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 리포트
kt 돈 로치 스카우팅 리포트
2016-11-09 수, 02:41
By
길준영
창단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무른 kt가 가장 먼저 외국인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kt의 새로 합류한 주인공은 16시즌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도 올랐던 돈 로치(Donn Roach)다.
샌디에이고 유망주 시절 돈 로치
사진 : SD Dirk / Flickr
kt는 돈 로치와 총액 85만 달러에 계약했다. kt는 돈 로치를 2선발급 투수로 보고 있으며 차후 1선발급 투수를 추가 영입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kt는 신생팀 혜택으로 16시즌까지 외국인 선수 4명을 보유할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다른 구단들과 동일하게 외국인 선수 보유 제한이 3명으로 줄어든다. 돈 로치를 영입했고, 추가로 외국인 투수를 영입한다면 기존에 있던 밴와트, 피어밴드, 로위와는 모두 결별해야 한다.
kt는 돈 로치가 기존 3명의 투수보다 기량이 낫다고 판단해 영입을 했다고 말했다. kt가 내년 최하위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돈 로치가 올해 외국인 투수보다 좋은 활약을 해줘야 한다.
돈 로치는 누구인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출생인 돈 로치는 비숍 고먼(Bishop Gorman) 고등학교에서 3연속 주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2008 드래프트에서 LA 에인절스가 40라운드 전체 1219순위로 낮은 순번에 지명하면서 대학진학을 선택했다.
애리조나(Arizona) 대학에 입학한 첫 해 고교시절 최고 95마일까지 나오던 구속이 86-88마일대로 크게 떨어지며 1승 4패 ERA 7.84로 부진했다. 다음해 로치는 어릴 때부터 친구였던 브라이스 하퍼(현 워싱턴 내셔널스 외야수)를 따라 서던 네바다(Southern Nevada) 대학으로 전학을 간다. 이후 고교시절의 구위를 회복했고 2010 드래프트에서 에인절스에 3라운드 전체 115순위로 지명되어 26.1만 달러에 계약하며 프로커리어를 시작했다.
프로 데뷔 첫해에는 루키리그에서 16경기 4승 1패 ERA 6.04로 그다지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11시즌에는 싱글A에서 불펜으로 45경기 출장하며 5승 5패 2세이브 ERA 3.45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10-11시즌 에인절스 유망주 랭킹 20위권에 랭크되며, 핵심 유망주는 아니지만, 향후 메이저리그 중하위 선발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12시즌에는 하이싱글A에서 뛰던 중 에인절스가 어네스토 프리에리(에인절스 이적후 23세이브 기록)를 샌디에이고에서 영입하면서 그 반대급부로 내야수 알렉세이 아마리스타(메이저리그 606경기 출장)와 함께 샌디에이고로 이적했다.
샌디에이고에서도 하이싱글A에서 뛰며 8경기 5승 1패 ERA 1.74의 좋은 성적을 거뒀고 6월에는 AA로 승격되어 4경기 1승 1패 ERA 1.59로 만족스럽게 시즌을 마쳤다. 12시즌 전체로는 18경기 11승 2패 ERA 1.88을 기록했으며 팀내 유망주 랭킹도 19위까지 올라갔다.
13시즌에도 AA에서 28경기 8승 12패 ERA 3.53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둔 로치는 14시즌에는 스프링캠프에서 8경기 ERA 3.00으로 괜찮은 모습을 보였고 메이저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메이저리그에서 16경기(1선발)에 출장해 1승 ERA 4.75를 기록한 로치는 시즌 중반 AAA으로 내려갔고, 19경기 4승 6패 ERA 5.26으로 부진하며 다시 메이저리그로 콜업되지 못했다.
로치는 14시즌이 끝나고 웨이버 클레임을 통해 시카고 컵스로 이적했다. 하지만 15시즌 빅리그에서 단 1경기 밖에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고 쭉 AAA에서 뛰었다. 시즌 중 웨이버 클레임을 통해 신시내티 레즈로 이적하고 곧이어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또 다시 이적했지만 빅리그 출장 기회는 얻지 못했다.
15시즌이 끝나고 FA가 된 로치는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했지만 16시즌에도 메이저리그 출장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다. 8월 웨이버 클레임으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로 이적했고, 9월에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로 이적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출장하지는 못했다.
결국 메이저리그에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한 로치는 시즌이 끝나고 kt 위즈와 계약하며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는 것을 택했다.
투구 스타일
로치의 스카우팅 리포트에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로치의 뛰어난 땅볼 유도 능력이다. 로치는 에인절스 시절 마이너리그에서 뜬공의 3배가 넘는 땅볼을 유도해내면서 주목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통산 땅볼% 역시 67.1%로 대단히 높다.(16시즌 메이저리그 평균 땅볼%는 44.7%다.)
