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 리포트
[1차 편집 완료] SK의 과제, 테이블 세터의 출루율
2017-02-16 목, 01:20
By
계민호
편집요망_ 최광준 필진
이 친구랑 계기자 기사랑 주제가 자주 겹치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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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시즌 SK의 1번타자로 나선 고메즈, 이명기, 조동화 ⓒ SK 와이번스
야구에서 테이블 세터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이들은 클린업 트리오의 앞에 배치되어 가능한 많이 출루해 누상에서 적극적으로 배터리를 흔든다. 이들이 맥없이 물러난다면 팀의 초반 공격 역시 상당히 어려워진다. 클린업 트리오의 목표가 장타와 타점인 것과는 달리, 이들의 주요 목표는 바로 출루다.
하지만 SK 테이블세터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2016시즌 SK의 테이블세터는 높은 출루율과 매우 거리가 멀었다. 1번 타자로 가장 많이 기용된 고메즈, 이명기, 조동화는 테이블세터에 어울리지 않게 출루율이 낮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얼핏 보면 외인 선수를 테이블 세터에 배치함으로서 상위 타선의 강화를 노린 것 처럼 보이나, 실제 고메즈의 출루율은 리그 최하위권인 0.325에 불과했다. 이런 선수를 테이블 세터로 기용한 것은 코칭스태프의 판단 미스나 다름없었다. 이명기, 조동화 역시 채 0.340을 넘지 못하는 출루율로 1번의 역할을 다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번 타자로 가장 많이 기용된 박재상 역시 0.363의 출루율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장타력을 갖춘 1번 타자도 나쁘지는 않다. 2014년 31개의 홈런과 0.552의 장타율을 기록한 나바로는 장타력을 갖춘 1번 타자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고메즈 역시 나바로만큼은 아니지만 0.489의 장타율과 21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거포라고 불리기 손색없는 활약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출루율이었다. 2014시즌 리그 최고의 1번 타자였던 나바로는 출루율 역시 0.417로 좋았다. 반면 지난 시즌 고메즈의 출루율은 0.325로 상당히 낮았다. 장타력도 좋지만 1번 타자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출루가 먼저라는 걸 나바로와 고메즈가 보여준 셈이다. SK가리그 홈런 2위, OPS 3위를 기록했음에도 팀 득점은 9위에 머무른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 지난 시즌 67홈런 206타점을 합작한 최정-정의윤 ⓒ SK 와이번스
SK는 테이블 세터가 밥상을 잘 차리기만 한다면 밥상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훌륭한 중심타선을 갖춘 팀이다. 3번 타자 최정은 말할 것이 없는 리그 최고의 3루수이고, 4번 정의윤은 떨어지는 출루율과 후반기 부진이 아쉽지만 27개의 홈런과 100개의 타점에서 알 수 있듯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거포다. 이 둘은 2016시즌 67홈런과 206타점을 합작했다. 적절한 타순배치를 통해 작년보다 테이블 세터가 나아진다면 이 숫자들은 충분히 더 상승할 수 있다.
하지만 SK의 팀 내부 선수 중에서는 출루율이 높고 테이블 세터에 배치될만한 타자가 마땅치 않다. 최승준, 이재원, 김동엽 등 팀 내 주요 선수들은 모두 출루보다는 장타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선수들이다. 김성현 역시 출루율은 썩 좋지 않은 선수다.
그나마 0.371의 나쁘지 않은 출루율을 기록한 김강민이 있지만, 그 역시 봉와직염 부상으로 1군 스프링캠프에 따라가지 못했다. 게다가 올해 36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 수비 부담이 심한 중견수라는 포지션이 걸린다. 테이블세터로서 상당히 능력이 떨어지는 고메즈, 박재상이 가장 많은 기회를 받은 것은 그만큼 팀 내부에 테이블 세터감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 대니 워스와 김강민은 SK에서 가장 출루에 능한 선수들이다. ⓒ SK 와이번스
어쩌면 기존 선수가 아닌 이번에 새로 합류한 대니 워스가 이 고민의 해결책이 되어 줄 수 있을지 모른다. 유격수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은 대니 워스는 2016년 트리플 A에서 상당히 좋은 선구안을 발휘하며 본인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선수. 트리플 A에서 기록한 0.431의 출루율과 0.525의 장타율이 KBO 무대에서도 이어진다면 SK는 리그 최고의 출루형 1번 타자를 보유하게 될지도 모른다. 2번 타순에서 김강민이 뒤를 받쳐준다면 최정, 정의윤, 최승준의 클린업 트리오는 상당히 이상적인 상황에서 타점을 올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지난 시즌 SK는 지닌 타선에 비해 지나치게 운이 없는 팀이었다. 비록 리그 3위의 OPS와 리그 2위의 홈런을 기록한 거포 군단으로 이루어졌음에도 팀 득점은 9위에 그쳤다. 아무리 테이블 세터의 출루율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언제든지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팀이 득점 9위에 그쳤다는 건 분명 어느 정도의 불운이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니 워스가 기대대로의 활약을 1번 자리에서 해주고 그 뒤를 김강민이 받쳐준다면 올해 SK는 타격 쪽에서 대단히 인상적인 시즌을 치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