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의 2016갑툭튀열전] ① 곰의 등에 날개를 달아준 보우덴
두산 보우덴. ⓒ 두산 베어스
두산은 지난해 정규시즌을 3위로 마쳤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넥센과 NC, 삼성을 연파하며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팀 전력의 핵심인 외국인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제 역할을 못했지만, 두산 특유의 허슬 플레이와 화수분 야구로 그 공백을 메웠다. 그동안 포스트시즌의 단골이면서도 2001년 이후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던 두산에 한국시리즈 우승은 어떤 것보다 귀중한 성과이자 경험이었다.
그 경험은 두산을 한층 더 강화시켰다. 올 시즌 두산은 투타에서 압도적인 전력을 바탕으로 리그를 평정했다. 김현수의 이탈에도 전년보다 강해진 타선과 '판타스틱4'라 불릴 정도로 강력한 선발진을 중심으로 탄탄해진 마운드는 두산의 정규시즌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올 시즌 보우덴과 지난 시즌 마야, 스와잭의 성적. ⓒ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이 중 '판타스틱4'의 한 축을 책임진 외국인 투수 마이클 보우덴의 활약은 데뷔 첫 해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올 시즌 보우덴은 30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180이닝 동안 18승 7패 평균자책점 3.80, 160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5월과 7월, 8월에 각각 평균자책점 6.15, 5.10, 7.84로 부진했지만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탈삼진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6월 30일엔 NC를 상대로 KBO리그 통산 13번째이자 외국인선수로는 3번째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다. 2015시즌 마야와 스와잭이 남긴 아쉬움을 털어내는 활약이었다.
지난해 마야는 2015시즌 13경기 2승 5패 평균자책점 8.17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인 4월 9일 노히트노런을 달성하는 깜짝 활약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후 부진을 거듭하면서 방출됐다. 마야 대체선수로 입단한 스와잭 역시 마찬가지였다. 20경기 5승7패 평균자책점 5.26을 기록했다. 마야만큼의 부진은 아니었지만 영입 당시 기대치엔 미치지 못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단 한 경기에 2이닝 등판한 뒤 자취를 감췄다.
두 투수가 기록한 탈삼진은 총 134개였고, 합작한 이닝은 160.2이닝이었다. 퀄리티스타트 횟수는 총 9회에 불과했다. 이 수치 뿐만 아니라 대부분 기록을 합산해도 올 시즌 보우덴의 기록에 미치지 못한다. 니퍼트 영입 이후 두 번째 외국인투수로 재미를 보지 못한 두산에 보우덴은 그야말로 굴러들어온 복덩이였다.
보우덴의 투구 관련 세부기록. ⓒ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세부기록을 살펴보면 보우덴이 두산의 질풍가도에 확실하게 기여했음을 알 수 있다. 보우덴의 평균자책점은 올 시즌 규정이닝을 소화한 선발투수들 중 6번째로 낮은 수치다.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하는 RA9-WAR(9이닝당 평균 실점율을 기반으로 투수의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를 산출하는 지표)은 6.79로 리그 전체 4위다.
KBO리그의 사건별 득점가치를 반영한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 kFIP는 4.03으로, KIA의 헥터(3.70)에 이어 2위다. kFIP는 쉽게 말해 순수한 의미의 투구만으로 실점을 억제하는 능력을 수치화한 것이다. 이를 놓고 보면, 보우덴은 헥터에 버금가는 리그 최상위급 투구로 실점을 최대한 억제했다고 할 수 있다.
보우덴은 올해 탈삼진 1위 투수답게 타석당 삼진이 21.6%로 규정이닝을 소화한 리그 선발투수들 중 가장 높은 기록을 자랑하고 있다. 여기에 WHIP(이닝당 출루허용)는 1.18로 한 이닝에 허용한 출루 또한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안타율과 피OPS 또한 리그에서 가장 낮은 0.239와 0.657을 기록했다. kFIP를 통해 나타난 보우덴의 투구능력을 의심할 수 없는 이유다.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보우덴이 올 시즌 이끌어낸 헛스윙 삼진의 갯수는 140개이며, 루킹 삼진은 20개다. 총 160개의 탈삼진 중 헛스윙 삼진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는 보우덴의 공이 치려해도 못 칠 정도로 빼어났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보우덴은 평균 145km/h 이상의 패스트볼과 평균 130km/h대 초반의 스플리터와 슬라이더를 구사했다. 가끔씩 커브도 섞으며 쏠쏠한 재미를 봤다. 보우덴의 패스트볼은 그 중 단연 일품이었다.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상대할 NC와는 어땠을까. 보우덴은 올 시즌 NC를 상대로 3경기에 등판해 23이닝 2승 1패 평균자책점 1.17을 기록했다. 데뷔전과 두 번째 경기는 잠실에서 각각 8이닝 무실점 1볼넷, 9이닝 무실점 3볼넷 노히트노런을 기록했고, 마지막 경기인 마산에서도 6이닝 3실점 2볼넷으로 NC를 상대로 빼어난 피칭을 보였다.
2016시즌 보우덴의 NC 주축타자 상대성적. ⓒ야구기록실 KBReport.com
NC 주요 타자들과의 상대 전적에서도 보우덴의 강력함은 여실히 드러난다. 보우덴을 상대로 가장 많은 타석에 들어섰던 박민우와 나성범은 각각 10번의 타석에서 8타수 1안타, 8타수 무안타로 침묵했고 2안타 이상 쳐낸 선수는 박석민(6타수 2안타)이 유일했다. 연패로 수세에 몰린 NC 입장에서 3차전 선발투수가 보우덴이라는 사실은 절망에 가까운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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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출처: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