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 리포트
'당대 최고' 최정, '역대 최고'3루수 도전
2017-03-03 금, 22:28
By
이정민
최근 2년 부상으로 주춤,
지난 시즌 건강 회복후 40홈런 쏘며 홈런왕 등극.
흔히들 야구를 보며 '역대급'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말그대로 역대를 통틀어야 볼 수있는 최고의 급이라는 뜻이다. 현재 KBO리그에서는 '역대 최고' 3루수에 도전하는 선수가 있다. 대부분 현재 최고의 3루수로 꼽는데 이견이 없는 SK의 최정이 그 주인공이다.
▲ 2016시즌 40홈런을 고지를 점령하며 홈런왕에 등극한 최정 ⓒ SK 와이번스
지난 시즌 최정은 40홈런을 쏘아올리며 테임즈와 함께 공동홈런왕에 등극했다. 데뷔 첫 40홈런 등극이라는 숫자만으로 느낄 수 있는 만족스러움 외에도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냈다는 것만으로도 최정에게 의미가 큰 시즌이었다.
사실 최정이 지난 2년간 부상에 시달렸던 것은 그렇게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최정은 프로 초창기 시절부터 주전으로 뛰며 10년 가까이 한 시즌도 쉬지않고 달려왔다. 또한 WBC나 아시안게임등 대부분의 국제대회에 참가하며 비시즌에 쉬지 못한적도 많았다. 탈이 나도 여러번은 났을만한 살인적인 스케쥴이었지만 워낙 좋은 체력을 가진 선수였기에 버텨온 것이었다. 그래서 건강하게 풀시즌을 소화하며 훌륭한 기록을 낸 최정의 2016시즌은 더 값진 것이다.
최정을 생애 첫 홈런왕에 등극하게 해준 숫자인 40홈런은 여러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선 KBO리그에서 3루수로 한 시즌 40홈런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지난 해의 최정을 포함해서 단 두명 뿐이다. 7관왕에 등극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2010년의 이대호가 44홈런을 기록했다. 또한 최정의 팀 선배이기도 한 SK 초창기 외인 타자 페르난데스가 45홈런을 때려내며 3루수 단일시즌 역대 최다홈런 기록을 가지고 있다.
2016년의 최정은 40홈런 고지를 점령하며 해당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했다. 2010년대 '당대'의 최정은 박석민(NC),황재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범호(KIA)등 좋은 3루수들이 즐비한 가운데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며 '당대'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시즌 최정은 '당대' 최고라는 평가를 넘어 '역대' 최고 3루수에 도전할만한 행보를 보였다.
# KBO 리그 주요 3루수 통산 기록
▲ 최정이 현재의 페이스를 5년 정도 유지하면 진짜 역대 최고가 될 가능성이 많다.(출처=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통산 3루수들의 기록속에서 최정은 어느정도 위치에 자리하고 있을까? 87년생으로 아직 보여줄게 더 많은 최정이지만 현재 쌓아온 업적만도 충분히 훌륭함을 기록이 보여주고 있다. 이미 통산 225홈런을 때려내 그보다 많은 홈런을 때려낸 선수는 은퇴한 김동주(273홈런) 노장 이범호(283홈런)뿐이다.
위에 나열된 7명의 3루수들은 모두들 더없이 훌륭한 기록을 가지고 있지만 역대급 선수들을각자 모아 비교했을때 저마다 한가지씩 부족한면이 보인다. 2019안타를 기록하며 3루수중 유일하게 통산 2000안타를 돌파한 정성훈은 경쟁자들에 비해 장타력이 부족해 평균 홈런갯수가 떨어지며 이에따라 장타율과 OPS면에서 떨어지는 면모를 보인다.
통산 홈런1위에 올라있는 이범호는 뛰어난 장타력에 비해 정확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다. 통산타율도 위에 나열된 선수중 제일 낮고 16시즌을 치뤘음에도 4시즌을 적게 치른 최정과 안타갯수의 차이가 300개가 되지 않는다. 통산 최다 골든글러브의 주인공 한대화는 당대 최고의 3루수로 이름을 날렸지만 만성 간염을 앓은 탓에 전성기가 짧고 은퇴시기가 빨라 그 명성에 누적이 못미치는 면모를 보인다.
비율스탯이 사랑한 사나이 박석민은 높은 출루율을 바탕으로 통산 3루수 OPS 1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잔부상을 많이 안고 있었던 탓에 최정에 비해 누적스탯이 떨어진다. 또한 최정과 함께 역대급 3루수에 도전중이지만 85년생으로 최정보다 2살이 많은탓에 불리한 조건이다.
하지만 최정은 위에 언급된 선수들에 비해 기록상으로 보여지는 뚜렷한 약점이 없다. 정성훈만이 정복한 2000안타에 충분히 도전할만한 조건임에도 뛰어난 파워를 지녀 장타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범호의 홈런 기록을 충분히 경신할만함에도 정확성이 떨어지지 않아 2할9푼이 넘는 통산 타율을 유지중이다. 또한 현역선수중 한대화의 우승과 골든글러브 기록에 유일하게 도전장을 내밀만한 선수 역시 최정이다.
시간을 5년정도 전으로 돌려보면 역대급 3루수 논쟁은 크게 언급되는 주제가 아니었다. 3루수로서 가장 뛰어난 통산기록을 가진 김동주가 이견이 없는 역대 최고로 꼽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동주가 남긴 기록이 워낙 엄청난 탓에 당시에도 좋은 추세였던 최정이었지만 그가 김동주의 아성에 도전하기는 힘들지 않을까하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어느새 최정은 김동주의 그 아성에 도전할만큼의 위치에 올라섰다. 이제는 역대 최고 3루수를 논할때의 쟁점은 최정이 김동주를 넘어서는 순간이 올것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다.
▲ 2016시즌 통산 2000루타를 기록한 최정이 기념 꽃다발을 받고 있다. ⓒ SK 와이번스
역대 최고에 도전하는 최정이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강력했던 소속팀의 모습을 되찾아 오는 것이다. 최정이 소년장사로 한창 활약하던 시절의 SK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강팀이었다. 리그를 호령하며 왕조를 세운 SK와 함께 최정은 3번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지난 시즌 40홈런을 기록하며 좋은 시즌을 보냈지만 최정은 "이제는 한국시리즈에 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라며 아쉬운 마음을 나타냈다. 실제로 최정은 지난해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며 선수생활 절정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이지만 SK의 경우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뚜렷한 전력강화 요인이 없기에 올 시즌에도 어렵게 5강 다툼을 할 것으로 에상된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절정의 기량을 맞이하는 최정이 다소 약체로 평가받는 자신의 힘으로 팀을 높은 자리까지 끌어올린다면 그에 대한 평가는 한층 더 올라갈 것이다. 프로 경력의 초반을 최고의 팀과 함께했던 최정이었다. 그랬던 그의 경력이 절정으로 치달을 때, 다소 약해져있는 팀을 최고로 끌어올린다면 다시 시간이 5년 정도 지났을때 누구나 최정을 역대 최고의 3루수로 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