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루수는 수비보다는 공격력이 중시되는 포지션이다. 풋워크를 통한 넓은 수비 범위나 빼어난 송구 능력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거포가 주로 배치되는 자리가 1루이다.
2016년 롯데의 취약 포지션 중 하나는 1루수였다. 롯데의 팀 타율은 0.288, 팀 홈런은 127개, 팀 OPS(출루율 + 장타율)는 0.792로 모두 리그 8위에 그쳤다. 1루수의 공격력이 타 팀에 비교 우위에 섰더라면 팀 타격 지표도 보다 향상되었을 것이다.
2016시즌 롯데 1루수 출전 경기 및 수비 이닝(10이닝 이상)(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지난 시즌 롯데에서 1루수로 가장 많이 출전한 선수는 김상호였다. 1루수로서 93경기에 출전해 738이닝을 소화했다. 하지만 그는 0.290의 타율 7홈런 56타점 0.760의 OPS에 그쳤다. 415타석을 부여받아 상당한 기회를 얻었지만 두 자릿수 홈런을 치지 못했다.
롯데 김상호 ⓒ 롯데 자이언츠
실질적인 1루수 주전이었던 김상호의 타율과 OPS는 롯데의 팀 타율 및 OPS와 엇비슷한 수치를 보인다. 주전 1루수라면 팀 내에서 타격 성적이 월등히 앞서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김상호의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은 0.03에 그친다.
박종윤은 57경기 407.1이닝 동안 1루수 미트를 끼고 수비에 나섰다. 타격에서는 0.282의 타율 1홈런 17타점 0.655의 OPS를 기록했다. 타율과 OPS는 팀의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박종윤의 WAR은 -0.96으로 마이너스 숫자로 남았다.
롯데 박종윤 ⓒ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의 해외 진출 이후 1루수로서 많은 출전 기회를 얻었던 박종윤의 통산 타율은 0.268, 통산 OPS는 0.690에 그친다. 1982년생인 그는 내년에 만 35세 시즌을 맞이한다.
내야에서 유틸리티 플레이어 역할을 도맡았던 손용석은 1루수로서도 11경기에 출전해 50이닝을 소화했다. 하지만 방망이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0.244의 타율에 홈런은 없었고 9타점에 머물렀다. OPS는 0.578였다. 수비의 구멍을 메웠으나 그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롯데 1루수들의 타격 성적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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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석은 장타력과 타점 능력을 과시했다. 타율은 0.262로 낮았지만 19홈런 70타점 0.852의 OPS로 타격 지표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그의 홈런은 팀 내 3위, 타점은 팀 내 공동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장타력이 부족했던 롯데에서 최준석의 비중은 크지 못했다. 제대로 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해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최준석의 출전 비중이 늘어났다면 롯데 타선의 무게감은 달라졌을 터였다.
롯데 최준석 ⓒ 롯데 자이언츠
그러나 최준석을 주전 1루수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내년이면 만 34세 시즌을 맞이하며 신체조건 상 풀타임 1루수 소화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승택은 4경기에서 33이닝 동안 1루수로서 나섰다. 타격 자질을 인정받고 있는 오승택은 1루수보다는 유격수로 안착해야만 롯데가 보다 강해질 수 있다.
테임즈(NC), 로사리오(한화)와 같은 거포 1루수를 영입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주전 3루수였던 황재균의 FA가 맞물려 있다. 혹시라도 황재균이 롯데를 떠나게 되는 시나리오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롯데 1루수는 사실상 무주공산이었다. 내년 시즌 타 팀에 뒤지지 않는 공격력을 자랑하는 롯데의 1루수가 나타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