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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유망주 리포트: 4) 이홍구/백용환

2016-03-14 월, 01:12 By KBReport

입단 2년차인 2014시즌까지만 하더라도 KIA 포수 이홍구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눈에 띄는 선수였습니다. 장타력은 있지만 선구안이 떨어지고 정확성이 부족해 1군 수준의 타자라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포수로서 더 중요한 수비는 모든 부분이 평균 이하라는 평가를 받았었죠. 그나마 송구력은 괜찮은 수준이었지만 그마저도 그리 뛰어나다고 볼 순 없었습니다. 


게다가 대졸 2년차(90년생)로 슬슬 군입대의 압박이 다가오는 나이인지라, 이홍구가 당장 주전포수로서 자리잡기를 기대하기란 어려웠습니다. 그렇다고 이홍구에게 기회가 없었던 것은아닙니다. 애초에 이홍구가 1,2년차였던 2013~14시즌 KIA의 안방의 주인이 누구였나를 떠올려 보면 기회를 주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2014시즌 당시 선동열 감독은 개막전 포수 엔트리를 베테랑 1명-신인 1명으로 구성하고자 했는데, 신인 자리를 놓고 겨룬 후보 두 명의 기량이 기대에 못미치자 차일목과 김상훈 둘 모두를 엔트리에 두는 선택을 합니다. 물론 이후 퓨처스리그 경기 중 상무 정영일의 공을 맞고 손등 골절상을 당하는 불운도 있었지만, 2015년 초만 해도 이홍구는 1군 레벨에 걸맞는 포수로 보기는 힘들었습니다. 

이홍구의 2013~14 퓨처스리그 주요 성적
(기록출처: 다음스포츠)

하지만 지난 시즌 이홍구는 달랐습니다. 예전의 모습이 거짓말같을 정도로 공-수 모두에서 한층 성장했습니다. (굳이 시점을 꼽자면 4월 26일 두산전 연장 12회말 연장에서 중견수 김호령의 총알같은 외야 송구를 뒤로 빠뜨리며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허용한 그 경기 이후라고 판단됩니다.)

타격에 있어 정교함은 아직 부족하지만 애초 장점으로 꼽힌 장타력을 십분 발휘해 KIA 포수로서는 김상훈 이후 처음으로 두자리수 홈런을 기록했습니다. 타격 뿐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수비도 한단계 올라선 모습을 보이며 사실상 지난해 KIA의 주전포수로 활약했습니다. 

괄목상대한 이홍구의 2015시즌 1군 성적

이홍구의 괄목할 성장세를 보면 선수 본인도 열심히 했겠지만 배터리 담당 나카무라 코치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낄 수 없습니다. 2010년대 이후 미미했던 KIA 포수들의 활약상과 비교한다면 주전 포수 노릇을 한 이홍구와 후반기 두각을 드러낸 백용환은 가뭄에 단비같은 존재였습니다.

지난시즌 괄목상대할만큼 좋아진 이홍구지만, 이런 활약에도 불구하고 2016 시즌 주전자리를 확신할 수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 KIA의 포수 인재 풀은 언제 이랬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당장 주전을 노리는 후보들이 많습니다. 

KIA 암흑기 시절 강제 주전이었던 차일목은 한화로 떠났지만 백용환은 후반기 인상적인 활약으로 이홍구보다 주전에 좀더 가까이 다가간 모양새이고, 군에서 돌아온 한승택, 베테랑으로서 올 시즌에도 백업 포수로 중용받을 거라고 예상되는 이성우, 당장 1군에서 볼 가능성은 없겠지만 현장에서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는 고졸신인 신범수까지. 결코 만만한 경쟁이 아닙니다. 

호시탐탐 기아의 안방마님을 노리는 후보들 때문에 이홍구는 당장 주전 자리를 확신할 수 없습니다.  2015시즌의 활약상을 1시즌만 더 일찍 보여주었으면 경쟁이라 할 것도 없이 이미 주전은 이홍구였을텐데 말이죠. 

특히 백용환은 후반기부터 본격 기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타격에서 이홍구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줘 우선적으로 기회가 갈 확률이 높습니다. 멘도사 라인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컨택은 둘다 별 차이가 없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백용환은 퓨처스에서 안정적인 볼삼비와 출루율을 기록한 타자이고, 1군에서 보여준 타석 대비 홈런수는 이홍구보다도 훨씬 위에 있는 타자입니다. 

이홍구의 비율이 나쁜건 아니지만, 타석 대비 홈런수로만 보면 백용환은 30홈런 타자이니 말이죠. 게다가 나이차이가 별로 나지 않음에도 백용환은 군필, 이홍구는 미필이라는 점도 큽니다. 1년 뒤 군입대가 예정되어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내년 보기 힘든 이홍구보다는 팀이 기대하고 있는 2017년을 위한 포석으로라도 백용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또다른 경쟁자 한승택은 2015시즌 이후 교육리그에서 헤드샷 부상을 당한 이후 스프링캠프에서도 빠져 당장 경쟁 대상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고교 1년 선배 백용환의 존재는 이홍구에게는 큰 위협이고 경쟁을 통해 이겨내야하는 대상입니다.

이홍구에게 있어서 다행인 점은 수비에서의 안정성은 백용환보다 우위라는 점입니다. 기본적인 포구, 블로킹 같은 포수로서의 기본적인 요소들은 이홍구가 백용환보다는 안정적입니다. 기본적으로 포수는 타격 이상으로 수비 능력도 상당히 중요한 포지션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백용환의 수비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군입대를 앞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홍구가 중용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애초에 포수라는 포지션은 단 한 선수로만 꾸려가기에는 체력적인 부담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누가 주전이 되었던 간에 적절한 비율로 출장 횟수를 나누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외국인 선발투수와는 수비가 앞서있는 이홍구와, 국내 선발과는 타격이 앞서있는 백용환이 주로 배터리를 이루지 않을까요. 한 선수가 선발로 출장한다면 남은 한 쪽은 대타로 대기하는 형국이겠죠.

