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KBO리그가 두산 베어스의 통합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KBO리그 역사상 최초가 될 수 있었던 한국시리즈 잠실 더비는 LG 트윈스가 NC 다이노스에게 플레이오프에서 밀리면서 물거품이 되었다.
LG는 플레이오프 1차전 패배가 치명적이었다. 9회초까지 2:0으로 앞섰지만 9회말 불펜이 무너져 2:3으로 역전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LG가 1차전을 잡아 마산 원정 2연전을 최소 1승 1패로 맞추고 상경했다면 한국시리즈 티켓의 향방은 알 수 없었다.
LG 임정우 ⓒ LG 트윈스
1차전 9회말 시작과 함께 LG는 클로저 임정우를 투입했다. 2점차 리드의 1이닝 마무리로 승계 주자도 없었다. 이지 세이브 상황이었다. 하지만 임정우는 등판 직후 3연속 피안타로 아웃 카운트를 잡지 못한 채 강판되었다. 결과적으로 임정우는 패전 투수가 되었다.
임정우의 3피안타 중 2개는 변화구 구사에서 비롯되었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NC가 전력 분석을 통해 임정우가 변화구 비중이 높은 마무리 투수라는 점을 꿰뚫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LG 임정우 2016시즌 구종 비율 ⓒ 스탯티즈(http://www.statiz.co.kr)
정규 시즌에서 임정우의 빠른공 비중은 45.2%로 절반을 넘지 않았다. ‘마무리 투수의 기본은 빠른공’이라는 상식과는 차이가 있다.
대신 슬라이더 25%, 커브 16.4%, 스플리터가 11.7%를 차지했다. 3종의 변화구를 모두 합하면 절반이 훌쩍 넘는 53.1%이다. 임정우의 높은 변화구 의존도가 통계를 통해 드러난다.
임정우가 빠른공 구속이 떨어지는가 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140km/h대 후반의 강속구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마무리는 빠른공’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상대 타자들이 임정우의 슬라이더와 커브에 방망이를 연신 헛돌리자 변화구의 비중은 높아지게 되었다.
하지만 변화구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임정우의 빠른공의 제구력은 상대적으로 예리함을 잃은 것이 사실이었다. 대부분의 마무리 투수들이 2스트라이크까지는 빠른공으로 잡고 결정구로 변화구를 사용하는 패턴과 달리 임정우는 초구, 2구 등 카운트를 잡을 때도 변화구 구사 빈도가 높았다.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투수일수록 빠른공의 가치를 등한시하는 경우가 있다. 빠른공을 던지면 얻어맞을 것만 같아 변화구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빠른공은 그야말로 타고난 투수의 재능이며 모든 구종의 기본이다.
현장의 지도자들 중에는 변화구에 의존하는 투수를 소위 ‘손장난을 한다’며 경계하는 이들도 있다. 변화구 개발에 골몰하거나 변화구의 높은 비중에 의존하다 기존에 지녔던 강속구의 구위가 떨어져 스스로 가치를 떨어뜨린 젊은 투수들을 숱하게 보아왔기 때문이다.
임정우는 정규 시즌에서 3승 8패 28세이브 3.82의 평균자책점으로 풀타임 마무리 첫해에 대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이제는 상대도 임정우의 장단점을 주도면밀하게 분석해 내년 시즌에 대응할 것이다. 즉 임정우의 변화구 위주의 투구에 대한 공략법을 준비한다는 뜻이다.
젊은 선수가 풀타임 첫해에 중요 보직에 안착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2년 연속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상대가 현미경 분석에 나서 약점을 파고들기 때문이다. 내년 시즌에는 임정우가 빠른공을 더욱 가다듬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