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완료] 떨어진 구위, 윤성환이 심상치 않다.
계기자 다음용 칼럼 아이템인데 인포그래픽 부탁해요.
근 10년간 가장 꾸준했던 선발투수를 꼽으라면 윤성환은 당연히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것이다. 2008년 10승을 수확한 이후 부상이 있었던 2010년과 2012년 정도만 뺀다면 윤성환은 9년 중 7년간 규정이닝을 채웠고, 이 9년간 윤성환은 103승을 챙겼다.
범위를 좁혀 최근 4년간으로 끊어보자면 그는 매년 170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 평균자책점은 4.50 이하로만 기록했는데, 4년간 규정이닝을 모두 채우면서 4.50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는 유희관을 제외한다면 아무도 없다.
한 마디로 말해 윤성환은 부상이 없는 한 언제나 기복이 적으면서 선발투수로서 제 몫을 다 했다는 이야기다. 그야말로 훌륭한 선발투수의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윤성환의 2016시즌 성적과 주요 기록의 순위 [기록=STATIZ]
하지만 올해 윤성환의 모습은 심상치 않다. 물론 겉보이는 스탯은 언제나처럼 훌륭하다. 올해 역시 180.0이닝으로 규정이닝을 훌쩍 넘겼고, 팀이 역사상 처음으로 9위를 기록하는 등 사상 최악의 부진에 시달리는 동안 11승을 챙기고 평균자책점 4.35를 기록하며 그 어떤 용병 투수도 해주지 못한 에이스의 역할을 톡톡히 해 주었다.
올해 윤성환보다 방어율이 좋았던 토종 투수는 장원준, 양현종, 신재영, 류제국 정도로서, 똑같이 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안지만과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역시 윤성환이다 라는 말이 나올만 했다.
윤성환의 2016시즌 세부 성적과 순위 [기록=STATIZ]
그러나 세부스탯을 살펴보자면 이런 윤성환의 활약이 마냥 좋을수만은 없다. 지난 몇 년간 윤성환이 기록한 성적이 순수한 윤성환 본인의 실력이라면, 올해 윤성환이 기록한 성적은 순수한 실력보다는 '운'의 영향이 적잖이 보이기 때문이다. '운'의 존재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윤성환이 올해 보여준 구위, 정확히 말하면 탈삼진율의 감소다.
작년 139.6KM를 기록한 윤성환의 속구 평균구속은 올해 거짓말처럼 135.9KM로 떨어졌다. 본래 윤성환이 타자를 압도하며 삼진을 마구 잡아내는 강속구 투수는 아니라 할지라도, 평균보다 높은 볼회전수를 앞세운, 느린 구속을 만회하는 볼끝과 칼날같은 제구로 승부하는 투수였다.
구속과 다르게 윤성환이 구위가 좋다는 건 지난 몇 년간의 기록으로도 살펴볼 수 있는데, 올해를 제외한 지난 3년간 윤성환은 세 자리수 탈삼진을 잡아냈었고, 특히 지난 2년간 K/9는 7.03, 7.61로서 왠만한 강속구 투수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한 마디로 순수하게 눈에 보이는 구속은 떨어지더라도 그 공이 가진 구위만큼은 리그 최상위권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올해 윤성환은 180.0이닝동안 단 85개의 삼진을 뺏어내는데 그쳤고, 그의 K/9는 올해 규정이닝을 소화한 투수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였다.
줄곧 평균 이상의 탈삼진을 뻇어내던 선수가 갑작스럽게 리그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는데, 성적은 본인 커리어와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이런 탈삼진율의 저하는 자연스럽게 FIP의 상승으로 들어났는데, 윤성환의 이번 시즌 FIP은 5.55로 규정이닝을 체운 투수 가운데 두 번째로 높으며, 연도 보정이 들어간 FIP+는 93.9로 윤성환의 FIP+가 100 이하로 떨어진 건 최악의 시즌이었던 2010시즌 이후 두 번째다.
