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남자’? 팀별 시범경기 ‘라이징 스타’ ②편
시범경기는 정규시즌을 앞두고 전력을 점검하고 여러 가능성을 시험하는 무대다. 주전급
투수들은 새로운 무기를 시험하거나 상대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주전급 타자들은 컨디션 조절에
집중한다. 그런만큼 시범경기의 성적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하지만 아직 1군에 자리를 잡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다르다. 이들은 시범경기를 통해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눈에 들어야한다. 따라서
시범경기에서부터 전력을 다해 자신의 기량을 입증하려하는 경우가 많다. 시범경기는 이들에게 ‘기회의 장’이다.
올해는 어떤 선수들이 시범경기를 이용해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을까? 각 팀별로 투/타 ‘라이징 스타’들을 꼽아봤다.
SK 와이번스
: 서진용 / 김동엽
'SK 새 마무리' 서진용
92년생의 영건 서진용은 최고 150km/h의
강속구가 매력적인 투수다. 지난 시즌에도 평균 146.8km/h의
속구로 SK 국내 투수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졌다. 그런
그가 이번 시범경기에서 제대로 ‘일을 냈다’. 시범경기 5경기에 나서 5이닝 무실점 4K의
위력투로 자신의 강점을 제대로 드러냈다. 피안타는 없었고, 볼넷도
2개로 적었다.
시범경기 활약에 힘입어 그는 올 시즌 SK의 새로운 마무리 투수로 확정됐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지난 3월 25일 한화전에 앞서 서진용을 마무리로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SK의 뒷문은 당분간 셋업맨 박희수-마무리 서진용 체제로 꾸려질 전망이다.
안타깝게도 SK가 개막 3연전을 스윕당하면서, 아직까지 그에게는 세이브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지난 1일 팀이 2대0으로 뒤진 상황에서 등판한 것이 그의 유일한 등판 기록. 그는 단 9구만에 세 타자를 땅볼-삼진-뜬공으로 처리하며 위력적인 투구를 펼쳤다. 이번 주에는 SK의 새 클로저 서진용의 세이브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주전 좌익수 꿰찬' 김동엽
타선에서는 김동엽의 활약이 인상적이다. 지난 시즌 가능성을 엿보인
그는 시범경기에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10경기에서 타율 0.316에
2홈런 10타점으로 홈런/타점
부문 팀 선두로 나섰다. 수비 면에서도 다소 나아졌다는 평가다.
시범경기 활약을 인정받아 그는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됐다. 또한 SK의 지난 3경기 모두 선발 좌익수로 나서며 주전 자리를 꿰찼다. 다만 성적은 다소 아쉽다. 그는 정규시즌 3경기에서 11타수 2안타 타율 0.182에 그쳤다. 장타와 볼넷은 없고 삼진만 두 개. 완벽한 주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선구안 장착이 절실하다.
한화 이글스 : 서균 / 김원석
'잠수함 독수리' 서균
한화 이글스의 마운드에는 30대 투수들이 즐비하다. 장민재(27)와 이태양(26) 정도를
제외하면 30을 넘어선 베테랑 일색이다. 그런 가운데 시범경기에서
모처럼 92년생의 젊은 투수가 떴다. 주인공은 입단 4년차 사이드암 서균. 그는 시범경기 3경기에 등판해 2 2/3이닝동안 ERA
3.38을 기록했다. 특히 3월 19일 경기에서는 1 1/3이닝동안 삼진 3개를 솎아내며 ‘닥터 K’의
면모를 과시했다.
아쉽게도 그는 개막 엔트리에 진입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잠수함 기근(1군 엔트리 사이드암/언더핸드 투수 0명)에 시달리고 있는 한화의 마운드 사정을 고려하면, 시즌 중에라도 언제든 1군의 부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아직 1군에서 공을 던져본 경험이 없는 그가 올해 한화의 ‘히트 상품’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지켜보자.
