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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 BUZZ
 STAT 리포트

‘국민 감독의 쓸쓸한 퇴장’ 김인식을 위한 변명

2017-03-14 화, 06:47 By 이용선

2002 부산 아시안 게임 금메달, 2006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 2009 WBC 준우승, 2015 프리미어 12 우승. ‘국민 감독’ 김인식 감독의 업적이다. 그는 국가대표팀을 이끌 때마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담보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의 호성적은 국내 프로야구의 인기 상승으로 연결되었다. 리그의 흥행 성공과 선수들의 몸값 상승으로 연결된 것은 물론이다. 김인식 감독이 한국 야구 발전에 지대한 공로를 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의 마지막 무대는 참혹했다. 안방인 고척돔에서 개최된 2017 WBC A조 1라운드에서 그가 지휘봉을 잡은 한국 야구 대표팀은 1승 2패 3위에 그쳐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김인식 감독은 사실상 대표팀 감독 은퇴를 선언했다.

김인식 감독 ⓒ 연합뉴스 

WBC 참패 원인에 대한 다수의 의견 중 하나는 선수들의 동기 부여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1년 내내 시즌을 치르는 프로팀의 감독이라면 주전 경쟁이나 1, 2군 엔트리 변경 등을 통해 선수의 동기 부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소집된 대표팀의 감독이 선수들의 동기 부여까지 책임지기는 쉽지 않다. 기량이 완성되었으며 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 대표팀 선수들이라면 동기 부여는 프로답게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  

임창용은 대표팀의 오키나와 전지훈련 도중 무면허 운전이 적발되었다. 태극마크 경험이 여러 차례 있는 대표팀 최고참부터 이번 대회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안일한지 드러내는 단적인 사례였다.   

2017 WBC 대표팀은 엔트리 구성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메이저리거들이 팀 내 사정이나 사건사고에 휘말려 대거 불참했다. KBO리그의 선수 중에도 부상 등으로 이탈한 선수가 있었다. ‘누더기 엔트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가 대회를 치르기 전부터 나왔다. 

대회에 돌입한 뒤 김인식 감독의 용병술은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최상의 엔트리를 구성하지 못한 채 상당수 선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의 가용 폭은 좁을 수밖에 없었다. 감독이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2009년 3월 WBC를 앞두고는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이 대표팀을 맡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2008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SK 와이번스 김성근 감독이 고사하면서 5위 한화 이글스의 감독인 김인식 감독이 대표팀을 맡은 바 있다. 

뇌경색으로 인한 부담 속에서도 김인식 감독은 대표팀을 지휘해 준우승의 업적을 일궈냈다. 하지만 그해 한화는 최하위인 8위에 그쳤고 김인식 감독은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후 그는 프로팀 감독을 다시 맡지 못하고 있다. 대표팀을 위해 희생한 결과였다.  

‘잘하면 본전, 못하면 역적’인 대표팀 감독은 ‘독이 든 성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승부사는 항상 승리할 수는 없으며 언젠가 패하기 마련이다. 

김인식 감독의 대표팀 감독으로서 유일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떠났다. 그가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대표팀 전임 감독제는 아직 본격적인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노거장의 뒷모습이 너무나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