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준영의 외인 리포트] 넥센 외국인 투수 션 오설리반
모기업이 없는 넥센 히어로즈는 운영비를 자체 조달해야 한다. 효율성을 최우선시해야 하는 구단 특성 상 거액을 투자한 외부 영입에는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런 넥센이 창단 후 처음으로 100만불이 넘는 외국인 선수 계약을 체결했다. 구단 역대 최고인 총액 110만불에 션 오설리반을 영입한 것이다. KBO리그 외국인 투수 19명 중 6위에 해당하는 금액이지만 넥센이 그에게 기대하는 것은 리그 정상급 활약이다.
넥센은 이미 밴헤켄이라는 믿음직한 에이스 투수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39세인 밴헤켄의 나이를 감안하면 이닝이터의 역할을 수행하기는 어렵다. 넥센의 희망 사항은 오설리반이 1선발로 200이닝 전후를 소화하며 불펜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그림이다.
프로 12년차가 되는 오설리반은 통산 289경기에 등판한 경험을 가진 베테랑 선발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평범한 활약에 그쳤다. 한국 무대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오설리반은 과연 넥센의 투자에 걸맞는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까?
(사진 제공: 넥센)
History
오설리반은 데뷔 전부터 상당한 주목을 받던 유망주였다. 2005 드래프트에서 1-2라운드에 지명될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고 95마일을 넘나들던 구속이 드래프트를 앞두고 90마일로 떨어지며 지명순위가 뒤로 밀렸다.
3라운드 103순위로 LA 에인절스에 지명된 오설리반은 남은 시즌을 그로스몬트 대학교(Grossmont College)에서 보낸 뒤 2006년에야 프로에 데뷔했다.
데뷔 시즌 루키 레벨 리그(Pioneer League)에서 14경기 4승 무패 ERA 2.14를 기록하며 ERA 1위에 올랐다. 07시즌 싱글A에서도 25경기 10승 7패 ERA 2.22로 2년 연속 ERA 리그 1위를 차지했다. 하이싱글A로 승격한 08시즌에는 ERA가 4.73로 큰 폭으로 올랐지만 16승을 거두며 리그 다승왕에 올랐다.
하지만 이후 커리어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09시즌 AA(3경기 1승 2패 ERA 5.30)를 거쳐 AAA(14경기 6승 4패 ERA 5.48)로 승격했지만 성적은 평범했다.
그럼에도 6월 16일에는 메이저리그 데뷔의 행운을 잡았다. (7이닝 1실점 5삼진 승리) 7월까지 선발 5경기에서 3승을 거두며 기세를 올렸지만 이후 한계를 보이며 선발진에서 탈락했고 12경기 4승 2패 ERA 5.92로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마무리했다.
LAA와의 인연은 길게 가지 못했다. 10시즌 7월 캔자스시티로 트레이드된 것을 시작으로, 12시즌에는 토론토, 13시즌에는 샌디에이고, 14시즌에는 필라델피아, 16시즌에는 보스턴으로 연달아 이적하며 여러 팀을 떠돌았다.
메이저리그 8시즌 동안 56차례나 선발 등판할 정도로 상당한 기회를 잡았지만 주전급으로 정착하는 데는 실패했다. 2016시즌 소속팀이던 보스턴 레드삭스와 업무 협약을 체결한 넥센이 그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표하며 마침내 메이저리그를 떠나게 됐다.
피칭 스타일
오설리반은 다양한 구종을 구사할 수 있는 정통파 우완투수다. 지난해 속구 평균 구속은 91.2마일(146.8km)을 기록했다. 커리어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시즌 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략 89-91마일(143-146km)대에서 평균 구속이 형성된다.
150km가 넘는 속구를 계속해서 뿌리는 투수는 아니지만 지난해 평균 구속만 유지해도 KBO리그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을 갖는다. ( 2016시즌 속구 평균 구속 3위: 니퍼트 147.1km / 100이닝 이상)
레퍼토리는 포심-싱커-슬라이더-체인지업-커브로 상당히 다양하다. 포심 패스트볼의 비중이 33.0%로 여타 투수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그리고 싱커(24.8%), 슬라이더(22.1%), 체인지업(14.0%), 커브(5.0%)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한다. 이 중 슬라이더(통산 구종가치 2.4)와 체인지업(통산 구종가치 10.2)은 메이저리그 레벨에서도 통했던 구종이다.
