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의 가치를 측정하는 지표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경기에 많이 출전하는 선수가 가장 가치 있는 선수이다. 설령 기량이 뛰어나도 건강하지 못하면 경기에 뛸 수 없다. 반대로 선수가 아무리 튼튼해도 기본적인 기량이 뒤따르지 못하면 실전에 투입되기 어렵다.
한화 박정진 ⓒ 한화 이글스
2016 KBO리그에서 가장 많이 마운드를 밟은 투수는 박정진(한화)이다. 그는 리그 최다인 77경기에 등판해 철완을 과시했다. 좌완 투수라 중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의 보직 파괴로 인해 박정진은 선발 등판도 한 차례 있었다.
2016 KBO리그 최다 등판 5걸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지난해에도 76경기에 등판해 리그 5위의 출전 횟수를 기록한 박정진은 2017년 만 41세 시즌을 맞이한다. 2년 연속 70경기 이상의 많은 등판으로 인해 내년이 우려스런 측면이 있다.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는 헥터(KIA)이다. 206.2이닝을 던졌다. 리그에서 200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는 헥터 외에 200.1이닝을 나란히 소화한 켈리(SK)와 양현종(KIA) 외에는 없다. 올 시즌 개인 최다 완투 역시 3번을 공동 기록한 헥터와 양현종이다. KIA의 선발 마운드에서 헥터와 양현종 원투 펀치의 비중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가장 많은 타자를 상대한 투수는 소사(LG)이다. 그는 870명의 타자를 상대해 헥터의 868타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소사의 소화 이닝은 199이닝으로 200이닝에 1이닝 못 미쳤다. 그럼에도 가장 많은 타자를 상대한 이유는 0.319의 높은 피안타율에 기인한다. 소사가 많은 안타를 허용하면서도 긴 이닝을 끌고 가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타자들 중에서 144경기 전 경기에 출전한 선수는 6명이다. 김태균(한화), 손아섭(롯데), 정의윤(SK), 나성범(NC), 허경민(두산), 김하성(넥센)이다. 프로야구 선수 중 잔부상에 시달리지 않는 이가 드물며 타격감은 기복이 있기 마련이다. 타자의 전 경기 출전은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는 의미이다.
2016 KBO리그 전 경기 출전 타자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수비에서 최다 이닝을 소화한 선수도 6명의 전 경기 출전 선수 중에서 나왔다. 나성범과 허경민은 나란히 1206.1이닝 동안 수비를 소화했다. 경기 당 평균 약 8.1이닝 동안 수비에 나섰다.
두산 허경민 ⓒ 두산 베어스
한 경기의 정규 이닝은 9이닝이며 때로는 연장전도 치른다. 하지만 원정 경기에서 정규 이닝에 패할 경우에는 수비는 8이닝만 하면 된다. 허경민과 나성범이 얼마나 많은 이닝 동안 글러브를 끼고 수비에 임했는지 알 수 있다. 경기 도중에 대타, 대수비, 대주자로 거의 교체되지 않을 만큼 공수주를 갖춘 선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허경민은 결코 화려하지 않지만 꾸준히 팀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저평가 우량주’라 할 수 있다. 그는 한국시리즈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MVP 일보 직전까지 다가가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보였다.
롯데 손아섭 ⓒ 롯데 자이언츠
리그 최다 타석에 들어선 타자 역시 6명의 전 경기 출전 선수 중 한 명인 손아섭이 차지했다. 그는 672타석에 나서 2위 이대형(kt)의 654타석보다 18타석이 많았다.
타자는 타격감이 좋지 않을 때는 타율 관리를 위해 타석에 들어서지 않으려는 유혹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하지만 손아섭은 최다 타석을 소화하면서도 0.323의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왜 손아섭이 ‘악바리’로 불리며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지 분명히 드러난다.
학창 시절의 개근상은 학업 성적과는 무관하게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상이다. 하지만 프로무대에서 ‘개근상’은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선 ‘철인’들이 소중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