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KBO리그 FA 파워랭킹
KBO리그 FA시장의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FA 신청 요건을 충족한 선수는 총 18명. 그중 15명이 FA 자격을 신청해 승인 받았다. 단일 리그의 특성 상 트레이드 시장이 활성화되기 어려운 KBO리그에서 FA 영입은 팀 전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는 몇 안되는 방법 중 하나다. 따라서 많은 구단들이 FA 영입에 팀의 사활을 걸며, FA 시장에서의 성패를 바탕으로 수 년 간의 계획을 수립한다.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는 올해 FA 시장에 나온 15명의 선수들을 연령, 포지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와 수년 간의 기록, 내구성, 시장 수요 등을 감안하여 파워 랭킹을 매겨 봤다. (이하 순위 및 계약 규모는 어디까지나 케이비리포트 자체 평가인 만큼 구단의 실제 평가와 다를 수 있다. 예측이 빗나갈 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야구 정말 몰라요.” )
2016 FA 파워랭킹 1~15위
1위 최형우
최형우는 올시즌 타율(.376) 1위, 출루율(.464) 2위, 장타율(.653) 2위, OPS(1.117) 1위, 홈런(31) 7위, 타점(144) 1위에 오르며 올해 타자 중에서 가장 독보적인 활약을 보였다. 16시즌 WAR는 타자와 투수를 통틀어 리그 전체 1위이며, 최근 3년간 WAR 역시 NC 테임즈에 이어 리그 2위다.
08-16시즌 9년 동안 234홈런을 때려내며 같은 기간 KBO리그 타자 중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했고, 안타 역시 1307안타로 동 기간 KBO리그 1위다. 지난 9년 간 단 한 번도 빠짐 없이 규정 타석을 채울 만큼 꾸준하게 활약한 점 역시 플러스 요소다.
해외 진출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이와 포지션(좌익수), 수비력을 고려하면 메이저리그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형우보다 1살 많은 이대호는 NPB(일본프로야구)에서 뛰어난 활약을 남기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했지만 스플릿 계약을 맺어야 했다. 다만 NPB라면 최형우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도 높다. 국내 잔류 시 구단 간 경쟁이 치열해진다면 본인이 목표로 삼았던 4년 총액 120억 원도 불가능해 보이진 않는다.
2위 양현종
비록 승운은 따르지 않았지만 양현종은 올시즌 리그 정상급 선발 투수 중 1명이었다. 올해 ERA(3.68) 4위, FIP(수비 무관 자책점) (4.75) 8위, 이닝(200.1) 2위, 삼진(146) 5위, QS(22) 1위를 기록했다. 팀 타선의 득점지원 부족과 불운 탓에 다승만 10승에 그쳤을 뿐 한국인 투수로 범위를 한정하면 최고의 선발투수로 봐도 무방하다.
최근 3시즌 성적을 살펴 봐도 양현종은 국내 투수 중 최고다. 양현종은 14-16시즌 동안 250이닝 이상 투수 중 다승(41) 4위, 이닝(556) 1위, 삼진(468) 1위, ERA(3.45) 1위, FIP(4.53) 10위 QS(49) 2위를 기록했다.
14시즌이 끝나고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던 양현종은 올해 다시 한 번 해외진출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현종이 리그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보이지는 못했고 메이저리그 기준에서 매력적인 구속(2016 패스트볼 평속 143km)을 구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만족할 만한 평가는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 잔류한다면 총액 100억 원 이상의 계약이 가능할 것이다.
3위 김광현
김광현은 전성기였던 08-10시즌에는 류현진(현 LA 다저스)에 버금가는 대단한 활약을 보였다. 하지만 11시즌 이후로 전성기 때만큼의 압도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김광현은 리그 정상급 선발 투수 중 1명이다. 올시즌 왼팔 굴곡근 부상으로 인해 7이닝이 모자라 규정이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130이닝 이상 투수 중 ERA(3.88) 8위, FIP(4.70) 9위, 삼진(116) 16위, QS(15) 12위에 올랐다.
최근 3년간을 보면 14-16시즌 250이닝 이상 기록한 투수 중 ERA(3.66) 4위, FIP(4.45) 9위, 삼진(421) 3위, 이닝(487.1) 7위, QS(37) 7위를 기록했다. 지난 3년간 양현종과 더불어 국내 투수들 중 최고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양현종에 비해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김광현은 양현종과 마찬가지로 14시즌이 끝나고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단독 협상 단계까지 갔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결국 메이저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올해도 해외 진출을 우선적으로 시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김광현을 바라보는 시각은 2014년 당시와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MLB의 신분 조회 요청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2년 전에 비하면 훨씬 좋은 조건의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원 소속 구단인 SK에서 역대 최고액을 제시한다고 공언한 만큼 잔류 시 계약 총액 100억 원 이상을 넘길 것이 유력하다.