오설리반은 싱커를 많이 구사하지만 특이하게도 땅볼보다는 뜬공이 많은 투수다.(통산 뜬공% 40.3%) 그리고 구위가 뛰어난 편은 아니다보니 피홈런이 적지 않다.(통산 홈런/9 1.64)
탈삼진 능력도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통산 K/9(9이닝당 삼진)이 4.39에 불과했으며 마이너리그에서도 6.41로 그리 높지 않았다.
구위가 그리 뛰어난 투수가 아님에도 메이저리그에서 계속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뛰어난 제구력 덕분이었다. 포심-싱커-슬라이더-체인지업-커브 등 자신의 모든 구종을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던질 수 있는 투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BB/9(9이닝당 볼넷)이 3.20으로 평범했지만, 마이너리그 통산은 1.44로 매우 뛰어났다.
KBO리그 외국인 투수들과의 기록비교
다양한 구종을 구사할 수 있고 제구를 갖춘 투수들의 성공 사례는 많다. 당장 NC의 해커(141.3km)와 스튜어트(144.8km)는 속구 구속은 압도적이지 않지만 뛰어난 제구와 다양한 구종을 바탕으로 좋은 성적을 냈다.
해커의 경우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속구(21.8%), 슬라이더(44.4%), 싱커(13.1%), 커브(11.8%), 체인지업(6.8%) 등 다양한 구종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면서, 타자들을 제압했다. 탈삼진은 많지 않지만(KBO리그 통산 K/9 6.75) 강한 타구를 많이 허용하지 않았다.(통산 BABIP .285)
스튜어트의 경우 해커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는 탈삼진 능력이 뛰어난 투수는 아니었다.(마이너리그 통산 K/9 6.78) 하지만 구속에서 경쟁력이 생긴 KBO리그에서는 삼진 비율이 개선되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KBO리그 통산 K/9 7.63)
물론 실패 사례도 있다. 작년 kt가 영입한 피노는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에서 매우 뛰어난 제구를 보였지만 KBO리그에서는 극히 부진했다. (2016시즌 2승 3패 ERA 7.15) 다만 피노의 경우 리그 이동과 햄스트링 부상이 겹친 것을 감안해야 한다.
오설리반의 평균 구속(146km)과 변형 패스트볼은 해커보다는 스튜어트를 연상케 한다. 다만 미국시절 탈삼진 기록을 감안하면 KBO리그에서 스튜어트만큼의 탈삼진 능력(K/9 7.63)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체크 포인트
메이저리그에서 무려 8시즌을 버틴 오설리반이지만 인상적인 활약을 보인 시즌은 거의 없었다. 그의 구위로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제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KBO리그에서는 약점이던 그의 구위가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바뀐 리그에서 잘 적응하며 자신의 강점인 제구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미국 시절 볼넷 허용이 적던 투수들이 KBO리그 특유의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지 못하며 제 풀에 무너지는 사례도 종종 있다.
2015~16시즌 왼쪽 무릎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것이 우려되는 부분이긴 하지만 계약 전 메디컬 테스트 결과 특별한 이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성비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넥센이 110만불을 투자할 만큼 오설리반에 거는 구단의 기대는 상당하다. 자신의 강점을 살려 니퍼트, 허프, 헥터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친다면 오설리반-벤헤켄-신재영-한현희-조상우(한-조 부상 복귀 전, 박주현-최원태)로 이어질 넥센 선발진은 명실상부 최강인 두산에 필적할 만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기록 출처 및 참고 : 베이스볼 레퍼런스, 베이스볼 아메리카, 브룩스 베이스볼, 위키피디아, 팬그래프닷컴,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 Baseballsavant, KBReport.com, 스탯티즈, KBO기록실]
길준영 기자 / 감수 및 편집: 김정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