먼 정의윤이다. 하지만 그의 재능은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