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 리포트
최지광·장지훈, '라팍'에 뜬 무서운 새내기들.
2017-03-17 금,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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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3월은 바야흐로 새내기의 계절이다. 전국 번화가 곳곳마다 새로운 시작의 낭만을 안은 젊은이들로 붐비는 것은 익숙한 3월의 풍경이다.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시작된 대구 라이온즈 파크에서도 새내기 투수들이 신고식을 펼치며 팬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삼성의 신인투수 최지광과 장지훈의 이야기다.
최지광과 장지훈은 16일 대구 라이온즈 파크에서 벌어진 LG와의 시범경기에서 프로무대 '첫' 피칭을 선보이며 커리어의 첫 단추를 꿰었다. 시범경기긴 하지만 이들이 뛰던 고교야구와는 다른 프로무대다. 관중이 들어선 채로 치뤄지는 엄연한 정식경기이며 분위기 자체가 캠프에서 치뤄지는 연습경기와는 다르다.
시범경기라도 신인 선수에게 첫 등판 자체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불멸의 명투수' 故최동원 선수도 프로 데뷔전에서는 긴장해서 난타를 당했던 적이 있을정도다. 하지만 삼성의 새내기 최지광과 장지훈은 부담감을 떨쳐내고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최지광과 장지훈은 삼성의 새 외인 투수 패트릭이 4이닝을 소화하고 내려간 뒤 각각 2,3번째 투수로 등판해 공을 던졌다. 각각 1이닝과 2이닝씩을 소화한 최지광과 장지훈은 나란히 단 하나의 안타와 단 하나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 피칭을 기록하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패트릭이 내려가고 두번째 투수로 등판한 최지광은 5회를 책임지며 분위기를 올렸다. 삼성의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고 입단한 그는 캠프때부터 김한수 감독의 눈에 들며 올 시즌 비밀병기로 주목받았다. '비밀병기'라는 기대에 걸맞게 최지광은 3타자를 연속으로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본인의 진가를 드러냈다. 고교 최고의 기교파라는 명성과는 다르게 145km의 패스트볼을 스스럼없이 뿌려대며 정통파다운 모습으로 타자들을 압도했다. 신인이지만 내심 최지광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던 삼성 코칭스태프들의 표정을 흐뭇하게 만들 충분한 피칭이었다.
▲ 캠프때부터 기대주로 주목받았던 최지광의 전지훈련 당시 모습. ⓒ 삼성 라이온즈
최지광이 한껏 올려놓은 분위기를 절정으로 치닫게 만든건 2017년 삼성의 1차지명 투수 장지훈이었다. 경주고 출신으로 1차지명을 받고 입단한 장지훈이었지만 스프링캠프 기간동안 2차지명 출신이던 최지광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있었다. 이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본인을 뽐내기라도 하듯 6회부터 2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냈다. 큰 키와 긴 팔다리에서 뿜어져나오는 시원시원한 투구폼으로 최고구속 146km의 패스트볼을 씩씩하게 뿌리며 자신을 어필했다. 2017년 삼성에서 주목할만한 신인 투수로 최지광만을 적어놓았던 사람들은 생각을 고쳐야만 했다.
▲ 2017년 신인지명 행사에서 1차지명 투수 장지훈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삼성 라이온즈
두 선수의 호투는 한화와의 2연전에서 불방망이를 뽐내며 타격감이 좋았던 LG 타선을 상대로 보인 투구라 더욱 의미가 있다. 특히 삼성은 최근 5년동안 신인 투수들의 등장이 가장 적은 팀중 하나였다. 기존의 투수들이 워낙 뛰어났고 삼성이 호성적을 거두며 신인 지명 순위가 낮았던 탓에 심창민 정도를 제외하면 젊은 투수들의 이렇다할 활약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록 시범경기지만 최지광과 장지훈의 호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그이 호투를 보인 해당 경기는 시범경기 1경기일뿐 앞으로를 장담할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시범경기가 아니라 정규시즌에서도 반짝하고 사라진 투수들 역시 셀 수 없다. 하지만 젊은 삼성으로의 새출발을 선언한 삼성이기에 어린 투수들의 활약은 그만큼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이 있듯 최지광과 장지훈이 가진 '자질'은 적어도 새 부대로 삼을만한 그릇들이 튼튼하다는 것은 충분히 보여준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젊은 삼성 라이온즈의 모습이 기대되는 2017시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