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오재일, 최승준은 누구? 10개구단 거포유망주(2)
야구에는 여러 종류의 타자들이 있다. 인내심 있게 공을 기다려 출루하는
선구안 좋은 타자, 일단 누상에 나가면 순식간에 베이스를 훔치는 발 빠른 타자, 휘둘렀다 하면 안타를 만들어내는 정확도 높은 타자 등. 이들은 모두
각자만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가장 주목받는 타자는 역시 단숨에 담장을 넘겨 점수를 만들어내는 ‘거포’다. 경쾌한 안타, 화려한
도루도 좋지만 역시 팬들이 가장 열광하는 것은 홈런이다. 오죽하면 ‘타격왕은
포드를 타지만 홈런왕은 캐딜락을 탄다’라는 말이 나왔을까.
이처럼 거포에 열광하는 팬들은 항상 새로운 얼굴에 목말라있다. 매
시즌을 앞두고는 항상 ‘제 2의 이승엽’, ‘제 2의 박병호’라는
수식어가 붙은 기사가 쏟아질 정도. 올 시즌에는 27홈런의
오재일, 19홈런의 최승준 등이 잠재된 파워를 폭발시켜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그렇다면 다음 시즌은 어떨까? 어떤 선수가 ‘예비 캐딜락 드라이버’가 될 수 있을까? 10개 구단의 대표적인 ‘거포 유망주’들을 살펴보자.
6. SK
와이번스 – 한동민
SK의 한동민(상세기록 보기)은 일찌감치 자신의 파워를 과시한 선수다. 2012년 9라운드 85순위로 SK에 입단한 그는 데뷔 2년차인 2013시즌 14홈런을 폭발시키며 단숨에 주전으로 도약했다. 해당 시즌 그는 팀 내 홈런 3위, 타점 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상승세를 다음 시즌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시즌 종료 후 어깨
재활을 하면서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못했고, 시범경기에서는 손가락 부상을 당했다. 2013시즌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변화구 대처 능력도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2014시즌 67경기에 나서 단 3개의 홈런만을 기록했다. 화려한 2년차와
비교하면 상당히 형편없는 성적. 그는 슬럼프 극복을 위해 군 입대를 선택했고, 2014시즌 종료 후 상무에 입대했다.
그의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그는 상무에서 2015시즌 21홈런, 그리고
올 시즌 22홈런을 때려내며 2시즌 연속 퓨처스리그 홈런왕을
차지했다. 상무 전역 후에는 곧바로 1군 엔트리에 합류해
6경기 18타수 5안타를
기록했다. 감독이 바뀌는 등의 변수가 있어 다음 시즌의 전망은 아직 불투명하지만, 상무에서 보여준 장타력을 감안하면 내년 시즌 주전으로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7. 한화
이글스 – 신성현
신성현(상세기록 보기)은 다소 독특한 이력을 가진 선수다. 덕수중학교 졸업 이후 일본 교토고쿠사이고로 진학, 2008년 고교 졸업 이후에는 NPB 히로시마 카프의 지명을 받았다. 한국 선수가 NPB 구단에 직행한 것은 그가 최초다.
하지만 1군의 벽은 높았다. 그는 1군에서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하며 2군을 전전하다 2013년 10월 히로시마에서 방출됐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고양 원더스에 입단했지만 여전히 그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부상으로 인해 해외파 트라이아웃에 나서지 못했고,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낙방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기회는 찾아왔다. 2015시즌 도중 육성선수 테스트를
통해 한화와 계약한 것. 계약 직후 2군에서 맹활약하며 1군에 등록된 그는 데뷔 시즌부터 두 차례의 만루홈런을 터트리며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KBO 데뷔 후 2시즌간 성적은 153경기
타율 0.258에 12홈런 41타점. 뛰어난 잠재력을 인정받아 주전급 백업으로 적지 않은 기회를
부여받았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도 많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선구안. 그는 데뷔 후 2시즌간 볼넷(28)보다
3배 이상 많은 삼진(98)을 당했다. 최근 외야수 전향을 시도하며 주전 자리를 노리고 있지만 선구안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주전으로 나서기 어렵다. 주전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구안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8. 롯데
자이언츠 – 오승택
오승택(상세기록 보기)은 이미 많은 팬들에게 익숙한 거포 유망주다. 유격수이지만 186cm/88kg의 탄탄한 체격을 바탕으로 한 일발장타가 매력적인 선수. 데뷔 시즌에는 1군에 나서지 못했고 2년차에도 1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경찰청 입대로 군 문제를 해결한 이후 기회를 잡았다.
전역 후 첫 시즌인 2014시즌 2014시즌
주로 대타와 대주자로 나서며 57경기에 나선 그는, 이듬해
드디어 주전 자리를 꿰찼다. 그의 2015시즌 성적은 122경기 타율 0.275에 8홈런
43타점 15도루. 5월
23일 LG전에서는 3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는 등 화끈한 파워를 과시했다.
