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 리포트
이제는 특급, 베어스를 이끄는 '왼쪽 날개' 장원준.
2017-03-01 수,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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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두산, KS 2연패 이끈 원동력.
꾸준하지만 임팩트가 부족했던 롯데 시절과 달라진 위상.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두산은 올해 역시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시즌 준우승팀 NC나 우승을 위해 화끈한 투자를 감행한 KIA처럼 새롭게 대권에 도전하는 팀이 있지만 두산은 객관적인 전력상 이들보다 한 수위라고 평가받고 있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한 올해 역시 두산의 독주를 막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그 강력함을 만들어낸 원동력은 역시 선발진이다. 그리고 선발진의 중심에는 장원준이 있다. FA 이적을 통해 2015년부터 두산의 유니폼을 입은 장원준은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다. 올해로 이적 후 3시즌에 접어드는 그는 어느덧 베어스 유니폼이 어울리는 두산맨이 되었다.
▲ 어느덧 두산 이적 3년차를 맞이하는 장원준. ⓒ 두산 베어스
두산과의 궁합이 잘 맞은 것일까? 그가 이적한 후에 팀은 2년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팀 창단 이후 최고의 황금기에 접어들었고 장원준 개인 역시도 한층 업그레이드 되었다. 물론 롯데 시절의 장원준 역시도 5시즌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거뒀을만큼 꾸준한 투수였다. 하지만 꾸준함에 비해 특급투수들에 비하면 2% 부족하다는 평가를 항상 받아왔다.
입대전까지 계속해서 국가대표팀에 도전했지만 항상 고배를 마신 부분이 그 평가를 잘 보여준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메달을 통해 병역특례를 노리며 입대를 미뤘던 장원준은 기량이 가장 만개했던 2011시즌이 끝나고 입대를 해야만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경찰청 복무중에 쓸만한 투수가 많이 이탈했던 2013년 WBC 국가대표팀에 뽑힐 수 있었다.
▲ 좋은 투수지만 특급 선수들에 비하면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던 롯데 시절의 장원준. ⓒ 롯데 자이언츠
하지만 지난 시즌의 장원준은 2% 부족하다는 당시의 평가를 날려버릴 만큼의 특급 투수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시즌 내내 두산의 마운드를 지키며 15승을 거둔 장원준은 3.3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장원준보다 좋은 평균자책점을 보인 투수는 MVP를 차지한 니퍼트뿐이다. 국내선수중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것이다. 장원준이 국내선수중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2016시즌 평균자책점 TOP 10
▲ 2016년의 장원준은 국내 선수중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출처=야구기록실,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그 전까지의 장원준은 항상 기록면에서도 위쪽에 더 좋은 누군가가 위치하고 있었다. 그렇기때문에 그가 보여준 꾸준함에 비해 조금은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 해를 기점으로 그를 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가 바로 얼마 후 치뤄질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하 WBC) 대표팀에서의 위상이다. 두 대회 연속으로 대표팀에 승선한 장원준은 이번 대회에서 1선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국가대표에 번번히 떨어졌던 그에게 지금은 국가대표팀 에이스 역할이 주어진 것이다.
#2014~2016 장원준 세부기록
▲ 2016년의 장원준이 가장 좋아진 부분은 피안타율이다.(출처=야구기록실,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장원준의 세부기록을 살펴보면 지난 시즌 평년보다 더 좋은 피안타율을 기록했던 것을 알 수있다. 늘 0.280 전후로 머물렀던 것과는 달리 0.255의 피안타율을 기록했다. 이닝소화나 삼진/볼넷 비율등 대부분이 비슷비슷했던 것을 감안해보면 피안타율이 좋아진 점이 그의 레벨업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장원준이 2016년보다 좋은 피안타율을 기록했던 것은 10년전 0.234를 기록했던 2006시즌뿐이다. 하지만 해당 시즌은 3할 타자가 5명으로 손에 꼽을 정도의 투고타저였다. 무려 40명의 3할타자를 배출했던 2016시즌에 기록했던 장원준의 성적이 더 가치가 높음을 알 수 있다.
장원준이 더 높은 평가를 받게 된 것은 기록 뿐만이 아니다. 가을야구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2015년과 2016년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줬던 모습은 그를 '우승청부사'라 칭할만 했다. 가을만 가면 시즌보다 약한 모습을 보였던 롯데 시절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특급이라는 칭호를 획득한 장원준의 다음 목표는 현역 최다승이다. 현재 장원준은 통산 112승을 올리며 KBO 통산 공동 17위에 올라있다. 통산 다승순위에서 장원준보다 위에 올라있는 현역투수는 배영수(128승),임창용(117승),장원삼(114승)뿐이다. 이 중 임창용은 마무리투수이고 선발 가능성이 있는 배영수와 장원삼은 최근들어 부진에 빠져 많은 선발 기회를 부여받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장원준이 지난 시즌 정도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몇 년 지나지 않아 통산 최다승 투수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통산 112승을 거둔 그는 꾸준함의 차세대 상징이 될 가능성이 높다. ⓒ 두산 베어스
장원준의 두산 이적 후, 팀과 개인 모두 승승장구하며 봄날만이 계속되고 있다. 2017년에도 그렇고 당분간 이런 장밋빛 전망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원준은 그동안 특급 선수들만큼 빠르진 않았지만 꾸준하게 걸어오며 자신의 길을 다져왔다. 하지만 이제는 특급이라 불리며 달릴만한 추진력을 얻었다. 남들보다 빠르며 꾸준하게 걸어갈 앞으로의 장원준의 최종 목적지에서 모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