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새로운 홈구장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건설 당시부터 홈런 양산이 예상되었다. 홈플레이트부터 담당까지의 거리는 좌우측 99.5m, 센터 122.5m로 결코 짧지 않다. 하지만 팔각형 구조로 인해 좌우중간 담장이 직선으로 맞닿아 홈플레이트로부터의 거리가 짧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 대구광역시 수성구
홈런에 대한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2016시즌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삼성 타자들은 65개의 홈런을 때렸지만 삼성 투수들은 97개를 허용했다. 홈런 마진에서 32개의 손해를 보았다. 9위로 추락한 삼성의 팀 성적으로 인해 홈런 마진은 더욱 눈길을 끌었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의 구조 상 담장을 뒤로 옮기기는 어려웠다. 대안으로 3.2m의 담장을 철망으로 더욱 높여 홈런을 줄이는 방법이 대두되었다. 하지만 백지화되었다. 관중들의 시야를 가려 관전을 방해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삼성은 2017시즌도 홈구장을 현행대로 유지한 채 맞이한다.
신임 김한수 감독이 부임한 삼성은 2017년이 리빌딩 시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5시즌 종료 후 박석민이, 지난해 연말에는 최형우가 FA 자격을 취득한 뒤 팀을 떠났다. 2017시즌 종료 뒤에는 ‘국민 타자’ 이승엽의 은퇴가 예정되어 있다. 거포의 이탈이 가속화되는 추세이다.
삼성 김한수 감독 ⓒ 삼성 라이온즈
홈런이 양산되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의 구조를 감안하면 거포의 연이은 이탈은 뼈아프다. 더욱 아쉬운 것은 삼성의 젊은 타자들 중 거포는 드물다는 점이다.
지난해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삼성의 5명의 타자 중 20대는 구자욱(14홈런)이 유일했다. 유망주 타자 중에도 거포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삼성이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리는 과정에서 당장의 성적에 초점이 맞춰져 유망주 육성이 상대적으로 뒷전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홈구장에 부합되는 팀 컬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LG 트윈스가 말해준다. LG는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해 홈런이 나오기 힘든 환경에서도 거포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다. 그 결과 2003년부터 10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등 성적이 저조했다. 거포 유망주들은 타 팀으로 이적한 뒤에야 꽃을 피웠다.
LG는 2016시즌 야수진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거포보다는 젊고 빠른 선수들을 중용한 것이다. ‘한 지붕 두 가족’ 두산 베어스의 영향을 받았다는 지적도 있다. LG는 정규시즌 4위와 플레이오프 진출의 성과를 냈다. LG의 리빌딩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늦게나마 정확한 방향성을 잡은 것임에는 틀림없다.
물론 삼성의 리빌딩은 LG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야한다. 홈런이 양산되는 홈구장에 걸맞게 거포 육성은 필수적이다.
리빌딩은 한해 만에 완성되기 어렵다. 가능성을 엿보며 인내심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이루어져야 한다. 2017년에 명문구단 삼성은 새로운 거포 탄생을 바라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