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남자’? 팀별 시범경기 ‘라이징 스타’ ①편
시범경기는 정규시즌을 앞두고 전력을 점검하고 여러 가능성을 시험하는 무대다. 주전급
투수들은 새로운 무기를 시험하거나 상대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주전급 타자들은 컨디션 조절에
집중한다. 그런만큼 시범경기의 성적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하지만 아직 1군에 자리를 잡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다르다. 이들은 시범경기를 통해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눈에 들어야한다. 따라서
시범경기에서부터 전력을 다해 자신의 기량을 입증하려하는 경우가 많다. 시범경기는 이들에게 ‘기회의 장’이다.
올해는 어떤 선수들이 시범경기를 이용해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을까? 각
팀별로 투/타 ‘라이징 스타’들을 꼽아봤다.
두산 베어스 : 김명신 / 김인태
김명신은 2017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20순위로 두산에 지명된 대졸 신인투수다. 투수 치고는 단신(178cm)에 구속이 아주 빠른 편은 아니지만, 다양한 구질과 제구가 인상적이다. 시범경기에서는 3경기에 나서 7이닝 1실점(1자책) ERA 1.29를 기록했다.
탈삼진 4개를 잡는 동안 볼넷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함덕주가 5선발 경쟁에서 앞서감에 따라 선발진 진입은 어려워졌지만, 불펜에서라도 충분히 제 몫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다른 선발진이
흔들릴 경우 선발진 재진입도 노려볼 만하다.
2013 신인드래프트 1라운더
출신의 ‘특급 유망주’ 김인태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입단 첫 해를 마치고 경찰청에 복무, 군 문제를 해결했고, 올해 1군 진입을 노린다. 그는
시범경기에서 7경기에 나서 타율 0.588에 4타점을 기록했다. 홈런은 없지만 3루타
2방을 때려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기존 외야수 김재환-박건우-민병헌의 벽은 높다. 또한 조수행,
정진호, 국해성 등 백업 요원들도 출중하기에 단숨에 주전으로 거듭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개막 엔트리 합류와 백업 경쟁 승리가 우선 목표로 보인다.
NC 다이노스
: 모창민 / 구창모
97년생의 젊은 피 구창모가 공룡 마운드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구창모는 시범경기 3경기에 등판해 14이닝 ERA 1.93으로 맹활약했다. 특히 탈삼진은 무려 13개로 오설리반에 이어 시범경기 2위다. 이번 시범경기 최고의 국내 투수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팀의 5선발 자리를 놓고 장현식과 경쟁했고, 시범경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큰 변수가 없다면 올 시즌 당당히
선발진의 한 축으로 활약할 전망이다. 지난 시즌 임시 선발로 9차례
선발 등판한 그는 올해 풀타임 선발에 도전한다.
모창민은 ‘라이징 스타’라는
단어에 적합한 선수는 아니다. 그는 1군 통산 659경기에 나선 만 31세의 베테랑이다. 하지만 그의 놀라운 시범경기 성적은 그를 ‘라이징 스타’로 추천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는 시범경기 11경기에서 타율 0.385에
3홈런 9타점을 기록했다.
타율은 단독 1위, 안타와 홈런은 공동 1위, 타점은 4위다.
NC는 올 시즌 지명타자 자리를 이호준이 아닌 모창민에게 맡길 계획이다. 지난 2년간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던 그의 출장 기회는 크게 늘어날 전망. 그가 시범경기의 활약을 이어나가 32세 시즌에 잠재력을 터트릴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최동환은 2009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에서 지명된 선수다. 드래프트 순위가 말해주듯 뛰어난
잠재력을 지녔지만 좀처럼 이를 폭발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시범경기에서는 달랐다. 그는 5경기에 나서 7 2/3이닝
ERA 2.35로 활약했다. 홀드도 2개를 따냈다.
그는 올 시즌 불펜에서 모습을 보일 예정이다. 상황에 따라 필승조로
투입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다만 고질적인 약점인 불안한 제구가 문제다.
