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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 BUZZ
 STAT 리포트

'서울팀 특혜' 신인 1차지명, 개선 시급해

2017-07-11 화, 10:32 By KBReport

KBO리그 현행 신인 1차지명 제도의 문제점과 향후 개선 방안은?

LG와 넥센의 1차 지명을 받은 김영준(선린인터넷고)과 안우진(휘문고) (사진: LG 트윈스/OSEN) 

프로 스포츠에서 신인 드래프트를 통한 선수 영입과 육성은 강팀을 만들기 위한 가장 주요한 수단이다. KBO리그 역시 마찬가지여서 팀의 주축을 이루는 선수 중 상당수가 신인 시절부터 해당 팀에 입단하여 성장한 경우가 많다.

FA제도가 1999년 말부터 도입되었지만 거액 FA영입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에, 신인 선수 영입과 육성은 여전히 팀 전력을 구축함에 있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특유의 화수분 야구로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두산 베어스나 대형FA 영입 없이 꾸준히 좋은 선수들을 키워내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는 신인 지명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는 근래 보기 드물었던 뛰어난 재능의 고교 유망주들이 대거 쏟아진다. 9년 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야구 대표팀의 선전을 보고 야구 선수의 꿈을 키운 이른바 '베이징키즈'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관련 칼럼: 최고구속 152km, '2008 베이징 키즈'들이 온다)

KBO리그의 신인 지명은 타  리그와 구별되는 독특한 특징이  있는데, 바로 지역 연고지 내 아마추어 선수 영입 우선권을 인정하는 '1차지명 제도'가 그것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태동 이후 지역 연고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며 충성도 높은 팬 층을 확보했는데, 각 팀들이 연고지에 뿌리를 내리는 데는 해당 지역 출신 스타플레이어들의 활약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부산 최동원, 광주 선동렬, 대구 이만수 등 지역 출신 스타들은 연고지 팬들의 뜨거운 애정을 이끌어 냈다. 

1차 지명 제도는 구단들이 연고지 내 우수 선수들을 우선 확보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었고 영입 가능한 인원은 시기에 따라 변동이 있었지만 1차 지명이 갖는 상징적·실질적 의미는 여전히 크다.

이처럼 KBO리그에서 큰 의미를  지닌 1차 지명 제도는 2010년 이후 전면 드래프트제가 도입되며 폐지되기도 했으나 여러 문제점으로 인해 2014년 신인드래프트부터 다시 부활했다. 하지만 이후 보완이 필요한 여러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다.

우선 가장 논란이 되는 사항으로 

1) '서울 구단 공동 연고'를 들 수 있다.

서울권 이외의 7개 구단은 배타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각 지역과 학교를 선정하여 1차 지명 대상으로 삼는다.

예를 들어 롯데 자이언츠는 부산 지역 내 6개 고교(경남고, 부산고, 개성고, 부산공고, 부경고, 부산정보고)에 대해 1차지명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KIA 타이거즈는 광주, 전남 및 전북(일부) 학교들에 대해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서울 세 구단의 경우는 서울 지역 16개 고교 팀들에 대해 공동으로 1차 지명을 행사한다. 세 구단에서 서울 지역 전체를 공동 관리하며 함께 지명권을 행사하다 보니 타 지역 팀들에 비해 유리한 점이 발생하고 있다.

2017년 팀당 평균 등록선수. 서울권과 비 서울권의 선수층 격차를 확인할 수 있다. [출처: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대여섯 개 고교 팀에서 1차 지명할 선수를 택하는 것보다 16개 고교 팀에서 매년 순번을 정해 1차 지명을 행사하는 게 더 뛰어난 신인 선수를 선발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쇼핑으로 비유하자면 5~6 곳의 가게에서 하나의 상품을 고르는 것과 16곳의 가게에서 3개를 고르는 것의 차이다.

반대로 비 서울권 구단 두세 팀이 서울권 구단들처럼 1차지명을 공동으로 행사한다고 가정해보자. 지역 내에 대어급 고교 선수가 없는 해에는 다른 지역에서 2순위인 선수를 지명함으로써 유망한 선수를 충원할 수 있다. 매해 일정 수준 이상의 선수를 선발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일종의 위험 분산이 가능해진다.

