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프로야구, '젊은 선발' 육성 절실
2라운드가 한창 진행 중인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가 한국 대표팀의 졸전 끝 참패 때문인지, 지난 14일 시작된 2017시즌 시범경기에 밀려 야구팬들의 관심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에 연패한 뒤 대만을 상대로 11:8로 체면치레 승리를 거뒀다. 결국 1승 2패로 2라운드 진출에는 실패했다. 3경기 내내 경기 내용도 좋지 않았다.
WBC에서 한국이 조별 리그 1라운드 2패 이상을 기록한 것은 대회 사상 처음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가 WBC A조 경기를 고척돔에서 개최해 사상 최초로 한국에 야심차게 유치했지만 결과는 참담했고 남의 잔치가 되고 말았다.
충격적인 1라운드 탈락으로 인해 그간 누적된 문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졸전을 거듭한 선수들의 프로 정신 결여, FA를 비롯한 고액 연봉 선수들의 거액 몸값 거품론, KBO리그의 기형적 스트라이크존과 타고투저 문제, 치밀한 분석 대신 감에 의존하는 야구 등이 연일 도마 위에 올랐다. KBO리그의 전반적인 수준 하락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정 프로 리그의 수준을 쉽게 가늠할 수 있는 잣대는 투수력이다. 투수에 맞춰 타자들의 수준 또한 좌우되기 때문이다. 투수들의 기량이 빼어나면 타자들 또한 투수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타자들의 진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투수들 역시 생존을 위한 진화를 거듭하게 됐다.
마운드의 근간은 선발 투수다. 강팀은 선발 투수진이 강력한 팀이 듯 뛰어난 선발 투수가 다수인 리그는 수준이 높은 리그라 할 수 있다. 하지만 KBO리그에서 확실한 믿음을 주는 선발 투수는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지난해 KBO리그에서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는 17명에 불과했다. 팀 당 평균 1.7명으로 2명이 채 되지 않는다. 선발 투수 기근 현상은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들의 숫자를 통해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규정 이닝을 충족한 17명 중 10명이 외국인 투수인 반면 한국인 투수는 고작 7명에 그쳤다. 외국인 선발 투수에 대한 KBO리그 구단들의 높은 의존도가 드러난다. 각 구단의 선발 원투 펀치는 대부분 외국인 투수로 구성되어 있다.
7명의 내국인 투수 중 1988년 이후에 태어난 20대는 1988년생 양현종(KIA)과 1989년생 신재영(넥센)뿐이다. 이들 모두 20대 후반임을 감안하면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발 투수는 씨가 말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 2020 도쿄 올림픽과 2021 WBC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 프로 데뷔 후 불펜으로 활약했던 넥센 한현희와 조상우는 팔꿈치 수술로 2016시즌을 통째로 건너 뛰었다. 올시즌에는 선발투수로 나설 예정이다. |
ⓒ 넥센 히어로즈 |
리그에 유망주 투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장의 성적에 집중한 구단과 감독들이 젊은 유망주들을 불펜으로 우선 활용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KBO리그의 현실이다.
등판 간격이나 투구 수에 있어 선발 투수만큼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불펜 투수는 연투를 하다 구위가 저하되거나 수술대에 오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롱런하는 불펜 투수는 상대적으로 드물 수밖에 없다. 기량 향상은 둘째 치고 선수 생명마저 위협받게 된다.
외국인 선발 투수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와 유망주 투수의 활용법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젊은 선발 투수 육성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한국 야구의 시급한 과제다.
[기록 출처: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