시범경기에서도 5볼넷/1사구로 제구에 문제를
보였다. 그가 LG의 ‘믿을맨’이 되기 위해서는 제구력 보완이 필요하다.
LG는 지난 시즌 채은성, 김용의
등 외야 자원을 대거 발굴했다. 이들은 좋은 활약으로 ‘신바람
야구’를 이끌었다. 여기에 이번 시범경기에서는 이형종까지
가세했다. 이형종은 시범경기 타율 0.346에 3홈런 10타점으로 엄청난 활약을 선보였다. 홈런 공동 1위에 타점 공동 2위. 타자 전향 3년째 치고는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아직까지 LG의 외야 경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채은성과 김용의에 임훈, 문선재, 이천웅 등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많다. 이형종만큼은 아니지만, 이들 역시 대부분 시범경기 맹타를 휘둘렀다. 하지만 이형종이 시범경기의 활약을 이어간다면 충분히 주전 도약도 가능할 전망. 그의 방망이를 유심히 지켜보자.
넥센 히어로즈 : 오주원 / 이정후
오주원 역시 ‘라이징 스타’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선수는 아니다. 그는 신인왕 경력을 가진 만 31세의
베테랑 투수다. 하지만 부활을 노리는 선수라는 점을 본다면, ‘어게인
라이징 스타’ 정도로는 불러줄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시범경기
2경기에서 9이닝 2실점의
빼어난 피칭을 선보였다. 볼넷 없이 11탈삼진을 솎아내며
제대로 무력 시위를 펼쳤다.
그는 올 시즌 넥센 선발진의 한 축으로 기용될 전망이다. 넥센은 밴헤켄
외에 좌완 선발 투수가 없는 상황. 그가 가세해 좋은 활약을 보여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그가 김세현에 이어 ‘넥센 투수 개명 효과’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이정후는 이번 시범경기 최고의 스타라 부를만한 선수다. KBO의 ‘전설’ 이종범 해설위원의 아들로 이름을 알렸지만, 시범경기에서는 자신의 실력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시범경기 12경기에 나서 타율 0.455를 기록했다. 시범경기 안타 공동 1위에 ‘장외
타격왕’이다. 역전타와 동점타를 때려내며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그는 시범경기 활약에 힘입어 개막전 엔트리 진입을 확정지었다. 다만 그가 어느 포지션에서 활약할지는 아직 미지수. 그는 원래 내야수이지만, 입단 후 외야수로도 훈련을 받았다. 시범경기에서도 외야 전포지션을 소화했다. 중견수 임병욱이 현재 팔꿈치 부상으로 개막전 출장이 불가능하기에, 개막전 선발 중견수로 깜짝 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IA 타이거즈 : 한승혁 / 신범수
KIA 마운드에서는 단연 한승혁이 돋보인다. 한승혁은 신인 시절부터 엄청난 ‘광속구’로 유명세를 치른 선수다. 이번 시범경기에서도 최고 157km/h의 빠른 공을 던지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게다가 투구폼
수정으로 기존 문제점이던 제구력까지 나아진 상태. 그는 시범경기 5경기에서
5이닝동안 볼넷 2개만을 내주며 ERA 0.00을 기록했다.
그는 올 시즌 필승조 합류가 유력하다. 최영필, 임창용 등 노장들로 이뤄진 기존 필승조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라 기대된다. 그가 시범경기에서 보여줬던 제구력을 유지한다면 임창용을 넘어 마무리로 도약 역시 가능할
전망. 한승혁의 2017시즌을 유심히 지켜보자.
타선에서는 고졸 2년차 포수 신범수가 빛났다. 신범수는 시범경기 9경기에 나서 타율 0.471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이홍구(0.214), 한승택(0.250)을 한참 뛰어넘는 활약이다. 타격 재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하지만 그가 올 시즌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KIA의 안방에는 공격력을 입증한 이홍구와 포스트시즌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한승택이 버티고 있다. 타격 능력은 입증했지만 ‘포수’로서의 능력이 어떤지도 미지수다. KIA와 그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그가 2군에서 기량을 입증해 이홍구, 한승택, 백용환 등과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