게다가 서울권 고교 팀들의 팀당 등록 선수도 지방 고교 팀에 비해 대체로 많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서울권 1차지명  2, 3순위라 해도 지방 구단에 비해 뛰어난 선수를 선발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같은 경우도 서울권 세 구단의 1차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들 중에는 양창섭(덕수고), 박신지(경기고), 조성훈(청원고), 성동현(장충고) 등 전국구급 유망주들이 많은데 서울이 아닌 타 지역이었다면 1차지명이 충분했으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관련 칼럼: 덕수고 양창섭, '완벽한 에이스'를 꿈꾼다 )

# 2차 지명 최대어 중 한 명으로 주목받는 덕수고 양창섭의 투구 영상

특정 시즌에는 딱히 지명할 만한 선수가 없어서 고민하는 지방 구단과 지명할 선수가 넘치는 서울권 구단 간의 격차가 두드러져 보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보완할 가장 깔끔한 개선책은 타 지역처럼 서울 내 고교 팀을 3등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각 구단 간 이해관계나 관리 문제가 얽혀있어 현실적으로 조율이 쉽지 않다. 차선책으로 제안되는 것이 특정 학교에 대해 1차 지명을 복수로 행사할 수 없게 제한하는 제도다.

실제 2014년에는 덕수고 임병욱(넥센)과 한주성(두산)이 동시에 지명을 받았고 2015년에는 서울고 최원태(넥센)와 남경호(두산), 2016년에는 선린인터넷고 이영하(두산)와 김대현(LG)이 지명을 받으며 3년 연속 동일 학교에서 두 명의 1차지명 선수가 배출된 바 있다.

특정 학교에서 복수 지명이 불가능했다면 한주성, 남경호, 김대현은 2차 신인 드래프트에 나왔을 것이다. 서울권의 대어급 유망주들이 2차 지명으로 나오는 경우가 늘어나면 지방 구단과의 불균형도 일정부분 해소 가능하다. (관련 칼럼: 제구되는 155km, '경기고 로켓' 박신지의 꿈)

# 2차 지명 유망주로 꼽히는 경기고 박신지 투구 영상 (영상: 김민준)

2) '1차지명과 관련한 전학 규정' 역시 서울 구단들에게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 사회는 거의 전 부문에 걸쳐 수도권, 특히 서울로 대다수 자원과 인프라 투자가 집중되어 있다. 야구 역시 예외는 아니다. 기량이 뛰어난 초중등 선수들의 경우 서울권 고교 팀들의 스카우트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KBO리그는 중학교 선수 등록 이후 타 구단 권역으로 전학을 가거나 진학을 할 경우 1차지명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각 구단의 연고지명권을 보호하고 있다. 그러므로 중학교를 타지에서 다니다 서울권 고등학교에 진학할 경우 1차 지명 대상에서 제외된다. 비 서울권 구단을 보호하기 위한 고육책이라 볼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중학 야구부에 선수 등록을 하기 전에 서울로 전학을 가는 경우다. 초등학교 야구부나 리틀리그에서 두각을 드러낸 선수들 중 아예 서울로 중학교 진학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 선수들의 경우는 전학생 규정에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서울권 구단들의 1차 지명 대상이 된다. 실제로 최근 몇 년 간 서울권 구단들의 1차 지명을 받은 선수들 중에는 중학교 입학 시기부터 서울로 진학한 선수들이 꽤 있다. 올 시즌 고졸 1년차로 경이로운 활약을 보이고 있는 넥센 이정후가 바로 이에 해당되는 사례다.

 최근 서울권 구단들의 1차지명 현황. 총 15명의 선수 중 무려 8명이 서울이 아닌 타 지역에서 야구를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학생 야구의 서울 집중화 현상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참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위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 서울 구단에 1차지명을 받은 많은 선수들 중 상당수가 타 지역에서 야구를 시작했던 선수들이었기에, 비 서울권 구단들은 유망주들의 상경으로 인하여 미래의 1차지명 대상이 될 선수들을 잃었다고 할 수 있고 서울권 구단들은 그만큼 반사이익을 누렸다 볼 수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학 규정을 중학교가 아닌 최초 선수 등록 시점을 기준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선수들이 전학할 권리를 제한할 수는 없지만 비 서울권 구단 연고 유망주의 유출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지나치게 배타적이라는 반론도 있지만 야구계에 불어 닥친 서울 집중화 현상은 그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일부 지방 구단들은 1차 지명 할 만한 대어급 선수가 부족해 고민하고 있는데 반해 서울권 구단들은 타 지역 출신 유소년 유망주들까지 1차지명 대상으로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는 리그의 전력균형을 깨뜨릴 수 있는 잠재적 위험요소다.

그러므로 현재 지나치게 서울 구단들에 유리한 1차 지명 제도를 우선 정비하여 서울권 구단과 비 서울권 구단 간의 전력 균형을 이루고 장기적인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

# 중학 시절 전학 경력으로 2차 지명 대상인 서울고 강백호

3) SK와 kt의 애매한 지역 연고 공동관리도 보완이 필요하다.