지난해 이맘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홍구의 급격한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웠는데, '괄목상대'라는 사자성어가 괜히 나온게 아님을  지난 시즌 이홍구을 통해서 느낄 수 있습니다.



2008년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37순위)에 지명된 백용환에 대한 그간의 평가는 해가 지나도 별 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타격, 특히 장타자로서의 잠재력은 있지만 포수로서는 어렵다. 포지션 전향을 진지하게 고려해야한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이런 평이 상당히 그럴싸했던 게, 리그 최고의 포수 전문가라는 조범현 감독도 백용환을 포수로 만드는 건 실패했고, 양의지를 비롯 수많은 성공작을 배출한 포수 사관학교 경찰청에서도 포수로서 딱히 달라진 모습은 보이지 못했습니다. 

백용환의 퓨처스리그 성적
(기록출처: 다음스포츠)

포수로서 미래가 안 보인다면 타격 재능을 썩히는 것 보다 가능한 빨리 포지션 변환을 해 보는 게 타당한 선택이겠죠.  팀 차원에서도 백용환의 1루수/외야수 전향을 시도해봤지만 결과는 번번히 실패였습니다. 그 못한다는 포수 수비 이하였다는 평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지난 시즌은 백용환에게 기념할만한 중요한 한 해였습니다. 대타로 나와 홈런 몇 방을 치지만 그것이 전부로 얼마 지나지 않아 타격 부진에 시달리고 퓨처스로 내려간게 2014시즌 백용환의 모습이었다면, 2015시즌 후반기의 백용환은 보다 향상된 펀치력을 보여주면서도 대타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전반기에 두자릿수 홈런을 쳐내며 두각을 드러낸 이홍구를 실력으로 밀어내고 당당히 후반기 주전포수로 기용되었으니 말입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필자의 사견입니다만 백용환이 1군 무대에서 포수로서 꾸준한 기회를 제공받은 것이 타격 쪽에도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한 게 아닐까 합니다. 수비에서 잘하든 못하든 퓨처스로 내리지 않고 계속 기용하니, 타격에서도 한결 부담을 덜었던 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지난 시즌 후반기 주전포수가 누구였냐와는 별개로 포수의 기본 덕목인 수비라는 측면에서 볼때 백용환의 수비에는 여전히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데뷔 초 아예 써먹지도 못할 수준에 비한다면 개선되기는 했습니다만 안방마님 자리를 차지하기엔 전체적으로 불안한 것이 사실입니다.
당장 옆에 있는 고교 후배이자 경쟁자 이홍구에 비교해도 모든 것이 확연하게 떨어집니다. 물론 이홍구를 어엿한 포수로 성장시킨 나카무라 배터리 코치가 백용환 역시 열정적으로 코칭을 해 주고는 있습니다만, 포수라는 포지션이 포수 자신 뿐만이 아니라 투수에게도 영향력을 많이 준다는 포지션이라는 점, 드라마틱한 수비력 향상은 기대하기 힘든 점은 섣불리 백용환에게 주전 포수를 맡기기 힘든 이유입니다. 

하지만 수비에서의 핸디캡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시즌 백용환은 주전 마스크를 쓸 가능성이 높습니다. NC 김태군, 삼성 이지영처럼 포수 포지션에서 수비수로서의 가치를 더 중요시 한다면 이홍구라는 괜찮은 수비를 가진 대체자가 있지만, KIA 타선은 포수라는 자리를 수비에만 전념하게 할 수는 없을 정도로 리그 최약체입니다.


2015시즌 보여준 백용환의 타격능력 역시 대타로 썩히기에는 너무나도 매력적입니다. 규정타석보다 훨씬 모자란 타석수를 감안하더라도, 타석 당 홈런 비율은 롯데 최준석, 삼성 최형우보다도 높습니다. 17.1타석 당 하나 꼴로, 계산하기 쉽게 20타석으로만 잡아도 규정타석인 446타석이면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대하기는 충분합니다. 

게다가 더욱 긍정적인건 이미 군문제를 해결한 상태이고, 이제 겨우 89년생이라는 점입니다.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퓨처스에서 안정적인 선구안을 과시했고 1군에서도 타율과 출루율의 갭이 좋았습니다. 

멘도사 라인의 타율을 2할 5푼대로만 끌어올린다면 2016시즌에는 보다 좋은 타격능력을 보여줄 가능성도 크고, 혹시라도 잠재된 타격포텐이 대폭발을 일으키거나 운이라도 따라준다면 리그 전체 홈런 순위표에서 백용환을 보는 것도 꿈만 같은 일은 아닐 겁니다. 


2016시즌은 백용환에게 대단히 중요한 한해가 될 전망입니다. KIA는 이제 포수가 부족한 팀이 아닙니다. 이홍구도 있고, 한승택도 있습니다. 둘 다 수비 쪽에서는 백용환보다 한 발 이상 앞서 있는 선수들입니다. 타격에서는 지난해 이상의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지만 역시 문제는 수비입니다. 올시즌 수비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백용환의 미래는 상당히 달라질 것이라 보입니다.


[사진 제공: KIA 타이거즈]
[기록 출처: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다음스포츠 기록실] 

객원필진 Seto /케이비리포트 편집팀 감수(kbr@kb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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