4위 차우찬
지난해 194삼진으로 탈삼진 타이틀을 차지한 차우찬이 지난 시즌 활약을 이어갔다면 양현종-김광현에 버금가는 대형 FA 계약도 노려볼 만 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었고, 지난 해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기록이 하락했다. 특히 삼진 능력이 급격히 저하된 점이 아쉽다.(K/9 15시즌 10.09 16시즌 7.09)
그럼에도 ERA(4.73) 14위, FIP(5.02) 14위, 이닝(152.1) 15위, 삼진(120) 12위, QS(16) 10위로 2선발로서는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뒀다. 극심한 타고투저로 인해 모든 구단에 선발투수가 부족한 리그 상황을 고려하면 차우찬의 영입은 거의 모든 구단에서 군침을 삼킬만한 메뉴다.
차우찬 역시 해외진출 가능성이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차우찬의 경우 메이저리그보다는 NPB와 더 자주 링크되고 있는 분위기였지만 그 역시 지난 8일 MLB의 신분 조회 요청을 받았다. 국내에 잔류한다면 2014년 장원준(4년 총액 84억 원)에 버금가는 규모의 계약도 가능해 보인다.
5위 황재균
2010시즌 롯데 이적 후 시행착오가 이어지던 황재균은 14시즌 타율 0.321 OPS .864 12홈런으로 활약하며 리그 정상급 3루수로 성장했다. 올해는 타율(.335) 9위, 출루율(.394) 23위, 장타율(.570) 9위, OPS(.964) 12위, 홈런(27) 8위, 도루(25) 7위에 올랐다.
올해 20-20을 달성하며 활약했고, 지난 3년 간 .315/.377/.522 65홈런 53도루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거기에 나이도 내년에 만 30세로 FA 4년 계약 기간 동안 최고의 기량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 가치는 상당히 높다. 다만 현재 리그에 좋은 3루수들이 많아 3루수가 절실한 구단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국내에 잔류한다면 기대보다는 낮은 조건을 제시 받을 가능성도 있다.
작년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했지만 미입찰로 수모를 겪었던 황재균은 올해도 해외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오는 22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메이저리그 구단들을 대상으로 쇼케이스를 할 예정이다. 복수의 메이저리그 구단과 NPB 구단들이 황재균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의 성에 찰만한 만족스러운 조건을 제시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6위 김재호
올시즌 주장으로서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끌었다. 김재호의 강점은 역시 “타격이 되는 유격수”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격수는 수비가 우선시 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포수와 더불어 공수를 겸비하기 어려운 포지션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격이 되는 유격수는 대단히 희소하고 가치가 높다.
이번 시즌 김재호보다 더 좋은 타격을 보여줬다고 할 만한 유격수는 오지환과 김하성 뿐이다. 하지만 장타력에서는 김재호가 밀리지만, 타격에서의 정교함이나 수비에서의 안정감은 오지환과 김하성보다 김재호가 더 앞선다.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고 수준의 유격수인 만큼 시장에 나온다면 좋은 조건을 제시할 구단은 많을 것이다. 원소속팀인 두산은 내야수비의 핵심인 김재호를 반드시 잔류 시킨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시장에 나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4년 50억 원 전후 예상
7위 나지완
2015 시즌 최악의 부진을 겪었던 나지완은 올시즌 반전에 가까운 활약을 보였다. 비록 부상으로 118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타율(.308) 34위, 출루율(.451) 3위, 장타율(.571) 8위, OPS(1.022) 5위, 홈런(25) 13위로 여러 부문에서 본인의 커리어 하이 기록을 남겼다.
순수하게 타격만 놓고 본다면 올해 FA 선수 중 최형우 다음이다. 하지만 올시즌 주로 지명타자로 출장했으며 외야수로는 활용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수비력. 내구성에 대한 의문 때문에 계약 규모는 4년 총액 40억 원 전후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8위 우규민
우규민은 2013시즌 선발 전환 이후 3년간 대단히 좋은 활약을 보인 바 있다. 13-15시즌 동안 250이닝 이상 기록한 투수 중 ERA(3.79) 8위, FIP(3.83) 3위, 이닝(453.2) 9위, 삼진(314) 13위, 최소볼넷(82)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했던 올시즌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으로 FA 시장 가치가 상당히 떨어졌다. 올해는 규정 이닝도 채우지 못했으며 옆구리 투수에게는 다소 치명적일 수 있는 허리 부상 이슈까지 있었다. 내년 만 32세로 많지는 않지만 적지도 않은 나이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난 해 까지의 기량만 다시 보일 수 있다면 알짜 영입이 될 가능성도 크지만 나이와 올시즌 하락세를 감안하면 리스크 역시 만만치 않다. 선발 투수에 대한 수요가 상당하기 때문에 경쟁이 붙는다면 예상 이상의 대박(4년 60억 전후)을 터뜨릴 가능성도 있다.
