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퇴장’ 삼성의 결정, 설득력 없다
[이용선의 견제구] 희생양으로 전락한 V4 명장 류중일 감독
삼성 라이온즈가 감독 교체를 단행했다. 16일 삼성은 김한수 타격 코치의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3년 총액 9억 원의 계약 조건이다.
류중일 감독 재계약 무산
놀라운 것은 류중일 감독의 재계약 무산이다. 일부 언론을 통해 류중일 감독의 재계약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이루어졌지만 결과적으로 어긋났다.
재계약이 무산된 삼성 류중일 감독 ⓒ 삼성 라이온즈류중일 감독의 재계약 무산은 외형적으로는 ‘경질’과 다르다. 구단이 임기가 만료된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고 새로운 감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감독이 임기 도중에 팀을 떠나는 상황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이 누구인가. 6년의 임기 동안 5년 연속 정규 시즌 우승에 4년 연속 한국 시리즈 제패의 명감독이다. KBO리그 역사 상 그 어떤 감독도 이처럼 연속적인 정규 시즌 우승 및 한국시리즈 우승 업적을 일궈내지 못했다. 그러나 류중일 감독은 두 번째 임기 마지막 해에 9위에 그쳤다는 이유로 재계약에 실패했다.
삼성의 추락, 류중일 탓인가
과연 삼성이 9위에 그친 이유가 류중일 감독의 탓인지 궁금하다.
올 시즌 삼성을 거쳐 간 외국인 선수 중 제 구실을 한 선수는 투타를 통틀어 한 명도 없다. 외국인 투수 웹스터, 벨레스터, 레온, 플란데 4명이 합작한 승수는 6승에 불과하다. 나바로의 성실성 논란을 삼성 구단이 불러일으킨 끝에 데려온 외국인 타자 발디리스는 고작 44경기에 출전했다.
플란데를 제외한 삼성의 외국인 선수들은 시즌 내내 부상에 신음해 1군에서 볼 수 없었다.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가 참혹하게 실패했다.
도박 파문으로 계약 해지된 안지만 ⓒ 삼성 라이온즈도박 파문도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터진 임창용, 윤성환, 안지만의 해외 원정 도박 파문은 삼성이 그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치게 한 빌미가 된 것은 물론 올 정규 시즌까지 팀 분위기를 뒤숭숭하게 만들었다. 이들 중 일부 선수에 대한 수사가 올해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주전 3루수이자 중심 타선을 구성한 박석민의 FA 이탈은 삼성 전력의 직접적인 약화를 야기했다. 누구도 박석민의 공백을 공수에서 메우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실패와 주축 투수의 도박 파문, 그리고 박석민의 이탈 속에서 류중일 감독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게다가 삼성은 다년 간 1군 무대 우승을 목표로 쉴 새 없이 달려와 2군 육성은 타 팀에 비해 뒤떨어졌다. 선수층이 타 팀에 비해 얇았다.
삼성은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단장과 함께 감독을 교체했다지만 단장 교체는 소위 ‘물 타기’로 보인다. 류중일 감독은 지휘봉을 내려놓고 기술 고문으로 임명되었다. 하지만 기술 고문은 아무런 실권이 없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삼성의 향후 행보는?
일부에서는 류중일 감독의 재계약 무산이 삼성이 넥센과 비교해 성적과 리빌딩,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넥센은 주축 선수 중 불미스러운 이유로 팀을 떠난 이가 없으며 외국인 선수 중 누구도 부상에 신음하지 않았다. 게다가 넥센의 프런트는 야구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프런트가 전문성이 결여된 삼성과는 엄연히 다르다.
FA 자격을 취득하는 삼성 최형우 ⓒ 삼성 라이온즈류중일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은 삼성이 올 스토브리그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일 기획 산하의 삼성 스포츠단이 지금까지 그래왔듯 향후에도 투자에 인색하다면 삼성은 암흑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외부 FA 영입은커녕 내부 FA 최형우와 차우찬을 놓치고 ‘돈 싸움’인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에도 실패한다면 삼성은 하위권 전전을 면하기 어렵다.
반대로 삼성이 위세를 세우기 위해 야구단에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내부 FA 최형우와 차우찬을 잔류시키는 것은 물론 외부 FA도 잡고 수준급 외국인 선수도 데려와 ‘1등 기업’에 부합되는 야구단으로 재탄생하는 시나리오이다. 설령 그렇게 된다 해도 왜 류중일 감독은 이 같은 지원을 받지 못했는가 하는 의문은 지울 수 없을 것이다.
과거 삼성은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었지만 우승에 번번이 실패했다. 성적에 대한 압박에 시달려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달성한 감독들마저 물러났기 때문이다. 구단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30년 동안 입었던 삼성 유니폼을 벗게 된 류중일 감독의 처지를 보면 삼성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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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출처: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