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6.24

잠실

삼성

7 - 6

롯데

잠실

삼성

7 - 6

롯데

잠실

삼성

7 - 6

롯데

잠실

삼성

7 - 6

롯데

STAT BUZZ
 STAT 리포트

대장암 극복 후 화려하게 돌아온 원종현, 예리해진 슬라이더

2016-11-23 수, 14:18 By 김호연

대장암을 극복하고 화려하게 부활한 원종현.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지난 5월 31일, 원종현이 오랜 치료와 재활 끝에 다시 마운드에 올라섰다. 두산의 강타선을 상대로 3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당시 패스트볼 최고구속은 152km/h. 제작년 준플레이오프에서 기록한 155km/h에 살짝 못미치는 수준이었지만 전보다 더 예리해진 슬라이더를 섞어서 완벽하게 타자들을 제압했다. 이날 NC가 5:6으로 패하며 빛이 바랬지만, 원종현의 화려한 부활은 이미 시작을 알렸다.

팀이 필요로 할 때마다 등판하며 승리에 기여한 원종현은 올 시즌 54경기에 나서 70.2이닝 동안 3승 3패 3세이브 17홀드에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75개의 삼진을 잡는 동안 WHIP는 단 0.98에 불과했다. 한 이닝에 출루를 허용한 타자의 수가 한 명에도 미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올해 역대급 타고투저 현상이 나타났음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성장이다.

2014년의 원종현은 다소 거칠었다. 정규리그 73경기에 나서 71이닝 동안 5승 3패 1세이브 11홀드를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4.06을 기록했다. 73개의 삼진을 잡아내면서 기록한 WHIP는 1.31이었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구사하는 투피치 투수였지만 150km/h를 넘나드는 패스트볼을 주로 구사했고 그 비율이 80%에 육박할 정도로 패스트볼에 의존하는 모습이었다.

원종현의 복귀 전후 투구기록. 기록출처=스탯티즈, KBReport.com

하지만 올 시즌 마운드에 복귀한 이후 원종현은 슬라이더를 더 많이 던졌다. 재작년 13.2%에 불과했던 슬라이더 구사율이 올해 32.4%로 크게 증가했다. 늘어난 슬라이더 구사율은 타자들의 눈과 방방이를 현혹시켰다. 원종현의 올 시즌 피안타율은 0.235에서 0.197로 내려갔고, 타석당 삼진%와 볼넷% 또한 각각 23.4에서 25.6, 9.9에서 6.4로 변화하면서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슬라이더 구사율의 증가는 구종가치에도 명향을 미쳤다. 구종별로 실점을 얼마나 억제했는지, 즉 구위가 얼마나 좋았는지 알려주는 지표다. 스탯티즈에서 제공하는 기록에 따르면 2014년 원종현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구종가치는 각각 6.8과 -1.6이었다. 구종가치가 음수로 산출되는 것은 해당 구종이 리그 평균보다 더 많은 실점을 허용했음을 의미한다. 많은 투수들이 주무기로 삼는 패스트볼을 제외하면 구사율 자체가 높지 않고, 투수들마다 구사하는 구종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원종현의 슬라이더는 빼어난 편이 아니었다. 그만큼 패스트볼에 의존하는 단순한 볼배합을 사용하면서 타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쉽게 공략 당한 원종현이었다.

그러나 1년의 공백기 동안 슬라이더를 더 날카롭게 연마한 것인지, 올해 원종현의 슬라이더 구종가치는 5.3을 기록했다. 패스트볼의 구종가치도 동반 상승하여 7.2를 기록했다. 더 뛰어난 불펜요원으로 거듭난 것이다.

KBReport.com에서 제공하는 RA9-WAR(9이닝당 평균 실점률을 반영한 WAR)에서도 원종현의 향상된 가치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2014년 원종현의 RA9-WAR은 1.55로 팀내 투수들 중 8위에 올라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더 증가한 2.61을 기록하면서 팀내 5위, 불펜투수들 중 마무리 임창민 다음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핵심 불펜 요원으로 입지를 다지게 되었다.

이러한 활약을 인정받아, 원종현은 시즌이 끝난 뒤 2017 WBC 국가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던 국가대표가 된 것도 모자라 오는 12월 한 여인과 백년가약을 맺는 기쁨도 누린다.

여러 가지 경사로 2016년을 마무리할 원종현에게, 2015년은 선수 생활 최대의 위기였다. 2015년 스프링캠프에서 어지럼증을 느끼고 귀국한 투수 원종현에게 대장암 2기 판정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종양 제거 수술 이후 12번의 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 한 시즌을 통째로 건너뛰었고 체중도 많이 줄었다. 하지만 인고의 시간을 보낸 끝에 더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장착하고 마운드로 돌아왔다.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준 원종현이기에, 내년엔 더 화려한 활약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