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2차전 프리뷰] 한국vs.네덜란드 투타 전력 비교
잠수함 우규민-'헐크킬러' 손아섭, 기적을 쏴라!
설마했던 악몽이 반복되고 말았다. 한국 대표팀은 6일 열린 2017 WBC 개막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2로 패하고 말았다. 상위 라운드 진출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했던 이스라엘 전을 놓치며 2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벼랑 끝으로 몰리고 말았다.
2라운드가 열리는 도쿄행 티켓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남은 2경기에서 전승을 거두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2차전 상대인 네덜란드에 패하고도 2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있긴 하지만 현실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맞붙게 된 네덜란드는 명실상부 A조 최강팀이다. 정상급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참가한 야수진 구성은 미국, 도미니카 등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는 평이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했던 지난 2013년 대회에서도 1라운드 1차전에서 한국을 5-0으로 완파했으며 4강까지 진출했었다.
한국의 승리가 점쳐졌던 1차전과 달리 이번에는 네덜란드가 우세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네덜란드는 한국전 선발로 에이스 밴덴헐크를 내세우며 승리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4년 전 완패를 설욕하고 2라운드 진출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다. 하지만 이스라엘전에서 보여준 투타 경기력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네덜란드의 투타 전력과 완성도는 이스라엘에 비할 바가 아니다.
# 선발 비교(네덜란드 우세)
네덜란드 타선을 상대할 한국 선발은 우규민이다. 대표팀 최고의 선발 투수는 아니지만 국제 경기 경험이 많은 사이드암이기 때문에 네덜란드를 상대로 현재 쓸 수 있는 최적의 카드다.
네덜란드 타선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대다수는 네덜란드령 퀴라소(카리브해 남부 위치) 출신들이다. 중남미 타자들은 자주 접하기 힘든 사이드암-언더핸드 투수들에게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여 왔다.
그 대표적인 장면이 2008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이다. 당시 마무리였던 언더핸드 정대현은 9회말 1사 만루에서 쿠바의 율리에스키 구리엘(현 휴스턴 애스르토스)를 상대로 병살타를 유도하며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우규민은 지난해 부상과 구위 하락으로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28경기 6-11 ERA 4.91)을 거뒀지만, 호주와의 평가전에서는 뛰어난 투구(4이닝 무실점 3삼진 무4사구)를 보였다.
우규민의 강점은 단연 뛰어난 컨트롤이다.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는 없지만 적극적인 스트라이크 존 공략으로 타자를 몰아세운다. 네덜란드 보가츠, 시몬스, 발렌틴 등 주축 타자들이 대부분 우타자라는 것도 호재다. 우규민은 우타자를 상대로 강점을 보였던 투수다.(13-16시즌 1459타석, 우타자 피OPS .716)
# 우규민, 호주 평가전 삼자 범퇴 영상
밴덴헐크의 주무기는 평균 150km를 넘나드는 묵직한 강속구다. 거기에 슬라이더, 커브, 싱커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컨트롤를 잡지 못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한국 진출 이후 영점을 잡기 시작하며 완성형 투수로 거듭났다. (9이닝 당 볼넷: 13시즌 3.01 -> 14시즌 2.65)
밴덴헐크는 손아섭, 오재원 정도를 제외하면 대표팀 주요 타자들에게 상당히 강한 면모를 보였다. 이용규(9타석 OPS .611), 서건창(20타석 OPS .550), 김태균(12타석 OPS .533), 민병헌(4타석 OPS .000) 등이 밴덴헐크를 상대론 맥을 못 췄다.
# 14시즌 한화를 상대로 8이닝 14K를 기록한 밴덴헐크
# 불펜 비교 (네덜란드 백중우세)
한국은 이스라엘전에서 무려 7명의 구원 투수를 쏟아 부었다. 하지만 명불허전의 활약을 보인 오승환(1.1이닝 무실점 3삼진)을 제외하면 큰 위력을 발휘하진 못했다. 특히 심창민(2볼넷), 이현승(1볼넷), 임창민(2볼넷), 임창용(1볼넷)은 무려 6볼넷을 허용할 정도로 제구에 어려움을 보였다.
1차전에서는 투구수 제한 규정을 의식해 벌떼 야구를 했다면, 2차전은 총력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전 선발이 예정된 양현종도 초반 상황에 따라 불펜 대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우규민, 양현종 모두 65구까지 던질 가능성도 있다.
