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위기의 남자들] 롯데 박종윤
2015 아픈 손가락 Rewind
롯데 자이언츠 박종윤
지난 시즌 롯데의 성적은 10개 팀 중 8위였다. 김시진 감독에서 이종운 감독 체제로 바뀌며 롯데는 새로운 출발을 감행했다. ‘린동원’이라는 별명처럼 팀의 에이스를 담당했던 린드블럼과 이에 버금가는 호투를 보여준 레일리, 그리고 526타수 중 165개의 안타와 28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타율 0.314을 기록한 ‘효자’ 아두치까지 세 명의 외국인선수 모두 고른 활약을 보이며 반등을 기회를 기대하게 했다. 또한 뇌진탕 후유증으로 2014 시즌까지 다소 부진했던 ‘사직 아이돌’ 강민호가 35홈런으로 매서운 방망이를 과시하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든든한 외인들과 살아난 거포 등 롯데는 지난 2014 시즌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다. 그러나 이들의 승리를 가로막는 몇 가지 요인이 있었다. 한 가지는 ‘롯데시네마’라는 오명을 쓰게 될 만큼 잦은 방화를 저질렀던 불펜진과, 또 다른 하나는 타선 그 누구보다도 공격력을 뽐냈어야 할 1루수 박종윤의 부진이다.
2001년 2차 4라운드에서 33순위로 롯데 자이언츠의 지명을 받은 박종윤은, 역대급 타고투저였던 2014 시즌 생애 첫 풀타임 3할을 달성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롯데가 2014 시즌을 앞두고 최준석을 영업하며 본래 있던 1루수 자리는 내주었지만, 박종윤 스스로 주전으로 나서기 위해 좌익수 포지션도 맡아가며 꾸준히 출장했다. 좋을 때의 타율을 유지하지 못했던 지난 시즌들과는 달리 슬럼프를 극복하며 커리어하이를 갱신했을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팀에 보탬이 되기도 하였다.
이런 박종윤이기에 2015 시즌 주전 1루수인 그의 활약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졌었다. 개막전이었던 kt와의 경기에서 팀의 역전승을 이끌었던 3점포를 쏘아올리며 제작년의 모습을 연상케 했던 그는, 그러나 발목에 금이 가는 부상을 발견하고 회복을 위해 약 한 달간 결장했다. 부상의 여파였을까? 이후 박종윤이 보여준 모습은 지난 2014 시즌과는 달랐다.
2015 시즌은 박종윤이 본래 가지고 있던 약점인 ‘선구안’이 극악의 정점을 찍었다. 7월 3일 SK전에서 시즌 첫 볼넷을 기록하기 전까지 한 번도 네 개의 볼을 골라낸 적이 없었다. 경기에서 볼넷은 단순한 출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1루로 걸어나감으로서 새로운 득점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은 물론, 투수의 투구수를 늘리고 동시에 수비하는 상대 야수들을 맥 빠지게 할 수도 있다. 결국 박종윤은 한 시즌 동안 고작 7개의 볼넷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지난 시즌 30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 중 한 자리 수의 볼넷을 얻어낸 선수는 박종윤이 유일하다.
타선에서 공격력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1루수 포지션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박종윤의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리그 평균적으로 1루수는 소위 말하는 ‘거포’의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수비보다는 시원한 한 방을 기대하도록 하는 공격력의 핵심이다. 그러나 지난 시즌 박종윤은 314타수 80안타 4홈런으로 28타점에 그쳤고, 타율 0.255와 OPS 0.624를 기록했다. 리그 최고의 타자인 박병호(OPS 1.150), 테임즈(OPS 1.287)를 굳이 비교대상으로 삼지 않더라도 1루수 치고 타율이 저조한 편이었던 kt의 김상현 (타율 0.280 OPS 0.847), SK의 박정권 (타율 0.281 OPS 0.830)보다도 한참 못 미치는 기록이다.
사실 리그 전체로 시야를 확대할 필요마저도 없을지 모른다. 90경기 이상, 그리고 300타석 이상 소화한 롯데 야수들 중 WAR 꼴찌를 기록했다. 롯데 내 가장 높은 WAR을 기록한 강민호(35홈런 타율 0.311 OPS 1.060 WAR 7.03), 이에 버금가는 최준석(31홈런 타율 0.306 OPS 0.957 WAR 5.05)과 비교하였을 때, WAR –2.16의 박종윤은 더욱 초라해진다. 특히 부상을 털어낸 후 거의 주전 1루수로 나섰던 것을 감안하였을 때, 박종윤이 지속적으로 팀에 끼친 부정적인 영향을 WAR을 통해 짐작해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종윤이 꾸준히 주전 1루수로 나설 수 있는 것은, 안정적인 그의 1루 수비 능력과 아직 뚜렷한 두각을 보이는 대체 1루수 자원이 없었던 덕분이다.
이번 시즌부터 이종운 감독의 뒤를 이어 새로이 롯데를 맡게 된 조원우 감독은 일단 1루수 자리에는 박종윤에게 우선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2014 시즌에서 한 차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던 박종윤이고, 지난 시즌은 초반에 당했던 부상의 여파를 감안하고 보는 듯 하다. 올 시즌 팀 내에서 가장 기대되는 선수로 박종윤을 꼽았을 만큼, 조 감독의 기대는 크다.
롯데 팬들은 이러한 조 감독의 결정에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지만,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박종윤을 대체할 수 있을만한 ‘수비가 되는’ 1루수는 찾기 어렵다. 조 감독은 지난 해 상무에서 전역한 김상호를 박종윤의 경쟁자로 꼽았다. 그는 2015 시즌 퓨처스리그서 타율 0.336을 기록하며 장타력을 갖췄지만, 아직 수비가 미완성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어릴 적부터 방망이는 자신 있었다며, 기회만 생기면 미약한 1루수 자리를 꿰차겠다는 일념으로 전지훈련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올 시즌 박종윤이 살아난다면, 이대호 이후 든든한 1루수를 갖지 못했던 롯데의 오랜 고민이 해결됨은 물론이고 지난 해에도 막강했던 타선에 더욱 무게감이 더해진다. 자신에게 쏟아졌던 모든 비난에 대해 결국 ‘다 안고 가야하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그가, 2015년의 악몽을 떨쳐내고 자신 앞에 놓인 ‘또 다른 벽’을 허물어낼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채정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