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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 ‘450’을 향한 이대형과 이승엽
2016-04-13 수,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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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Report
극과 극, ‘450’ 향한 이승엽, 이대형의 위대한 발걸음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이승엽, 그리고 리그를 대표하는 대도 이대형.
이들의 성향은 완전히 다르다. 이승엽이 장타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대형은 단타에 익숙한 선수다. 아마도 야구를 자주 보는 팬이라면 이승엽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묵직한 느낌을, 이대형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경쾌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처럼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느낌이 크게 다른 이들은 KBO 타자의 양 극단에 서 있는, 그야말로 ‘극과 극’의 타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 기록=KBO / 인포그래픽=계민호]
위의 그래프를 보면 이들의 차이를 더욱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이승엽은 안타 중 장타 비율이 무려 45.0%에 달한다. 이는 1000안타 이상을 기록한 75명의 타자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박경완, 심정수, 장종훈 등 내로라하는 거포들도 이승엽보다는 장타 비율이 낮다. 이승엽이 KBO 역사상 가장 뛰어난 거포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반면 이대형은 안타 중 단타 비율이 86.8%로 압도적이다. 이는 1000안타 이상을 기록한 75명의 타자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전준호, 이용규, 정수근 등 소문난 단거리 타자들도 이대형의 단타 비율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승엽이 KBO 역사상 가장 뛰어난 거포라면, 이대형은 KBO 역사상 가장 짧은 안타를 잘 만들어내는 타자인 셈이다.
하지만 이처럼 ‘극과 극’의 두 타자에게도 공통점은 있다. 바로 ‘450’이라는 숫자다. 올 시즌 이승엽은 450홈런에, 이대형은 450도루에 도전한다. 450홈런과 450도루는 KBO 역사상 손에 꼽을 정도로 희귀한 기록. 아직까지 KBO 역사상 450홈런을 돌파한 타자는 없으며, 450도루를 돌파한 타자는 단 3명뿐이다. 이들은 올 시즌 ‘450’이라는 숫자를 향한 위대한 도전을 하고 있다.
이승엽 - 역대 최초의 450홈런 도전!
[사진=삼성 라이온즈 / 인포그래픽=계민호]
‘역대 최초’라는 수식어에서 볼 수 있듯, 이승엽은 KBO의 홈런 기록 대부분을 가지고 있는 괴물 같은 타자다. 1995시즌 데뷔와 동시에 두 자릿수 홈런을 터트린 그는 데뷔 3년차인 1998시즌 32홈런을 때려낸 것을 시작으로 일본에 진출하기 전인 2003시즌까지 7년 연속 30홈런을 기록했다. 이 기간 중 1999시즌에는 KBO 역대 최초로 50홈런을 돌파했으며, 2003시즌에는 아시아 최다홈런인 56홈런을 기록하며 KBO의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겼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2001~2003시즌에는 3시즌 연속 홈런왕에 오르며 장종훈 이후 최초의 홈런왕 3연패 타자로 등극했다. 박병호가 2012~2015시즌 4시즌 연속 홈런왕을 차지하기 전까지 그는 ‘유이’한 홈런왕 3연패 타자였다. 또한 야구에 ‘만약’이란 없다지만, 그가 일본에 진출하지 않았더라면 홈런왕 4연패, 5연패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8년간의 일본 생활 뒤 KBO에 돌아온 그의 행적 역시 예사롭지 않다. 국내 복귀 첫 해부터 21홈런을 기록한 그는 2013시즌에는 양준혁의 홈런 기록(351홈런)을 넘어서며 KBO 역대 홈런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2014시즌에는 역대 최고령 30홈런을 기록했으며, 지난 시즌에는 역대 최초의 400홈런까지 돌파하며 전설적인 행보를 이어나갔다.
그의 발걸음은 올 시즌에도 거침이 없다. 4월 2일 홈런을 터트리며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홈런을 터트린 최초의 삼성 타자로 기록되었고, 4월 7일에는 결승 투런포를 터트리며 팀에 연승을 선물했다. 그는 현재까지 9경기에서 2홈런을 터트리며 팀내 홈런 공동 1위에 올라있다.
홈런에 대한 대부분의 기록을 모두 가지고 있는 그는 이제 역대 최초의 450홈런 기록마저 정복하려 한다. 그가 450홈런까지 남겨두고 있는 홈런 수는 32개. 한 시즌 내에 때려내기에 결코 쉽지 않은 숫자이지만, 이승엽이기에 기대감이 든다. 혹시 아는가? 그가 역대 최초의 450호 홈런을 쏘아올리며 동시에 역대 최초의 1390타점을 만들어낼지.
이대형 – 역대 4번째 450도루 도전!
[사진=kt 위즈 / 인포그래픽=계민호]
비록 방망이로는 최고가 아닐지 모르지만, 적어도 ‘발’ 하나만큼은 이대형을 넘어설 자가 없다. 이대형은 ‘혹시 야구는 방망이가 아니라 발로 하는 게 아닐까?’라는 의문을 심어줄 정도로 빠른 발을 이용한 플레이에 능한 선수다.
데뷔 초인 2003~2004시즌, 그는 팀의 준수한 외야수들에 밀려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그의 발은 빛났다. 그는 두 시즌간 단 60경기에 출장하는 동안 9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비록 해당 기간 타율은 0.219에 그치며 방망이의 소질을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그의 빠른 발은 코칭스태프에게 그의 존재를 각인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2005시즌, 기회를 얻기 시작한 그는 그의 빠른 스피드를 유감없이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는 2005시즌 107경기에 출장해 무려 37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단숨에 도루 부문 리그 3위에 진입했다. 이 해, 그는 당시 리그를 대표하는 대도이던 전준호(18도루), 정수근(21도루), 이종범(28도루)보다도 많은 도루를 기록했다.
이후 2006시즌 15도루로 숨을 고른 그는 2007시즌부터 도루계의 전설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2007시즌 53도루로 생애 첫 도루왕에 등극한 그는 2008시즌 63도루, 2009시즌 64도루, 2010시즌 66도루를 기록하며 정수근 이후 역대 2번째로 4시즌 연속 도루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해당 기간 역대 최초의 3시즌 연속 60도루, 4시즌 연속 50도루 기록을 세우며 자타공인 리그 최고의 대도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10시즌에는 당시 롯데의 김주찬과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2003시즌 이승엽-심정수의 홈런왕 경쟁에 비견될만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당시 둘은 매 경기마다 도루 순위가 바뀌는 엄청난 접전을 벌이며 야구 팬들에게 도루의 묘미를 깨닫게 해줬다.
이후에도 그는 도루를 멈추지 않았다. 여러 이유로 기회가 줄어들었음에도 매 시즌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했고, 지난 시즌에는 44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10살 가까이 어린 후배들과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벌써 10년 넘게 리그 최정상급 준족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그는 이제 ‘450도루’ 달성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올시즌 후반기면 역대 3위 정수근의 기록(474도루)까지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몇 시즌 뒤, 어쩌면 우리는 전광판에 ‘이대형 KBO 역대 도루 1위’라는 글씨가 떠오르는 것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현재 역대 도루 1위 : 전준호 550도루).
[기록출처: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
계민호 기자/케이비리포트 편집팀 감수(kbr@kb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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