'원석에서 보석으로' 김원석
이번 시범경기에서 한화는 많은 젊은 야수들을 시험했다. 그 과정에서
‘김태균의 후계자’ 김주현,
홈스틸을 성공시킨 이동훈 등 새로운 얼굴들이 대거 등장했다. 하지만 가장 빛난 새 얼굴은
역시 김원석이 아닐까. 그는 시범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팀 홈런 선두에 올랐다. 타율이 0.161로 낮다는
점이 아쉽지만, 파워와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군 11경기 출장에 그친 그는 올해 당당히 개막 엔트리에 진입했다. 개막전에서는 1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하며 김성근 감독의 신뢰를 받았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그는 첫 타석부터 안타를 때려내며 좋은 출발을 보였다.
이어 개막 2번째 경기에서는 일약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그는 1일 두산전에서 5타수 4안타(2루타 2개) 3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한화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몸을 날리는 호수비와 안정적인 번트도 인상적이었다. 3번째 경기에서도 활약은 이어졌다. 그는 데뷔 첫 3루타 포함, 5타수 2안타 1볼넷으로 또 다시 맹활약했다.
김원석의 향후 전망은 밝다. '임시 중견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이용규가 돌아오더라도 코너 외야수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을 전망. 입단 후 방출, 그리고 현역 입대 뒤 독립구단을 거쳐 한화에 재입단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그가 스타로 우뚝 서는 모습을 기대한다.
롯데 자이언츠 : 박시영 / 오승택
'NC전 연패탈출 이끈' 박시영
롯데의 봄 마운드에서는 박시영이 단연 빛났다. 박시영은 시범경기 4경기에 등판해 7이닝 2실점(1자책), ERA 1.29를 기록했다. 볼넷은 2개만을 내줬고, 삼진
9개를 뽑아내며 위력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피안타율은 0.185에 불과했다.
시범경기 활약을 바탕으로 그는 당당히 팀의 필승조로 우뚝 섰다. 그는 개막전부터 2/3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2번째 경기에서는 2이닝 무실점 2K로 활약하며 홀드를 따냈다. 스포트라이트는 선발승을 따낸 김원중과 세이브를 따낸 손승락에 집중됐지만, 그 뒤에는 2이닝을 든든히 버텨낸 박시영이 있었다.
지난 겨울 결혼에 골인하며 '제 2의 인생'을 맞은 박시영, 그가 올해를 최고의 해로 기억하게 되길 기대한다.
'20-20 재목' 오승택
지난해 시범경기 맹타를 휘둘렀던 오승택은 이번에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시범경기
11경기에서 타율 0.346에 1홈런 6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자신이
타격에 커다란 재능이 있음을 다시 한 번 입증해보였다. 그의 타격 능력은 황재균이 이적하며 생긴 빈 3루 자리를 차지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문제는 수비였다. 그는 시범경기에서 2개의 실책을 쏟아내며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결국 롯데는 개막전 3루수로 그가 아닌 문규현을 선택했다. 수비에 강점이 있는 문규현은 개막 3연전 내내 선발 3루수로 출장했다.
현재 오승택은 대타로 밀려난 상태다. 개막전 대타로 들어서 이우민의 도루자로 인해 타격도 해보지 못했고, 2일 경기에서는 대타로 들어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는 훈련을 통해 수비력을 보완해낸다면 언제든 주전 자리를 다시 노릴 만한 선수다. 쉽지는 않겠지만, 그가 수비 부담을 떨쳐내고 주전 내야수로 거듭나는 모습을 기대해보자.
삼성 라이온즈 : 장지훈 / 이원석
'차세대 사자군단 에이스' 장지훈
사자 마운드에는 고졸 신인 장지훈이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장지훈은 190cm의
장신에서 내리꽂는 높은 타점의 공이 매력적인 선수. 시범경기에 5차례
나서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특히 삼진을 무려 7개나 뽑아낸 점이 인상적이다.