하지만 동시에 약점도 확연히 드러났다. 볼넷(17)의 5배가 넘는 삼진(100),
그리고 16개에 달하는 실책이 그것. 선구안과
수비에서 약점이 드러나면서 뛰어난 파워와 준수한 스피드도 빛을 잃었다. 주전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약점 보완이 절실했다. 오승택은 약점 극복을 위해 비시즌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는 바로 나타났다. 그는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 타율 0.350에 2홈런 7타점으로
활약했다. 볼넷(10)과 삼진(10)이 같을 정도로 선구안이 좋아졌고, 수비력에서도 안정감이 생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2년 연속 주전 자리도 문제가 없을 듯했다.
문제는 부상이었다. 그는 시즌 초 정강이뼈 분쇄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당하며 전력에서 이탈했다. 재활 후 8월에 1군에 복귀했지만 완벽히 회복되지 않아 유격수가 아닌 지명타자와 대타로 주로 출장했다. 결국 그는 42경기 타율 0.260에
3홈런 7타점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제 그는 한층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다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베테랑
문규현이 건재하고 군에서 전역한 신본기도 기량이 한층 발전한 상황. 주전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분발이
필요하다.
9. 삼성
라이온즈 – 나성용
나성용(상세기록 보기)은 NC 다이노스의 간판 타자 나성범의 형이다. 연세대 졸업 이후 2011년 3라운드 17순위로 한화에 지명되어 동생보다 한 발 먼저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프로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데뷔 시즌 27경기에 나서 2홈런을 터트리며 주목받았지만 그뿐. 이듬해 송신영의 보상선수로 LG 유니폼으로 갈아입었고, 그 해 단 한번도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한 뒤 경찰청에 입대했다.
전역 후에도 문제는 계속됐다. 전역 후 첫 시즌인 2015시즌 만루홈런을 터트리며 다시금 존재감을 알렸지만 출장 기회는 40경기에
불과했다. 결국 그는 2015시즌 종료 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삼성으로 이적했다. 한화에서 LG로, 이후 경찰청으로, 다시
LG로 돌아온 직후 이번에는 삼성으로. 입단 후 단 5년만에 ‘저니맨’ 신세로
전락했다.
삼성에도 기회는 많지 않았다. 우타 대타 요원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1군 출장은 6경기에 그쳤다. 그나마 2011시즌 한화,
2015시즌 LG에서는 ‘한 방’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삼성에서는 그마저도 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전망이 마냥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는 올 시즌
그의 퓨처스리그 기록은 타율 0.323에 13홈런 53타점. 남부리그 홈런 6위에
오르며 여전한 장타력을 보여줬다. 게다가 삼성은 당장 최형우의 이탈이 우려되고, 이승엽 역시 은퇴가 눈 앞으로 다가온 상태다. 비시즌 좋은 인상을
남긴다면 다음 시즌 1군에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가
오랜 2군 생활을 딛고 1군에서 꽃을 피우는 모습을 기대해보자.
10. kt
위즈 – 문상철
kt에는 거포 유망주들이 즐비하다.
1차 지명자 출신 김동명, 해외파 출신 1라운더
남태혁, 유승안 경찰청 감독의 아들인 유민상까지. 이외에
모상기, 이해창 등도 일발 장타를 갖춘 뛰어난 유망주들이다.
하지만 가장 기대되는 거포 유망주를 꼽으라면, 단연 문상철(상세기록 보기)이 첫 손에 꼽히지 않을까. 문상철은 2014년 2차 특별지명을 통해 kt 유니폼을 입었다. kt는 그가 고려대 시절 보여준 화끈한 타격 능력에 기대를 걸었다. 184cm/85kg으로 체격조건도 우수했기에 미래 거포 자원으로 키우기에 손색이 없었다. 그는 입단 첫 해 퓨처스리그에서 14홈런을 터트리며 가능성을 보였다.
물론 1군 무대는 쉽지 않았다. 2015시즌
kt가 1군에 첫 선을 보였지만 그의 활약은 미진했다. 2015시즌 51경기 2홈런, 올 시즌 48경기 1홈런이
그가 남긴 1군 기록의 전부였다.
하지만 2군에서의 그는 달랐다.
2015시즌 퓨처스리그에서 15홈런을 터트리며 팀 내 1위를
기록했고, 올 시즌에도 17홈런으로 팀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려냈다. 3시즌 평균 15홈런으로 ‘거포 본능’을 발휘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입증했다.
이제는 1군에서도 잠재력을 폭발시킬 차례다. 올 시즌 유민상이 1루 포지션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분명 문상철에게도 기회는 돌아올 터. 시범경기와 시즌 초반 경기에서 좋은 인상을 남긴다면 주전 도약도 노려볼 수 있다. 다음 시즌에는 2군이 아닌 1군에서 맹타를 휘두르는 그의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