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는 명예의 전당이 아직 없다. 따라서 은퇴한 선수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은 영구 결번이다. 특정 선수의 등번호를 후배들이 아무도 사용하지 못하게 되고 그 팀에서 그 번호는 그 선수로만 기억된다.
LG 트윈스의 영구 결번은 김용수의 41번이 유일하다. 그는 1985년 LG의 전신 MBC 청룡에 입단해 2000년 은퇴할 때까지 16시즌 연속 같은 팀에만 몸담았다. 통산 613경기에 등판해 126승 89패 227세이브 2.9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김용수는 1990년과 1994년 LG의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MVP를 차지했다. 그는 은퇴식도 없이 팀을 떠났지만 영구 결번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LG의 홈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잠실야구장 1루측 내야와 외야 사이에 김용수의 대형 유니폼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16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LG 이병규 ⓒ LG 트윈스
2016시즌을 끝으로 LG에서 ‘적토마’ 이병규가 은퇴했다. 그는 통산 1741경기 출전해 2043안타 161홈런 972타점 0.311의 타율을 남겼다.
이병규의 현역 선수 시절은 화려했다. LG의 마지막 신인왕(1997년)을 비롯해 타격왕 2회, 최다안타왕 4회, 골든글러브 7회, 30홈런-30도루(1999년), 올스타전 MVP(2011년), 역대 최고령 사이클링 히트(2013년), 10연타석 안타(2013년), 통산 2000안타 돌파 등 숱한 기록을 세웠다.
LG 구단 역사상 최고 타자이며 KBO리그에도 큰 족적을 남긴 이병규의 영구 결번 여부는 뜨거운 감자다.
이병규 최근 4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그의 기록만 놓고 보면 영구 결번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2013년에는 주장 완장을 차고 LG를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는 공로도 세웠다.
2016년에는 2군에서 4할 타율을 유지하며 분전했지만 정규 시즌 최종전에야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전반기를 8위로 마감한 LG가 이병규를 대타 요원으로라도 활용했다면 덜 고전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영구 결번을 바라는 이들의 시선에는 담겨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병규가 LG를 우승으로 이끈 적이 없기에 영구 결번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20년 이상 영광을 누리지 못한 LG의 질곡의 역사를 중시하는 측이다.
2013시즌 종료 후 3년의 FA 계약을 체결한 이병규는 햄스트링 부상 등으로 인해 2014시즌 0.251, 2015시즌 0.219의 타율로 부진했다. 2년 연속 부진이 2016시즌 운신의 폭 감소 및 은퇴로 연결되었다는 관점이 존재한다.
만일 한국시리즈 우승이 이병규의 영구 결번의 요건이 된다면 여전히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박용택이 아무리 빼어난 기록을 남겨도 영구 결번이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과연 이병규의 등번호 9번은 LG에서 영구 결번으로 남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