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부형' 관리자 김성근 감독, 정상적인 회사라면?
[이용선의 견제구] 관리자로서 역량 부족을 여실히 드러낸 한화 김성근 감독
KBO리그에 포스트시즌과 더불어 감독 교체의 열풍이 불어 닥치고 있다. 2년 연속 최하위 kt 위즈는 조범현 감독과 작별하고 김진욱 감독을 선임했다.
9위로 추락한 삼성 라이온즈는 한국시리즈 4회 연속 우승의 류중일 감독을 기술 고문으로 퇴진시키고 김한수 감독을 임명했다. SK 와이번스는 임기가 만료된 김용희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다.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은 전일 준플레이오프 탈락 직후 자진 사퇴를 선언했다.
프로야구 감독은 관리자다
기존 감독들의 퇴진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가장 관심이 쏠리는 것은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의 향후 거취다. 그는 지난 2시즌 간 한화를 이끌었지만 각각 6위와 7위에 그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김 감독의 그간 이력이나 스타일 상 장기적인 육성이 아닌 단기간 가시적인성적 상승에 방점을 찍은 영입이었지만 그 결과는 참담하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경기 초반부터 개입하고 작전 야구를 펼치는 감독들이 여전히 활약하고 있고 때로는 지도자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프로야구 감독의 본연의 역할은 관리자다.
야구의 본고장 메이저리그에서 감독을 '매니저(Manager)'라 부르는 이유도 다름 아니다. 선수단을 잘 관리해 조화로운 팀 분위기를 형성하고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매니저인 감독에게 요구되는 최우선적인 역할이다.
자본주의 스포츠의 총아라 할 수 있는 프로야구를 일반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관리자로서의 감독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무엇인지 보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지난 2년 간 김성근 감독은 어떤 관리자였을까?
1.투자 대비 성과를 내지 못하는 관리자
▲ 김성근 감독 |
ⓒ 한화 이글스 |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체라면 조직 관리자들은 주로 투자 대비 성과로 평가받게 된다. 전일 사의를 표명한 염경엽 넥센 감독처럼 열악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일궈내는 관리자도 있다.
한편 많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경영 계획에 부합하는 성과를 내지 못해 자신이 맡은 조직 자체를 위태롭게 만드는 관리자도 있다. 이런 경우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좌천되는 등 그 실패에 합당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상례다.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한화 구단이 내외부 FA에 투자한 금액만 300억 원이 넘는다. 외부 FA 배영수, 권혁, 송은범, 정우람, 심수창을 영입했다.(총 221억원) 이들에 대한 계약금과 연봉 뿐만 아니라 보상금과 보상 선수라는 출혈도 있었다. 내부 FA 김태균, 조인성 등에게도 후하게 지갑을 열었다.(총 94억원)
로저스와 같은 특급 외국인 선수 영입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잦은 외국인 선수 교체로 발생한 비용도 상당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KBO리그 선수단 연봉 총액은 한화가 단연 1위였다. 외국인 코치도 영입해 선수단 지도에 활용했다. 그야말로 물량 공세였다. 김성근 감독은 KBO리그 사상 가장 전폭적인 지원과 가장 많은 권한을 부여받은 감독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한화의 투자와 성적은 비례하지 못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포스트시즌 진출은 물론 상위권 팀으로 꼽혔지만 시즌 초반부터 최하위로 추락했고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포스트시즌 진출에도 실패했다.
감독 부임 후 첫번째 시즌이야 일정 부분 이해받을 여지가 있었지만 더 많은 투자를 얻어낸 올시즌, 지난 해 시행착오를 답습한 올시즌 한화 이글스의 실패를 보면 김성근 감독의 역량 부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이라면 이 정도 실패를 초래한 관리자가 온전히 자리를 보전하기 어렵다.
2. 내부 자원 관리에 무능한 관리자
▲ 재활 치료 끝에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게 된 한화 권혁 |
ⓒ 한화 이글스 |
한화가 기대치에 성적을 올리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부상 선수 속출이다. 올해에만 투수 안영명, 로저스, 김범수, 송창식, 권혁이 수술대에 올랐다.
특히 이탈 직전까지 KBO리그 불펜 투수 중 최다 이닝을 소화하며 철완을 과시하는 듯했던 송창식과 권혁의 연이은 이탈 및 수술은 그들의 혹사를 걱정했던 많은 이들을 씁쓸하게 했다. 감독 심지어 선수 본인이 부인해도 혹사라는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올 시즌 한화 투수들의 연이은 부상과 수술은 김성근 감독이 내부 자원 관리나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미숙한 관리자임을 직관적으로 알려 준다.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투수가 마운드에 오른다고 고집해도 막아야 하는 것이 정상적인 감독의 역할이다. 내부 조직원의 건강 등 상태에 대한 면밀한 관심 및 적절한 배치, 활용이야 말로 관리자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덕목이다.
하지만 한화의 선수들은 경기 도중 종종 혹사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기용에 내몰리는 것은 물론 경기 전후에도 특타와 특훈을 주기적으로 반복해야 했다. 주 중에는 야근, 주말에는 특근으로 직장인들을 내모는 이른바 '멍부형' 관리자들이 보이는 전형이었다. '극한직업: 한화 불펜'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3. 남 탓 관리자, 조직을 불행하게 만든다.
▲ 프로야구 야매카툰(8/25) 김성근은 김성근으로 반박된다 중 |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
관리자에게 요구되는 또 다른 덕목은 책임을 지는 것이다. 자신의 조직 관리 방식이나 운영에 잘못은 없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끊임없는 수정을 거쳐 조직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선발 투수가 퀵후크로 강판된 뒤 불펜 투수들이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불펜 야구로는 정규시즌 144경기를 버텨낼 수 없다는 사실을 2015시즌 후반기 처절하게 경험했던 한화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은 올 시즌에도 동일한 방식을 고집했고 팀 성적은 더 하락했다. (2015 6위 68승 -> 2016 7위 66승)
지난 2시즌 간의 처절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김성근 감독의 부진의 원인을 외부에서만 찾고 있다. 선수들의 정신력과 폼을 탓하고 심지어 구단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탓했다. 타 구단, 언론도 김성근 감독의 '탓'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김성근 감독의 발언만 모아 보면 본인은 아무 책임이 없는데 주위에서 그를 방해하고 팀의 발목을 잡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다.이른바 '피해자 코스프레'라는 것이 그야말로 내면화된 형국이다.
관리자가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면 조직 자체적으로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선순환이 멈추게 된다. 그로 인해 그 조직은 고인 물이 되고 썩게 되기 마련이다. 결국 가장 불행해지는 것은 개선을 멈춘 해당 조직과 그 구성원들이다.
큰 권한에는 그에 걸맞는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무능한 관리자가 거대 조직을 떠 맡는게 트렌드가 된 사회라곤 하지만 관리자로서 역량 부족을 여실히 드러낸 김성근 감독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한화 구단 역시 정상적인 조직이라 보긴 어렵다.
[기록 참고: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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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출처: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