# '파이널 보스가 돌아왔다' 오승환 1.1이닝 3K 무실점 역투
메이저리그 통산 130경기 53승 38패 ERA 3.72를 기록한 자이어 저젠스가 불펜으로 등판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저젠스는 지난해 대만리그 퉁이에서 뛰며 16경기 ERA 5.38로 부진했고 부상이 겹치며 방출되었다. 하지만 이스라엘 선발투수 제이슨 마키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 메이저리그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은 무시못할 상대다.
또한 4년 전 한국 타선을 4이닝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던 마크웰이 이번에는 불펜 투수로 등판할 가능성도 있으며, 다른 네덜란드 리그 소속 투수들이 제 2의 마크웰이 될 수도 있다. 신장이 무려 216cm인 거인 투수 록 반 밀도 요주의 대상이다. 4년 전 한국 타선은 네덜란드 불펜을 상대로 5이닝 동안 1점도 빼내지 못한 아픈 기억이 있다.
타선 비교(네덜란드 우세)
이스라엘전에서 한국 타선은 7안타 4볼넷 2사구를 기록하고도 고작 1득점에 그쳤다. 중심 타선의 침묵이 결정적이었다.(김태균-이대호 9타석 8타수 무안타 4삼진 1볼넷) 김인식 감독이 네덜란드전에도 타순을 그대로 끌고 가겠다고 한 이상 김태균-이대호의 부활이 절실하다.
4번타자인 이대호는 네덜란드에서도 집중 경계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으며 네덜란드 선발인 밴덴헐크와 함께 소프트뱅크에서 뛴 경험도 있기 때문이다.
5번타자인 손아섭의 최근 타격감이 좋고 (이스라엘전 4타수 2안타) 선발 밴덴헐크에게도 유독 강했다는 점(14시즌: 12타석 8타수 6안타 4볼넷 2루타 3개)을 감안하면 빠른 승부를 펼치기 보다는 출루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다.
# 내야 안타로 출루하는 '5번 타자' 손아섭
거기에 일본리그에서 활약하는 우익수 발렌틴은 이승엽을 넘어서는 아시아 최다홈런(13시즌: 60홈런) 기록 보유자이며 지난해에도 31홈런을 터뜨렸다. 미국 독립리그에서 뛴 커트 스미스도 82경기에서 17홈런을 날린 장타자다. 홈런이 많이 나오지 않는 고척돔이지만 지뢰밭 같은 네덜란드 타선은 경계 대상이다.
네덜란드 타선 공략의 열쇠는 “타자들의 방망이를 얼마나 잘 이끌어내느냐”이다. 주축타자인 스쿱과 그레고리우스는 파워는 강력하지만 좋은 공을 기다리는 유형은 아니다. 스트라이크 존 근처의 유인구로 헛스윙을 이끌어내거나 약한 타구를 만들어낸다면 이들의 파워를 봉쇄할 수도 있다.
가장 까다로운 타자는 역시 보스턴의 주전 유격수 젠더 보가츠다. 보가츠는 파워와 선구안, 인내심, 컨택능력, 스피드까지 겸비한 완성형 타자다. 92년생으로 아직 만 24세에 불과하지만 아메리칸 리그 유격수 실버 슬러거를 이미 두차례나 수상했고, 올스타로도 선정된 바 있다.
# 경쾌한 스윙으로 솔로포 터뜨리는 보가츠
# 압도적 열세, 기적이 필요한 한국
객관적 전력 상 한국이 열세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승리로 끝난 1차전 결과에서 알 수 있듯 단기전 승부는 전력대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선발 우규민을 포함 양현종-차우찬-오승환을 모두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친다면 네덜란드의 강타선을 막아낼 가능성도 있다. 역대 WBC에서는 이변이 곧잘 발생하곤 했다.
하지만 기본적인 전력 차가 워낙 크다. 마무리 오승환을 제외하면 네덜란드를 상대로 우위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심지어 네덜란드는 수비마저 한국을 압도한다.(네덜란드의 유격수는 골드글러브를 2회 수상한 시몬스다.) 무엇보다 이스라엘 전에서 보인 한국의 경기력이 2차전까지 이어진다면 네덜란드를 상대로 승리를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한국팀이 '고척 참사'를 '고척의 기적'으로 바꾸고 4년 전의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선 타선의 핵인 이용규-김태균-이대호의 각성과 선발 우규민의 호투가 절실하다.
[기록 출처 및 참고 : 베이스볼 레퍼런스, 베이스볼 아메리카, 브룩스 베이스볼, 위키피디아, 팬그래프닷컴,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 Baseballsavant, KBReport.com, 스탯티즈, KBO기록실]
길준영 기자 / 감수 및 편집: 김정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