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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유망주 리포트: 7)오준혁/박진두
2016-03-16 수,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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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기아의 느낌이 물씬 나는 오준혁.
한화에서 온 오준혁은 모든 감독에게 사랑을 받을 빠른 발을 가지고 있습니다. 드래프트 당시 수비에서의 약점과 졸업반 부진으로 인해 순위가 밀렸지만, 낮은 라운드임에도 해가 다르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점은 오준혁의 무궁무진한 잠재능력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이미 군문제를 해결한 군필이라는 점과, 92년생이라는 젊은 나이는 그간 오준혁이 보여준 걸 생각한다면 장래는 상당히 유망하다고 할 수 있겠죠.
오준혁의 주루는 기아에서는 대단한 수준입니다. 퓨처스에서 30개의 도루를 해낸 오준혁의 빠른 발은 타이거즈 선수단 전체를 통틀어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1군과 퓨처스를 자주 왔다갔다 했음에도 오준혁이 기록한 30도루는, 퓨처스 리그 전체 6위라는 순위. 빠른 타자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 기아로써는 이보다도 더 반가울 수 없습니다. 특히 기아는 빠른 타자의 문제 뿐만 아니라 테이블 세터에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만큼, 오준혁이 빠른발을 살려 테이블 세터에서 활약한다는 시나리오도 그릴 수 있겠죠.
주루 능력 뿐만이 아닙니다. 타격 능력 역시 기아에서는 첫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납니다. 저번 시즌은 조금 주춤한 모습이었지만, 지난 3년간 오준혁은 퓨처스에서 그 누구보다도 꾸준한 스탯을 기록했고, 누구보다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나갔습니다. 단순히 1년 반짝이 아니라 3년간 꾸준히 성장하며 상승세를 탔다는 것이 고무적입니다. 퓨처스에서 보여준 성과에 비해 아직 1군에서 보여준 건 없지만, 타격폼 수정을 마치고 콜업된 리그 막판 제법 괜찮은 타격을 보여주며 기회를 부여받았고, 퓨처스에서 맹타를 휘두른 선수에게 필요한 것은 1군 투수의 수준에 적응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올해 오준혁의 타격 역시 상당히 기대해볼만 합니다. 단순히 똑딱이가 아닌, 몇 번 제법 펀치력 있는 모습도 보여주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문제라면 역시 수비. 작년 코너 외야수로서 오준혁은 눈 뜨고 보기 힘든 리그 최하급 수준이었고, 중견수로서는 그나마 나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표본이 적고 그간 코너에서 보여준 화려한 전적 때문에 그다지 안정감을 느끼기는 힘들었습니다. 지명 당시 지적됐던 어깨도 그다지 강한 편이라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물론 입단 직후나, 기아로 처음 트레이드 되어 선발로 출장할 때와 비교한다면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시즌 전체로 봤을 때 오준혁에게 수비 부분에서는 좋은 평가를 내릴 수는 없습니다. 이런 수비가 단기간에 좋아진다는 건 아무리 오준혁이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하더라도 낙관하기 힘듭니다.
사실 수비가 모자라더라도 오준혁 정도 되는 퓨처스 표본이 있는 타자면 눈 꾹 감고 100타석 정도는 박고 써도 이상할 건 없습니다. 하지만 기아의 양쪽 코너 외야수는 나지완과 신종길이라는, 수비 못하는 걸로는 크보 전체를 통틀어도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타구판단과 어깨가 약한 선수이고, 둘 만 해도 골아픈데 거기에 오준혁까지 더해졌다가는 그야말로 투수에게는 지옥같은 순간을 선사해주기 때문에 동포지션에 있는 김호령 카드를 접어두고 오준혁을 선뜻 주전으로 쓰기에는 힘듭니다. 굳이 오준혁을 쓴다면 나지완을 지명으로 돌리고 수비에서 노련한 모습을 보여주는 김원섭과 같이 쓰는 걸 생각해봐야 합니다만, 김원섭의 체력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는데다가 김주찬(유리)이 지명타자로서 버티고 있기 때문에 김주찬(유리)의 부상이나 휴식 차원이 아니라면 나지완을 지명으로 돌리기도 힘듭니다. 수비에서 김호령의 천재성을 따라잡기에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오준혁이 1군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김호령보다 한 발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타격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준혁이 퓨처스에서 보여준 성장세를 1군에서도 보여준다면, 김호령과의 싸움이 아니라 하락세를 타고 있는 신종길과의 싸움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둘 다 수비 못하는건 똑같으니 올해도 신종길이 반등을 못하고 계속 하락세에 머물러 있다면 나이가 어리고 성장세에 있는 오준혁이 더 중용받을 수도 있겠죠.
