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의 귀환' 조정훈, 기적을 던지다
▲ 7년만에 1군 복귀전을 가진 뒤 롯데 팬들에게 모자를 벗고 화답하는 조정훈 |
ⓒ 롯데 자이언츠 |
무려 7년이 흘렀다. 롯데 투수 조정훈을 KBO리그 1군 마운드에서 다시 보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세월의 흐름 속에 대통령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월드컵과 올림픽도 각각 두 번씩 개최되었다. 현재 롯데 마운드의 에이스 자리는 조정훈의 마지막 1군 등판 당시 중학생이었던 소년이 차지하고 있다.
7년 만에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33세 조정훈의 얼굴에선 지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30대가 되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운동 선수의 재활을 말할 때 흔히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평생 운동을 해온 선수가 경기에 나서지도 못한 채 반복되는 재활을 복귀에 대한 기약없이 계속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조정훈은 그런 재활을 무려 7년이나 버텨왔다.
조정훈과 함께 자주 언급되던 선수가 바로 지난해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은퇴 경기를 가진 전병두(전 SK)다. 그 역시 과거 화려했던 시절을 뒤로 하고 5년 이상의 긴 재활 기간을 견뎠다는 점에서 조정훈과 공통점이 많았다.
하지만 결국 예전의 모습을 되찾진 못했고 은퇴 경기에서 1군 마운드를 밟는 것으로 아쉬움을 대신했다. 전병두의 은퇴 경기가 조정훈에게는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으리라. ( 관련 기사: 마운드 떠난 전병두,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다 )
▲ 은퇴 경기 당시 전병두의 모습. 비록 예전의 모습을 되찾지는 못했지만 동료와 홈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1군 무대에서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었다. |
ⓒ SK 와이번스 |
7년만에 1군 무대에 돌아온 조정훈이지만 수년 전 부활 가능성을 보였던 적이 있었다. 2010년 어깨와 팔꿈치에 탈이 나면서 사회복무요원으로 수술과 함께 병역 의무를 해결한 조정훈은 2013 시즌을 앞두고 팀에 돌아왔다.
하지만 이 당시에는 조정훈과 팀 모두 복귀를 쉽게 점치지는 않았다. 군 복무 중이라 100% 재활에 몰두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부상 부위가 복합적이었기에 그만큼 조심스러웠다. 당시에도 즉시 복귀가 아닌 2013년 하반기나 2014년 개막전 합류를 목표로 몸을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5년에는 달랐다. 팀과 조정훈 모두 몸상태가 좋아진 것을 확신했고 성공적인 복귀를 자신했다. 시범경기에 모습을 드러내며 팬들에게 얼굴을 알리기도 했고 개막전 미디어데이 때 당시 주장 최준석과 함께 참가하기도 했다. 대부분 2015시즌 중에는 조정훈의 투구르를 다시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퓨쳐스리그에서 예열 도중 또 한번 팔꿈치에 물이 차며 통증이 그를 괴롭혔다. 결국 조정훈은 2015시즌 역시 지긋지긋한 재활과 함께 보내고 2016년 초,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다시 한번 수술대에 올랐다. 복귀에 대해 긍정적이었던 만큼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조정훈의 1군 복귀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조정훈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다시 이를 악물었다. 다시 일어서서 1군 마운드로 돌아간다는 것 외에는 목표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을 것이다.
실전 등판 한 번 없이 재활로 2016년을 보낸 그에게 다시 한 번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2017시즌에는 몸상태가 몰라보게 좋아진 것을 알 수 있었다. 퓨쳐스리그긴 하지만 계속해서 불펜으로 시즌을 소화할 수 있었다.
# 조정훈의 2017시즌 퓨처스리그 주요 기록
▲ 조정훈의 2017시즌 퓨처스리그 등판 기록. 적지 않은 경기에 등판했음을 알수 있다. (출처: 다음스포츠 퓨처스리그 기록실) |
ⓒ 다음스포츠 |
조정훈이 실전 엔트리에 이렇게 오래 등록되어 있었던 것은 부상을 당하기 전인 2010년이 마지막이었다. 구속도 과거 부상전 이상으로 좋아져 145km 이상의 빠른 공을 뿌렸고 장기였던 포크볼과 커브 등 변화구의 각도도 예전의 느낌을 되찾았다. 그리고 7월 7일 드디어 1군 콜업을 받았다. 인고의 7년을 보내고 1군 무대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 복귀한 조정훈의 투구 장면 |
ⓒ 롯데 자이언츠 |
그리고 이틀이 지난 9일, 조정훈은 마운드에 올랐다. 비록 6점 뒤진 상황이었지만 점수차는 중요치 않았다. 조정훈은 본인의 이름을 연호하는 롯데 팬들에게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최고의 선물을 선사했다. 포크볼로 삼진 2개를 솎아냈고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마쳤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복귀한 조정훈을 후반기 불펜 필승조로 염두에 두고 있음을 밝혔다. 실제로 11일 대전 한화전에서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다. 접전 상황에서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조정훈은 이후 동점이 되지 않았으면 7년만의 승리투수가 될 수도 있었다.
비록 마무리 손승락이 조정훈의 승리를 지켜주지 못했지만 연장전에서 집중력을 발휘한 롯데 선수단은 결국 승리를 따내며 조정훈에게 수훈 선수 인터뷰 기회를 제공했다. 역시 7년만의 인터뷰에서 조정훈은 기다려준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벅찬 심정을 토로했다.
▲ 7년만에 1군 무대로 복귀한 조정훈 ( 출처: [KBO 야매카툰] 10개 구단 불펜 날씨는? 중) |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야구카툰) |
기회가 된다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한 조정훈은 중요한 역할이 어떤 보직이냐는 질문에 과거처럼 선발로 뛸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소감을 밝혔다.
그의 구위는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후반기 주목할 팀으로 롯데를 지목하는 전문가들은 조정훈의 가세를 확실한 상승요인으로 꼽을 정도다. 당장은 무리겠지만 불펜에서 건재함이 확인된다면 선발 복귀 역시 충분히 가능하다.
불과 1달 전까지만 해도 재기가 불투명한 2군 투수였지만 이제는 완벽한 부활 가능성을 보인 1군 투수 조정훈이다. 구위를 되찾은 조정훈이 원하는 보직에서 과거의 활약 역시 재현할 수 있다면 그를 기다렸던 많은 야구팬들에게 가슴 벅찬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기록 출처: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