물론 커리어 내내 방어율은 낮지만 FIP은 유난히 높은 선수들이 없다고는 할 수 없고, 실제로 유희관 역시 올해 기록한 FIP은 5,27로서 상당히 높은 편이다. 리그 최고의 토종 투수로 꼽히는 양현종 역시 4.57로 낮은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윤성환은 방어율과 FIP간의 격차가 커리어 내내 거의 없는 투수였는데 (4.39-4.46), 올해 갑작스럽게 FIP에 비해 방어율이 좋다는 건 (4.35-5.55) 실력 외에 추가로 작용한 운의 존재를 의심해볼만하다. 내년에도 윤성환의 방어율이 FIP에 비해 좋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피홈런에 대한 부분도 윤성환은 운이 많이 따라줬다고 말할 수 있다. 구속, 탈삼진 등 확연하게 이번 시즌보다 구위가 좋았던 지난 시즌 윤성환과 이번 시즌 윤성환은 피홈런에 대한 부분에서는 별 차이가 없는데, 9이닝당 피홈런 개수가 1.25개로 작년과 완전히 똑같다.
게다가 이번 시즌 라이온즈 파크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삼성 투수들, 작은 구장, 낮은 펜스까지 합쳐져 총 181개의 피홈런이 나온 전형적인 타자 구장이었다. 윤성환은 이런 라이온즈 파크에서 66.1이닝을 던져 단 9개의 피홈런만을 허용했다.
이는 본인이 기록한 9이닝당 허용한 1.25개의 홈런보다 훨씬 낮은 0.81개다. 피홈런은 어떤 선수라 하더라도 연도마다 그 편차가 심하고, 일관성이 없으며, 올해 단 66.1이닝을 던지는데 그친 홈경기 이닝이 내년에는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가, 윤성환 자체가 최근 3년간 피홈런 억제 능력이 그리 좋지 않았던 투수라는걸 감안한다면 내년에도 윤성환이 올해 같은 피홈런 억제 능력을 보여줄 지는 미지수다.
2000년 이후 만 35세에 규정이닝을 소화한 투수들의 만 35세/36세 성적 [기록=STATIZ]
게다가 윤성환의 나이 역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1981년생인 윤성환은 내년에 한국나이로 37세, 만으로 36세가 된다. 노쇠화가 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나이로서, KBO 34년 역사 동안 만 36세 이후에 규정이닝을 체운 토종 투수들은 송진우, 김용수, 한용덕 단 세 명에 불과했다.
구위는 윤성환보다 떨어질지는 몰라도 윤성환과 비슷한 투구 스타일로 전년도 만 35세 시즌에 선발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을 경신하는 등 커리어하이를 기록한 서재응은 다음해 급격하게 몰락하며 3년 뒤 은퇴를 선언했다.
만 35세 시즌에 규정이닝을 달성했지만 바로 1년 뒤 규정이닝을 달성하지 못한 토종 투수는 장명부, 정민철을 비롯하여 모두 열 명에 다다르는데, 이들은 그 이후로 두 번 다시 규정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가뜩이나 올해 급격하게 떨어진 구위를 보여주었던 윤성환도 그 열 명이 걸었던 길을 걷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물론 윤성환은 시즌 전 도박 파문에 휘말려 스프링캠프 준비에 원활하지 못했고, 그 여파로 구위가 떨어졌다는 주장도 있다. 비시즌을 넘어 시즌 중에도 여러 차례 말이 나왔던 도박 파문인 만큼 그 주장이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내년 스프링캠프 때 착실하게 몸관리를 한다면 떨어진 구속이나 구위가 다시 돌아온다는 가정도 딱히 이상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결국 윤성환 스스로 자신의 떨어진 구위를 다시 찾을 필요가 있고, 스스로가 내년 시즌 활약을 통해 건재함을 보이고 자신에 대한 의문을 떨쳐내야 한다.
[기록출처: 프로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스탯티즈, 인포그래픽: 계민호]
글: 최광준 /케이비리포트 편집팀 감수(kbr@kb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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