<인천·경기 지역 내 고교 팀 구단별 관할 현황> <출처 KBO>

현재 인천 지역 고교 팀들은 SK 와이번스가 관할하고 경기 지역 고교 팀의 경우 수원 연고의 kt 위즈와 SK가 고교를 분할해  지명권을 행사하고 있다. 문제는 대체로 SK에 강팀이 많고 kt는 신생팀 위주라는 점이다.

kt 위즈 창단 이전부터 경기 지역을 관리해온 SK의 기여도를 인정해 줘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시급히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바로 중학교 공동관리다. 경기도 내 중학교는 SK와 kt가 공동관리를 하기 때문에 SK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면이 있다. 예를 들어 경기도에서 중학교를 나오고 인천 지역 고교로 진학한 선수는 SK에서 1차 지명 하는 것이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올해 SK의 1차 지명자인 동산고 김정우를 들 수 있다. 김정우는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소래중학교를 졸업하고 인천 동산고로 진학했는데 경기도 내 중학교는 공동관리로 인정되기에 SK에서 별 문제 없이 1차 지명할 수 있었다.

지난해 소속팀 동산고를 대통령배 우승으로 이끌었던 SK 와이번스 1차 지명자 김정우. 투타에서 모두 두각을 드러낸 다재다능한 유망주다. (사진: OSEN)

가뜩이나 유망주가 아쉬운 신생 구단  kt로서는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지점이다. 더욱이 소래중학교가 위치한 시흥에는 소래 고등학교가 있는데, 소래고는 kt위즈의 1차지명 대상학교다.  

올해  김민이라는 걸출한 유망주가 존재했기에 망정이지 마땅한 1차 지명감이 없었다면 kt의 볼멘 소리가 나와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관련 칼럼: '꽃미남' 고교 에이스 김민, 더 주목받아 마땅한)

# kt 1차지명을 받은 김민(유신고)의 불펜 피칭 

그러나 반대로 인천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경기도 내 kt 관할 고교로 진학한 선수의 경우 kt가 1차 지명권을 행사할 수 없다.  그간의 기여도를 감안하더라도  SK가 kt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넓은 1차지명 풀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향후 양 구단 간 갈등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빠른 개선이 필요하다. 

4)  '지방 연고 구단 고교 팀 배분'에서도 개선을 바라는 목소리가 있다. 

1차 지명이 부활할 당시, NC 연고지인 경남권에는 고교 야구부가 부족했기에 인접 지역인 울산공고와 과거 KIA의 연고 고교였던 군산상고와 전주고가 NC의 연고 고교로 편입됐다.

이 중 ‘역전의 명수’로 잘 알려진 군산상고는 KIA의 전신, 해태 타이거즈의 뿌리라 해도 과언이 아닌 학교다. KBO리그 초창기 스타플레이어인 김봉연, 김준환, 김성한, 김일권 등을 배출해내며  프로야구 최초의 왕조를 구축한 해태 타이거즈 신화에  일조했다. 

아직 NC의 연고지인 경남지역에 고교 팀이 부족한(경남 4팀, 울산 1팀) 상황인 걸 감안할 때 당장의 재조정은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군산상고와 전주고가 KIA의 관할 고교로 바뀌는 게  KBO리그사의 연속성을 감안했을 때도 합리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KBO리그 인기의 근간은 탄탄한 지역 연고

본 칼럼을 통해 현행  1차 지명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은  KBO리그 체제 존속에 있어 1차지명 제도가 가지는 중요성 때문이다.

실제로  아마추어 야구선수들과의 대면을 통해 확인한 1차지명의 의미는 일반 야구팬들이 예상하는 이상의 무게감이었다.

1차 지명 제도로 인해 지역 연고 팀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깊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1차 지명을 받는 것을 선수 생활의 중요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손꼽히는 유망주들 중 1차 지명을 받기 위해 지역 내 고교 팀으로 진학을 결정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또한 구단들은 1차 지명이라는 명분을 바탕으로 연고지 아마 야구에 많은 투자를 한다. 이는 결국 지역 아마야구 발전과 활성화라는 선순환 효과를 가져온다.

대표적으로 2011년 NC 다이노스 창단 이후 마산 용마고의 전력이 다시 강해지고 kt 위즈 창단 이후 수원 유신고에서 좋은 유망주들이 연이어 등장한 것을 들 수 있다.

한동안 침체기를 거치기도 했던  두 팀 모두 짧은 기간 동안 전국구 강팀으로 거듭났다. 지역 아마야구의 주인공이 됐기 때문이다. 연고팀 창단과 1차 지명 제도가 없었다면 기대하기 힘들었을 효과다.

해를 거듭할수록  KBO리그의 시장 규모는 커져 가고 있다.  최근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 등이 이어지며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탄탄한 지역연고를 기반으로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서 입지를 굳힌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KBO리그 인기의 근간인 지역 연고 체제를 강화하고 구단 간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그와 가장 밀접한 신인 1차 지명 제도를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관련 기사:  '2008 베이징키즈', 한국야구의 재도약 이끌까]


이도영 아마야구 전문필진 / 기획 및 편집: 김정학 기자, 이정민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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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