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야구에서 삼성 라이온즈는 볼 수 없게 되었다. 3일 대구 LG 트윈스전에서 3:10으로 완패해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가 확정되었다.
현재 삼성은 64승 1무 76패 0.457의 승률로 8위이다. 아직 최종 순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정규 시즌 1위,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의 위업을 달성한 삼성으로서는 낯선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시즌 종료 후 스토브리그에서 삼성은 세 가지 과제가 집중 부각될 것이다. 첫째, 류중일 감독의 재계약 여부, 둘째, FA 자격을 얻은 최형우와 차우찬의 잔류 여부, 셋째, 리그 최악 수준이었던 외국인 선수 영입 문제이다.
하지만 삼성의 명가 재건을 위해서는 빼놓을 수 없는 과제가 필승 불펜의 재구축이다. 과거 삼성이 상위권을 질주하던 시절에는 상대 타선을 질식시키는 리그 최강의 불펜을 보유했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간 불펜의 주축 선수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삼성을 떠났다. 해외에 진출하거나 타 팀으로 이적한 투수도 있지만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러 삼성 유니폼을 벗은 이들도 있다.
삼성 주요 불펜 투수들의 기록 ⓒ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케이비리포트)
불펜 투수는 외부 영입을 통해 확보하기 어렵다. 올 FA에서 불펜 대어는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삼성에 외부 FA 영입 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떠나 FA 불펜 투수의 이적 후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
트레이드를 통해 필승 불펜 투수를 얻으려면 상당한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타고투저가 심화되면서 투수들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결과적으로 불펜 재구축은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삼성 심창민 ⓒ 삼성 라이온즈
질곡의 시즌을 보냈지만 삼성은 새로운 마무리 투수 심창민을 얻었다. 2012년 프로 데뷔 후 지난해까지 단 3세이브에 그쳤던 심창민은 올해 24세이브를 거두며 마무리 투수 자리를 꿰찼다.
올 시즌 20세이브 이상을 거둔 KBO리그의 7명의 마무리 투수 중 심창민이 가장 젊다. 팀 사정 상 이닝 소화가 다소 많았지만 내년 시즌에 관리를 받으며 던진다면 더욱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
관건은 심창민을 뒷받침할 셋업맨이다. 넥센에서 트레이드된 김대우가 팀 내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홀드인 11홀드를 기록했다. 하지만 사이드암 투수인 김대우에 좌타자 승부를 맡기기 쉽지 않다. 사이드암 마무리와 사이드암 셋업맨의 연이은 등판도 바람직한 구성은 아니다.
박근홍과 백정현이 각각 9홀드를 기록했지만 확실한 좌완 셋업맨으로 안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내년이면 박근홍이 32세, 백정현이 30세가 된다. 성장을 말하기에는 어려운 나이에 도달한다.
삼성 장필준 ⓒ 삼성 라이온즈
장필준은 실질적 1군 무대 첫해인 올해 4승 5패 4세이브 8홀드를 기록했다. 올 시즌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 여름나기에 성공한다면 셋업맨으로 안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심창민을 제외하면 확실한 믿음을 줄 수 있는 불펜 투수는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부 육성을 통해 새얼굴을 발굴해야만 삼성 불펜은 단단해질 수 있다. 올 겨울 삼성이 불펜을 재구축해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