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이러려고 WBC 독점 중계권 땄나
▲ JTBC의 WBC 국가대표팀 경기 광고 포스터. JTBC는 두 대회 연속 WBC 독점 중계권을 획득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
ⓒ JTBC |
한국 대표팀은 1주일 전 탈락했지만 WBC(월드베이스볼 클래식)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4강 결승 라운드 진출을 두고 치열한 2라운드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꺾고 올라간 네덜란드와 이스라엘, 그리고 B조에서 치열한 승부끝에 살아남은 일본과 쿠바가 모인 E조의 2라운드는 일본과 네덜란드의 4강 진출이 이미 확정됐다.
또한 메이저리그 올스타들이 열정적인 플레이를 보이며 흥행을 달군 미국과 도미니카, 푸에르토리코 그리고 플레이오프 끝에 극적으로 생존한 베네수엘라가 모인 F조 라운드 역시 15일 시작됐다.
하지만 국내 야구팬들은 2라운드 12경기 중 절반 가까이를 생중계로 볼 수 없다. 한국 대표팀이 조기 탈락하자 독점 중계권을 가진 jtbc가 잔여 경기 중계에 대해 소극적인 편성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대회 연속 지상파 방송국을 제치고 따낸 독점 중계권이지만 대표팀의 부진으로 시청률 특수를 보지 못한 jtbc의 입장은 난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해당 대회의 독점 중계권을 따낸 이상 자국팀 경기 여부에 관계없이 대부분 경기는 스포츠 전문 채널을 통해서라도 생중계 편성을 잡아야 했다. 그게 WBC 중계를 기대한 야구팬과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다.
경기 내용이 실망스러웠던 한국보다 일본이나 네덜란드와 같이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준 팀이나 메이저리거들이 즐비한 미국, 도미니카 등 강팀들의 경기는 수준이 높았고 볼거리도 많았다.
하지만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준 일부 경기는 생중계로 방송되지 않았다. 야구팬들은 자국 방송사가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녹화중계를 봐야 하는 씁쓸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스포츠는 라이브다."
이번 WBC 대회 중계를 홍보할 때 jtbc가 내세운 홍보 문구다. 하지만 '라이브'라던 스포츠는 어느새 녹화 중계가 되고 말았다. 한국 팀이 떨어진 WBC는 스포츠가 아닌 것일까?
2라운드 첫 경기에서 연장 승부 끝에 네덜란드를 제압한 일본은 지난 14일, 쿠바를 상대로 2차전을 가졌다. 해당 경기는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관심도가 큰 경기였다.
한국 대표팀의 영원한 숙적 일본과 베이징 올림픽때부터 여러 모로 인연이 깊은 쿠바의 사활이 걸린 승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경기는 생중계로 중계되지 않았다. 1라운드 1차전에서 한국을 꺾고 돌풍을 일으킨 이스라엘과 일본의 2라운드 최종전도 생중계되지 않았다.
대표팀은 탈락했지만 야구 강국들의 흔치 않은 대결을 생중계로 즐기고 싶었던 야구팬들은 허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2017 WBC를 통한 시청률 특수를 기대했던 JTBC. 이번 대회에서 부족했던건 대표팀의 경기력만은 아니었다. |
ⓒ jtbc |
중계진 편성에도 아쉬움이 따른다. jtbc는 WBC 대회를 맞아 '코리안 특급' 박찬호를 비롯해 이병규, 박명환 등 쟁쟁한 프로 커리어를 가진 선수들을 해설위원으로 영입하며 열을 올렸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해설자로서 커리어가 많지 않은 초보급 해설자였다. 많은 준비에도 불구하고 매끄러운 해설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캐스터 배치 역시 아쉬움을 남겼다. jtbc는 메인 경기 중계로 MBC 출신 임경진 캐스터를 배치했고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지는 오전 경기에 김태우 캐스터를 배치했다.
임경진 캐스터는 MBC 아나운서 시절부터 잔뼈가 굵은 방송 베테랑이고 다양한 스포츠 중계 경험이 있지만 야구 전문 캐스터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김태우 캐스터는 10여 년 전 스포츠 전문 채널 시절부터 메이저리그와 KBO리그 중계를 담당했던 야구 중계에 특화된 베테랑 캐스터다.
최근 스포츠 중계는 대중성과 함께 전문성도 요구된다. 관심이 많은 팬이라면 전문적인 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지 오래다. 흥미로운 독점 콘텐츠라도 방송사의 준비가 미흡할 경우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경우가 다반사다.
jtbc의 WBC 독점 중계가 두 대회 연속 실패로 끝난 이유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면밀한 분석과 반성이 필요할 것이다. 대표팀의 부진과 급변하는 정국 현황이 주 원인이겠지만 매력적인 콘텐츠를 독점했으되 적절히 활용하지 못한 방송국의 역량 부족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기록 출처: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