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는 스토브리그 최대의 볼거리인 FA 시장 개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는 소위 ‘최순실 사태’로 인해 FA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듯하다.
최순실 사태는 대기업과의 연관성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최순실과 연관된 재단에 대기업들이 각각 수십 억 원씩을 출연한 정황이 포착되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승마에 거액을 지원한 혐의로 삼성이 8일 검찰에 전격 압수 수색 당했다.
최순실에 관련해 거액을 부당하게 지출한 대기업들을 피해자가 아닌 공범으로 보는 시각이 엄연히 존재한다. 정권 비선 실세에 협조해 반대급부로 이득을 취하려는 대가성이라는 지적이 그것이다. 촛불 집회로 상징되는 여론은 들끓고 있다.
이와 같은 시국에서 대기업들이 소유한 프로야구 구단이 FA에 거액을 투자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4년 총액 96억 원으로 역대 FA 최고 금액을 기록한 박석민 ⓒ NC 다이노스
역대 FA 최고 금액은 지난해 4년 총액 96억 원에 NC로 이적한 박석민이었다. 아직까지 총액 100억을 넘긴 FA 계약은 없었다.
하지만 외형적인 발표만 그러할 뿐, 실제로는 100억은 일찌감치 넘었다는 것이 야구계의 공공연한 정설이다. 단지 국민들의 괴리감을 비롯한 정서를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0개 구단 체제가 출범하면서 A급 선수는 상대적으로 더욱 부족해져 가치가 급등했고 FA 시장의 과열로 직결되었다.
만일 최순실 사태로 인해 대기업들이 ‘몸 사리기’에 들어간다면 KBO리그의 FA 시장은 최악의 경우 급랭할 수도 있다. ‘거액을 쉽게 쓴다’는 대기업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FA 자격을 취득한 김광현 ⓒ SK 와이번스
정반대의 전망도 있다. 최순실 사태에 대기업들이 무관하며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음을 과시하기 위해 FA에 거액을 투자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올해 FA 시장에는 김광현, 양현종, 차우찬, 최형우, 황재균 등 투타의 대어급 선수들이 넘쳐난다.
최순실 사태가 아니었다면 심리적 마지노선인 총액 100억을 넘기는 선수가 등장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타 팀 이적이 아닌 원 소속팀 잔류일 경우 팀에 대한 충성심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100억을 상회하는 계약 발표에 대한 당위성은 충분했다.
FA 자격을 취득한 최형우 ⓒ 삼성 라이온즈
하지만 최순실 사태로 대기업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FA 시장은 최소한 공식적인 발표로는 100억을 넘기기 쉽지 않게 되었다. 올해는 원 소속 구단 계약 기간이 사라진 첫 번째 FA 시장이 개장되어 FA 선수의 이적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측되었다. 하지만 복합적인 이유를 반영해 계약을 마무리하고도 ‘눈치작전’으로 인해 발표를 늦추거나 실제 계약된 금액보다 낮춰 발표할 수도 있다.
대형 FA의 다수 등장과 최순실 사태로 인해 FA 시장은 기묘한 쌍곡선을 선보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의 과감한 투자 없이는 성립할 수 없는 FA 시장에 최순실 사태의 여파가 미칠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총액 100억을 사상 최초로 넘기는 FA 선수가 등장할지, FA 시장이 최근 몇 년과 마찬가지로 달아오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