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최종 엔트리가 확정되었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투수 13명, 야수 15명으로 엔트리가 꾸려졌다. 대표팀은 고척돔에서 내년 3월 6일 이스라엘전을 시작으로 본선 1라운드를 치른다.
2013년 제3회 WBC에서 한국은 본선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안방에서 1라운드가 펼쳐지는 내년에는 지난 대회의 수모를 설욕해야 하는 입장이다.
WBC는 KBO리그의 정규 시즌 개막에 앞서 개최된다.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들은 예년보다 한 달 앞서 몸을 만들고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한다. 선수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2013년에는 128경기 체제였지만 이제는 144경기를 완주해야 한다. 체력적으로도 결코 쉽지 않다. WBC가 정규 시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이다.
윤석민 ⓒ KIA 타이거즈
4년 전인 제3회 WBC에 참가한 선수들 중에도 정규 시즌에서 고전한 이들이 있다. 윤석민(KIA)은 2012시즌 9승 8패 3.1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2013 WBC 대표팀에서는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정된 류현진을 대신해 선발 에이스 역할을 맡았다.
윤석민 2012년과 2013년 기록 비교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하지만 윤석민은 WBC 참가 후 맞이한 2013시즌에서 3승 6패 7세이브 2홀드 4.00의 평균자책점에 그쳤다. 2012시즌에는 153이닝을 소화했지만 2013시즌에는 87.2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대표팀 주전 포수 강민호(롯데)도 비슷했다. 2012시즌 그는 0.273의 타율 19홈런 66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WBC에 참가하고 돌아온 뒤 2013시즌에는 0.235의 타율 11홈런 57타점에 그쳤다. 2013년 11개의 홈런은 2010년 23홈런을 기록한 이후로 2016년까지 가장 적은 수치였다. OPS도 2012년 0.823에서 2013년 0.742로 하락했다.
강민호 2012년과 2013년 기록 비교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강민호의 부진은 2012년 9월 경기 도중에 당한 뇌진탕 부상의 후유증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그가 2013년 3월 WBC를 위해 먼저 몸을 만들지 않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정규 시즌을 맞이했다면 부진은 덜할 수도 있었다.
이승엽 ⓒ 삼성 라이온즈
2013 WBC는 ‘국민 타자’ 이승엽(삼성)의 대표팀 은퇴 무대이기도 했다. 2012시즌 그는 0.307의 타율 21홈런 85타점을 기록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복귀한 첫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승엽 2012년과 2013년 기록 비교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하지만 이승엽은 대표팀 유니폼을 마지막으로 입은 WBC 이후 맞이한 2013시즌에는 부진했다. 0.253의 타율 13홈런 69타점에 물렀다. OPS도 2012년에는 0.886였으나 2013년에는 0.693로 떨어졌다.
대표팀의 일원으로서 국가를 빛내기 위해 참석하는 대회인 만큼 최선을 다하다 불의의 부상을 입는 경우도 있다. 2006년 제1회 WBC 본선 1라운드 대만전에서 김동주는 1루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어깨 부상을 당했다. 정규 시즌에서 전반기 내내 결장하다 8월에나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WBC와 같은 국제 대회는 선수의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된다. 최고의 선수들과 한 팀을 이루고 타국의 스타플레이어들과 겨루며 선수의 그릇이 커지는 결과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한 달이나 먼저 시즌이 시작되는 셈이 되는 선수들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부상도 경계해야 한다.
KBO리그의 10개 구단은 주축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대표팀에 참가한 선수가 정규 시즌에 고전할 경우 팀 성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내년 3월 WBC가 2017 정규 시즌 판도에 줄 영향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