오준혁은 이적하자마자 팀의 핵심 유망주로 꼽힐 정도로 좋은 선수이고, 퓨처스에서 꾸준히 보여준 것이 있는 타자이며,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타자인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보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막 빛을 보는 박건우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퓨처스에서의 호성적이 꼭 1군에서의 즉각적인 활약을 입증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준혁은 입단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타자이지만 아직 그만큼 부족한 게 많습니다. 수비적인 부분에서는 경쟁자인 김호령보다 아래고, 타격의 부분에서는 베테랑 신종길보다 위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팬들과의 바램과는 다르게 올해 오준혁은 작년처럼 퓨처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인 사견이지만 당장 올해는 작년 수비적인 부분에서 훨씬 준수한 모습을 보인 김호령에 밀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오준혁은 이제 대졸 2년차의 나이로 보여준 것 많은, 앞으로 앞날이 창창한 선수입니다. 지금 당장은 밀린다 하더라도 조급해 하지 말고 차근차근 퓨처스에서 떨어지는 수비능력을 보안하고, 지금보다 더욱 단단한 몸을 만들며, 1군 투수 레벨에 적응을 끝낸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기아 외야 한 자리를 맡고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왠지 기아에 어울리는 이상적인 신체비율의 사나이, 박진두.
기아로 오는 코치, 감독마다 하나같이 꼽으며 특별히 신경쓰는 선수가 있습니다. 이제는 노망주의 반열에 접어든 박경태나 김주형 이야기가 아닙니다. 차세대 기아의 4번타자로 꼽히는 박진두의 이야기입니다. 김기태가 고참 선수들을 홀리는 페로몬을 가지고 있다면, 박진두는 코칭스태프를 홀리는 페로몬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인의 프로 첫 시즌, 김용달 당시 퓨처스 감독은 주목할 만한 타자 유망주로 당시 하위 라운드에 지명된 무명 신인이었던 박진두를 콕 꼽았고, 3년차에 접드는 지금은 아예 김기태 감독이 아주 열렬히 박진두를 아끼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번 마무리 캠프는 박진두 캠프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라고 하니, 더 말할 것이 있을까요. 많은 코치들이 하나같이 칭찬하고, 주목할 만한 선수로 꼽는다는 걸 보면 박진두의 포텐셜이 어느정도인지 짐작이 가능하겠죠.
하지만, 현장에서의 평가가 어떻다 하더라도 박진두는 아직 1군에 콜업된 적이 단 한번도 없고, 그야말로 배일에 감추어진 유망주라 지금 상황에서 섣불리 평가하기는 힘듭니다. 어떤 대단한 선수라도 일단 직접 눈으로 봐야지만 그 선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박진두의 모습을 단 한번도 본적이 없는 평범한 팬들이라도 박진두의 강력한 장점 하나는 확실하게 알고 있습니다. 타격입니다.