당초 김한수 감독은 그를 성급히 1군에 투입하기보다는 2군에서 차근차근 육성하겠다고 이야기했다. 2군에서 '차세대 에이스'를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가 연일 맹활약하자 김한수 감독의 생각도 바뀌었다. 지난 3월 30일 발표된 개막 엔트리에는 장지훈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었다. 장지훈은 개막전 팀의 5번째 투수로 나서 아웃카운트 하나를 삼진으로 잡아냈고, 지난 2일 경기에서는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당분간 그는 1군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보직이다. 김한수 감독은 그를 부담이 적은 상황에서 등판시키며 활용도를 점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확실한 보직은 향후 몇 경기 등판을 통해 정해질 전망. 그의 등판 시점을 유심히 지켜보자.
'박석민 대체자' 이원석
이원석은 이미 1군에서만 1000경기
가까이 출장한 베테랑 선수다. 하지만 어쨌거나 삼성에서는 새 얼굴. 삼성에서
재도약을 노리는 이원석이 삼성 타선의 ‘라이징 스타’다. 그는 이번 시범경기에서 11경기 타율 0.391에 1홈런 2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23일 잠실구장에서는 친정팀 두산을
상대로 홈런포를 뽑아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모두의 예상대로, 그는 개막 3연전 내내 선발 3루수로 나섰다. 김한수 감독은 그를 구자욱-러프-이승엽을 받치는 6번 타순에 배치하며 신뢰를 보였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활약이 없다. 그는 개막 3연전에서 9타수 2안타 타율 0.222를 기록했다. 기대하던 장타도 터지지 않았다.
다만 과거 그의 꾸준했던 모습과 풍부한 경험을 생각하면, 조만간 김한수 감독에 부응할 가능성이 높다. 그가 한 달 내내 부진하지 않는 이상, 삼성의 주전 3루수 자리는 계속해서 그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kt 위즈
: 이상화 / 심우준
'1차 지명 출신' 이상화
kt 마운드에는 유망주들이 많다. 이번
시범경기에서도 심재민, 엄상백, 정성곤, 이창재, 고영표, 정대현
등 수많은 유망주들이 좋은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가장 빛난 선수는 바로 ‘노망주’ 이상화다. 2007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자 출신인 그는 아직까지 1군에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 그는 시범경기 4경기에 나서 5 1/3이닝 무실점으로 활약하며 1군 진입 가능성을 밝혔다.
막판까지 선발 경쟁을 펼치던 그는 아쉽게도 선발진에 진입하지 못했다. kt는 로치, 피어밴드와 주권, 정대현, 고영표의 선발진으로 시즌을 꾸릴 계획이다.
하지만 그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불펜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경기에서는 팀의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단 4구만에 아웃카운트 3개를 잡아내며 SK 타선을 잠재웠다. 이 활약을 이어간다면 팀의 필승조, 나아가 선발진에 구멍이 생길 경우 선발진 진입도 노려볼 수 있을 전망. 그가 서른의 나이에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캡틴이 점찍은 남자' 심우준
타선에서는 95년생의 젊은 피 심우준이 돋보인다. 심우준은 시범경기 10경기에서 타율 0.382에 3루타 2개, 도루 2개로 맹활약했다. 이전까지
공격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올해 시범경기에서만큼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주장 박경수 역시 그를 올해 kt의 키 플레이어로 꼽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캡틴의 기대 덕분일까, 그는 개막전부터 선발 출장하며 시즌을 기분 좋게 출발했다. 그는 개막전 9번타자 겸 3루수로 출장해 4타수 1안타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수비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3회 말 1사 만루 상황에서 정의윤의 타구를 병살 처리하며 kt를 위기에서 탈출시켰다.
그는 이후 2경기에서도 모두 선발로 나섰다. 2번째 경기에서는 무안타에 그쳤지만, 3번째 경기에서는 5타수 2안타 1타점으로 좋은 모습. 좋은 수비와 빠른 발이 장점인 그가 타격 능력마저 탑재하면서, '막내' kt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