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FA 이적 선수가 뒤늦게 나왔다. ‘알짜 FA’로 평가받던 유틸리티 내야수 이원석이 삼성 라이온즈에 둥지를 틀었다. 4년 27억 원의 계약이다. 두산 베어스의 내야가 포화 상태인 가운데 상무 전역 이후 팀 내 위치가 애매한 이원석에게는 이적이 주전 확보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과 FA 계약을 맺은 이원석 ⓒ 삼성 라이온즈
흥미로운 것은 삼성이다. 삼성의 외부 FA 영입은 2004년 심정수와 박진만 이후 14년 만이다. 제일기획 산하로 운영이 이관된 뒤 투자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들었던 삼성이 육성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삼성의 최근 몇 년 간의 행보는 갈지자에 가깝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내야수 FA에 대해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2년 전인 2014년 11월 삼성은 FA 조동찬을 잔류시키며 4년 28억 원의 계약을 맺었다. 2002년 삼성에 입단하며 프로에 데뷔한 조동찬의 기여도를 높이 평가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부상이 잦아 2006년 이후 한 시즌에 100경기 이상을 출전한 적이 없어 ‘오버 페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삼성 조동찬 ⓒ 삼성 라이온즈
조동찬은 계약 직후인 2015년 재활로 인해 1경기도 출전하지 못했고 2016년에는 90경기 출전에 0.275의 타율 10홈런 36타점 0.797의 OPS(출루율 + 장타율)을 기록했다. 계약 기간 4년 중 절반인 2년이 지났지만 조동찬의 활약은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2015시즌이 종료된 뒤 박석민이 FA 자격을 취득했지만 삼성은 잔류시키는 데 실패했다. 박석민은 4년 96억의 역대 FA 최고 대우로 NC 다이노스로 이적했다.
NC 박석민 ⓒ NC 다이노스
박석민은 2016년 0.307의 타율 32홈런 104타점 0.982의 OPS로 NC의 정규 시즌 2위를 견인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결정적인 홈런 2방으로 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NC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 및 준우승까지 혁혁한 공을 세운 박석민은 ‘FA 모범생’으로 인정받기에 충분했다.
반면 박석민을 잃은 삼성은 9위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일부 선수의 해외 원정 도박, 외국인 선수 부진, 부상자 속출 등 추락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박석민의 이탈로 인한 빈자리 역시 상당한 지분을 차지했다.
2016시즌 종료 후 삼성은 변화를 선택했다. 지난 6시즌 중 5년 연속 정규 시즌 우승과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의 위업을 달성한 류중일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고 김한수 감독을 내부 승격으로 선임했다. 이때만 해도 삼성이 성적보다는 육성에 방점을 두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원석의 영입으로 인해 삼성은 결코 성적을 등한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분명히 했다. 제일기획이 투자에 소극적이지 않다는 과시로도 풀이된다.
FA 자격을 취득한 최형우 ⓒ 삼성 라이온즈
그러나 이원석의 영입으로 인해 내부 FA 최형우와 차우찬을 잔류시킬 가능성이 보다 희박해진 것 아닌가 하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둘 모두를 잔류시키기 위해서는 200억 원 이상이 소요될 터이지만 어느 팀이든 한정된 예산으로 FA 시장에 임하기 때문이다.
최형우와 차우찬이 모두 해외 리그에 진출할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국내 타 팀으로 이적할 경우 삼성의 FA 전략은 설득력과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백년대계’는 아니더라도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을 바라보는 ‘십년지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외부 영입, 육성, 트레이드, 외국인 선수, 코칭스태프 등 모든 부분들이 일관성 있게 맞아떨어져야 한다. 대형 FA 잔류라는 난제에 직면한 삼성의 스토브리그가 십년지계에 기초한 것인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