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 리포트
JTBC, 이러려고 중계권 땄나?
2017-03-14 화, 22:15
By
이정민
한국 대표팀 탈락 후 생중계로 만날 수 없는 2R,
JTBC 이러려고 중계권 땄나? 보는 입장에서 자괴감 들어.
한국 대표팀은 탈락했지만 WBC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진정한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1R 예선을 마치고 살아남은 국가들의 2R 승부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을 물리치고 올라간 네덜란드와 이스라엘, 그리고 B조에서 치열한 승부끝에 살아남은 일본과 쿠바가 모인 E조의 결승 2라운드는 이미 승부에 돌입했다. 또한 메이저리그 올스타들의 열정 가득한 승부를 보여주며 흥행을 달군 미국과 도미니카공화국 푸에르토리코 그리고 마지막으로 플레이오프 끝에 살아남은 베네수엘라가 모인 F조의 결승 라운드 역시 막 시작될 예정이다.
하지만 국내의 야구팬들은 이제 막 시작된 명승부들을 생중계로 접하기 어렵다. 한국 대표팀이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탈락하자 중계권을 따낸 JTBC가 남은 경기 중계에 대해 미적미적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두 대회연속으로 천문학적인 액수를 배팅하며 따낸 중계권이지만 대표팀의 부진으로 별다른 실적을 못 올린 JTBC에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방송사는 해당 대회의 중계권을 따낸 이상 자국팀 경기 여부에 관계없이 일정 수준으로는 중계 편성을 잡아야 한다. 그게 해당 대회를 기대한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라 생각된다.
대표팀의 WBC 경기만 WBC 경기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준비가 부족했던 탓에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였던 대표팀보다 일본이나 네덜란드 같은 준비가 잘된 대표팀들이나 메이저리거들이 즐비한 미국,도미니카 공화국 등의 강팀들의 경기력이 훨씬 수준이 높았다. 하지만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인 해당 팀들의 경기는 대부분 국내에서 생중계로 만나보기 힘들었다. 야구팬들은 자국 방송사가 중계권을 따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 채널의 인터넷 중계를 빌려보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 JTBC의 WBC 국가대표팀 경기 광고 포스터. JTBC는 두 대회 연속으로 WBC의 중계를 맡았지만 좋지못한 성적으로 흥행을 거머쥐는데 실패했다. ⓒ JTBC
"스포츠는 라이브다" 이번 WBC 대회 중계를 광고할 때 JTBC가 썼던 문구다. 하지만 스포츠가 라이브라던 그들은 라이브 중계 대신 녹화중계로 팬들에게 다가갔다. 한국 팀이 떨어진 이상 WBC는 더 이상 스포츠가 아니라고 느꼈던 걸까.
2R 첫 경기에서 네덜란드를 상대로 연장 명승부 끝에 승리를 거머쥔 일본은 3월 14일, 쿠바를 상대로 2차전을 가진다. 해당 경기는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관심도가 큰 경기다. 이번 대회 물오른 경기력을 보이며 전승 행진중인 한국 대표팀의 영원한 숙적 일본과 베이징 올림픽때부터 여러모로 인연이 깊은 쿠바의 사활이 걸린 승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경기는 생중계로 중계되지 않았다.
1R부터도 다른 나라의 경기가 펼쳐짐에도 불구하고 자체 스포츠 채널에서 한국 대표팀의 경기를 재방송하며 슬금슬금 조짐을 보이더니, 한국 대표팀이 탈락한 2R 부터는 대놓고 무성의함을 보이고 있다. 대표팀은 탈락했지만 이제 재밌는 경기들이 즐비하기에 다른 나라의 경기를 즐기고 싶었던 팬들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고 있다. 사실 지상파 채널에서 월드컵을 중계하다가 국가대표팀이 탈락했다고 중계를 안한 적은 없지 않은가.
중계진 편성에도 아쉬움이 따른다. JTBC는 WBC 대회를 맞아 '코리안 특급' 박찬호를 비롯해 이병규,박명환등 쟁쟁한 커리어를 가진 선수들을 해설위원으로 영입하며 열을 올렸다. 하지만 이들은 선수로써는 레전드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은 쟁쟁한 커리어지만 대부분 해설로는 커리어가 적은 초보급 해설자들이다.
또한 JTBC는 메인 경기의 중계로 MBC 출신의 임경진 캐스터를 배치하고 오전에 중계되는 관심도가 낮은 경기에 김태우 캐스터를 배치했다. 이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임경진 캐스터는 MBC 아나운서 시절부터 잔뼈가 굵은 방송 베테랑이지만 스포츠 중계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때가 아니면 자주 담당하지 않았던 편이다. 하지만 김태우 캐스터는 2005년 지금은 문을 닫은 스포츠 전문 채널 Xports 시절부터 메이저리그와 프로야구 중계를 담당했던 야구 중계의 베테랑중 베테랑이다.
▲ 야심차게 2017 WBC를 준비했던 JTBC. 부족했던건 대표팀의 경기력만은 아니었다. ⓒ JTBC
스포츠 중계에 있어 대중성도 중요하지만 전문성도 요구되는 시대다. 시청자들도 마음만 먹으면 정보를 충분히 공유할 수 있는 시대에 도래했다. 방송사의 준비가 미흡한 부분이 보여지면 바로 피드백이 되는 쌍방향이 방송의 대세가 된 흐름이다. 현 상황에서 JTBC의 WBC 중계는 과거 TBC 동양방송 시절의 WBC 권투 중계에서나 통할 법한 준비로 시청자에게 다가간 셈이다. 스포츠를 컨텐츠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싶으면 지금의 방식으로는 많이 힘들 것이다.
과연 JTBC의 WBC 중계가 두 대회 연속으로 실패로 끝난 점이 대표팀의 부진 때문만인지, JTBC는 최근 본인들이 잘하는 것처럼 다시 한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대표팀의 부진은 원인 중 하나가 될 수가 있겠지만 분명 절대적인 원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