아마 시절부터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던 박진두의 타격능력은 프로 입단 후 퓨처스에서도 이어져서, 수비 도중 공을 맞는 불의의 부상을 입어 타격감이 완전히 식어버리기전까지 무려 4할이 넘는 경이로운 타격행진을 보여주었습니다. 컨택 뿐만이 아니라 부상으로 인한 급격한 타격감 하락과 많지 않은 타석수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두 자릿수 홈런을 쳐내는 장타툴을 뽐내며 입단 당시 화제거리가 되었던 자신의 하드웨어가 괜한 것이 아님을 증명하기도 했습니다. 아직은 1군에서 통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꼽히는 볼삼비까지 완벽하지는 않지만, 동나이대 선수들 중에서 퓨처스에서 박진두 만큼의 장타를 보여준 선수는 넥센의 송성문, 임병욱과 같은 팀의 황대인 정도를 제외하면 아예 존재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대졸신인 허정협 정도를 제외한다면 이제 막 프로 생활을 시작한 선수 중에는 단연 눈에 띄는 성적입니다. 타석 대비 홈런 비율도 20타석당 하나 꼴로 이는 만약 부상 없이 꾸준히 출전했다면 퓨처스 홈런왕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수치입니다. 기아 퓨처스 구장은 그다지 협소하다고 말하기는 힘들어 퓨처스만의 구장 버프를 의심할 여지도 없습니다. 팬들이 아직 1군에서 단 한 타석도 들어서지 않은 박진두를 차세대 거포 4번타자 1루수로 생각하는 건 그만큼 박진두가 이렇게 퓨처스에서나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 있기 때문이겠죠. 기아 팬이면서 퓨처스에 관심을 조금이라도 가진 팬이라면 모를 수가 없고, 기대를 안할 수가 없는 선수가 박진두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매력 넘치는 박진두를 당장 올해부터 1군에서 보는 건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올해 퓨처스에서 풀타임을 뛰고, 군부대에 입대를 해서 군문제를 해결한 다음에야 1군에서 봤으면 합니다. 이렇게 주장하는 첫번째 이유는 역시 지금 당장은 박진두의 자리가 전혀 없다는 것. 용병 필을 2루로 돌리지 않는 이상 1군에서 박진두의 자리는 절대 존재하지 않습니다. 박진두가 들어갈 수 있는 포지션인 1루와 지타 자리를 지키는 필, 이범호, 나지완, 김주찬은 아무리 대형 선수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박진두라도 당장 제칠 수 있는 수준의 타자들이 아닙니다. 결국 박진두를 1군에서 쓴다면 장타툴을 주무기로 한 대타롤인데, 고작 대타로 쓰겠다고 팀의 핵심 유망주를 1군 벤치에 앉히게 하는 건 팀에게도, 선수 본인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박진두는 많은 경기를 뛰어야 하는 어린 선수입니다. 작년에도 불의의 부상으로 퓨처스에서 그다지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한 만큼, 올해는 많은 경기를 뛰면서 타격에서 모자라는 부분을 보안하고, 수비에서 경기감각을 익혀야 하는데, 올해까지 고작 대타를 위해 1군에서 벤치를 달구고 있다면 한창 성장해야 하는 선수에게는 절대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한창 시즌 중 동기부여 차원에서 살짝 1군 맛만 맛보게 하는 짧은 콜업이면 모를까, 한 시즌 내내 대타로 박진두를 쓴다는 것은 정말로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1루수 수비조차도 불안하기 짝이없는 수비라 대타를 쓸 경우 일반적인 상황보다 대수비 한명을 더 써야 한다는 엔트리상의 불이익도 존재하구요. 게다가 박진두가 대타로 나와서 잘할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히려 제법 치는 듯 싶다가도 분석이 끝나면 작년의 황대인처럼 삼진머신이 될 가능성이 오히려 더 큽니다. 이렇게 아까운 시간을 소비할 바에는 언젠가 갔다와야 하는 군문제를 해결하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각 팀의 핵심 선수로 꼽히는 허경민, 구자욱, 하주석처럼 일찍 군문제를 끝마치고 팀에 합류하는 것이 요즘 대세이기도 하구요. 팀으로 봤을 때도 그게 낫습니다. 3년 뒤 1루로 컨버젼한 이범호의 뒤를 이어 1루수 자리를 차지해주면 더할 나위가 없겠죠.
아직 꽃피우지 못한 핵심 유망주에게 필요한 것은 충분한 시간과 인내입니다. 근 몇년간 황폐하기 짝이 없었던 기아의 퓨처스에 간만에 나온 대형 거포 유망주를 당장 어떻게든 써먹겠다고 함부로 다뤄 빛을 잃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