9위 이현승
이현승은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3경기 3.2이닝 무실점 5삼진으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며 작년에 이어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정규 시즌 성적은 56경기 1승 4패 25세이브(7블론) ERA 4.84 FIP 5.05로 불안함의 연속이었다.
극심한 타고투저로 인해 쓸만한 불펜 투수들이 부족한 상황이기에, 만약 이현승이 시장에 나온다면 원하는 구단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 만 34세가 되는 나이와 올해 부진을 고려하면 작년 정우람(4년 총액 84억 원), 손승락(4년 총액 60억 원)과 같은 대형 계약은 기대하기 어렵다. 윤길현(4년 총액 38억 원)의 계약이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위 이원석
이원석은 롯데 시절부터 그 잠재력을 인정받아 왔다. 하지만 확고한 주전으로는 자리 잡지 못했고, 14시즌 종료 후 상무에 입대했다. 올해 상무에서 전역해서 바로 1군 엔트리에 합류, 7경기 .316/.364/.789 2홈런을 기록했다.
이원석은 그동안 주전보다는 백업에 가까운 커리어를 쌓아왔다. 어느 팀에 가도 주전 경쟁을 할 수 있는 선수고 내야 유틸리티로서 활용도도 높다. 하지만 FA보상금과 보상선수를 내주면서까지 이원석을 영입하려는 구단이 그리 많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기대 이상의 알짜 영입이 될 가능성이 상당한 선수다. 내야 보강이 절실한 구단이라면 검토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
11위 이진영
이진영은 지난해 LG의 리빌딩 정책에 의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로 팀을 이적했다. 비록 부상으로 인해 115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성적 자체는 .332/.403/.480 10홈런 2도루로 쏠쏠했다. 다만 “국민 우익수”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올해는 거의 지명 타자로만 뛰었고, 내년 만 37세가 되는 나이 역시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리그 최약체인 kt 타선을 감안했을 때 잔류가 예상된다.
12위 정성훈
정성훈은 올해 OPS .815로 리그 평균 OPS .801를 근소하게 넘는 OPS를 기록했다. 리그 평균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기는 했지만 정성훈은 이제 1루수와 지명타자로 밖에 출장할 수 없는 타자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1루수와 지명타자는 타격이 중시되는 포지션으로 리그 평균 수준의 타격으로는 좋은 조건의 계약을 기대하긴 어렵다. 이전 FA 계약 기간 동안의 꾸준함이나 베테랑으로서의 가치를 감안하면 원소속 팀인 LG 잔류가 유력하다.
13위 조영훈
여러 감독들에게 재능은 인정받았지만 주전으로 도약할 기회를 좀체 잡지 못했던 조영훈은 13시즌 신생팀 NC로 이적하며 기회를 잡았다. NC 창단 첫해 주전 1루수로 120경기 .282/.350/.413 6홈런을 기록하며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14시즌 이후 테임즈가 NC에 합류하며 다시 주전자리를 내줘야 했다.
주로 대타로 출장하면서도 최근 2년 연속 OPS 9할을 넘길 만큼 적은 기회 속에서도 좋은 타격을 보여줬다. 하지만 2시즌 간 400타석도 기록하지 못했고 내년 36세가 되기 때문에 타 팀과의 계약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4위 봉중근
올시즌을 앞두고 선발 투수 복귀를 노렸던 봉중근은 커리어 최악의 성적표를 남겼다.(1-0 ERA 4.95) 기대했던 5선발 역할도, 필승조 역할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탈삼진 능력이 급격히 저하된 것이 무엇보다 아쉽다. 부진했던 지난 시즌 K/9(9이닝당 탈삼진) 7.11보다 현격히 낮은 4.95를 기록했다.
봉중근은 국내 유턴 후 좋은 커리어를 쌓아왔지만 급격한 성적 하락과 내년이면 만 37세가 되는 나이를 감안했을 때 LG 잔류가 유력하며 좋은 계약 조건을 제시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5위 용덕한
용덕한은 2004년 데뷔 이후 커리어(653경기 출장 ) 내내 백업 포수로 뛰어왔던 선수다. 포수 쪽에 고민이 많은 구단이라면 용덕한을 필요로 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FA 시장보다는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초소형 FA'라는 선수 본인의 자평처럼 원소속팀인 NC에서 어느 정도의 조건으로 잔류시키느냐가 관건이다. 2년 5억원 수준의 계약이 예상된다.
[기록출처: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스탯티즈, KBO 기록실 ]
길준영 기자/ 편집: 김정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