돈 로치의 타구 각도 그래프. 뜬공이 거의 없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출처 : Baseballsavant
로치가 이렇게 많은 땅볼을 유도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싱커(투심)다. 로치는 88-91마일대 싱커를 주로 던지는 싱커볼러다. 메이저리그 통산 싱커의 비중이 63.2%에 달하며, 포심 패스트볼은 10% 정도로 그리 많이 던지지 않는다.
싱커와 더불어 주로 던지는 구종은 유망주 시절 슬러브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은 75마일대 커브다. 비중은 20.5%로 싱커와 합하면 83.7%에 이른다. 4경기 모두 불펜으로 등판했던 올해는 오직 싱커와 커브만 던졌다.
돈 로치 피칭 히트맵. 우타자 몸쪽과 낮은 로케이션에 투구가 집중 되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Baseballsavant
로치의 땅볼 유도 능력은 싱커와 더불어 낮은 곳으로 공을 잘 꽂아 넣는 로케이션 덕분이기도 하다. 로치의 투구 히트맵을 보면 낮은 로케이션에 투구가 집중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타구각도를 보면 싱커와 낮은 로케이션의 조합의 결과, 많은 땅볼을 유도해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싱커와 커브 외에도, 체인지업을 구사할 수 있지만 자주 던지지는 않는다. 유망주 시절에는 스플리터 역시 좋은 구종으로 평가받았지만 메이저리그 레벨에서는 거의 던지지 않았다. 다만 KBO리그에서는 체인지업과 스플리터 역시 시험해볼 가능성이 있다.
기본적으로 구위가 뛰어난 투수가 아니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는 자신 있게 공을 스트라이크존에 꽂아 넣기 보다는 외곽으로 던지려는 투구를 하면서 볼넷을 다수 허용했다. 하지만 공을 스트라이크존에 꽂아 넣을 수 있는 마이너리그에서는 볼넷을 많이 내주지 않았다.
KBO리그 외국인 투수들과의 기록비교
09시즌 로페즈의 활약과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KBO리그에 싱커볼러 외국인 투수 열풍을 불러왔다. 하지만 로페즈 이후 이렇다할 활약을 한 싱커볼러 외국인 투수는 많지 않다. 이번시즌에도 코프랜드, 지크, 플란데 등 싱커볼러들이 KBO리그에 도전했지만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지크는 16시즌이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런데로 선발투수로서 활약했다고 볼 수 있지만 코프랜드는 중도 퇴출되었고, 플란데는 방출이 유력하다.
구속만 본다면 로치는 지크보다는 플란데에 가까워 보인다. 지크는 평균 145.8km의 빠른 싱커(STATIZ 기준)를 던지는 반면, 플란데의 싱커는 140.5km에 불과했다. 로치의 이번시즌 싱커 평균구속은 91.5(147.3km)마일로 상당히 빠른 편이었지만 4경기 구원등판으로 표본 자체가 적었고, 14-15시즌에는 90마일(144.8km)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풀타임 선발로 뛰어야 하는 KBO리그에서 140km 후반대의 빠른 싱커를 꾸준히 던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투구 로케이션을 보면 지크, 플란데와는 또 다른 강점이 보인다. 지크와 플란데는 투구 로케이션이 비교적 스트라이크존 가운데에 몰려 있는 반면에 로치의 로케이션은 우타자의 몸쪽 외곽과 낮은 쪽 외곽에 몰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지크와 플란데가 컨트롤(공을 스트라이크존 안에 꽂을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면 로치는 커맨드(공을 원하는 곳으로 던지는 능력)까지 좋을 가능성이 있다.
돈 로치, 요한 플란데(삼성), 지크 스프루일(KIA)의 피칭 히트맵.
출처 : Baseballsavant
체크 포인트
그동안 KBO리그에서 외국인 싱커볼러들은 기대 이하의 활약을 해왔다. 최근의 트랜드는 빠른 구속을 바탕으로 구위로 타자를 공략할 수 있는 외국인 투수들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리그 환경(특히 스트라이크존)의 영향을 많이 받는 컨트롤과 무브먼트 중점의 투수보다는 리그 환경을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구속과 구위 중점의 투수들이 성공확률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kt가 돈 로치를 선택한 것은 최근 트랜드와는 다소 다른 선택이다. 특히 리그 BABIP가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리그 환경은 싱커볼러에게는 상당히 불리하다. 게다가 돈 로치는 낮은 삼진%, 좌타자 상대 성적(메이저리그 통산 좌타 상대 피OPS 1.002) 등 극복해야할 약점이 뚜렷하다.
그럼에도 로치가 성공할 이유를 꼽아본다면 역시 좋은 투구 로케이션이다. KBO리그의 스트라이크존에 성공적으로 적응한다면 괜찮은 커맨드를 바탕으로 이닝이터의 역할을 해줄 가능성도 있다. kt는 로치에게 2선발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대치를 조금 낮춘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활약을 해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