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서캠프
이번 시즌 외국인 선발 듀오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한화가 드디어 카스티요의 짝을 찾아줬다. 카스티요와 함께 한화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해야할 투수는 좌완 에릭 서캠프다. 서캠프는 시즌 전 LG 영입설이 돌았던 투수이기도 하다.
이번 시즌 한화 선발진은 대단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선발 ERA 6.53 리그 10위) 게다가 우완 일색인 선발진이기도 하다.(좌안선발등판 김용주 2경기, 박정진 1경기) 서캠프는 유일한 좌완선발이자 외국인 투수로서 팀의 핵심 선발투수 역할을 해야 한다. 서캠프의 활약 여부에 따라 한화의 포스트시즌 도전이 9월까지 계속 되느냐 아니면 일찌감치 끝나느냐가 결정될 것이다.
History
서캠프는 2008 드래프트 6라운드 전체 177순위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하면서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드래프트 되자마자 루키리그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룬 서캠프는 08시즌 루키리그와 로우A에서 7경기 17.1이닝 동안 23삼진을 잡아내며 좋은 탈삼진 능력을 선보였다.
09시즌 싱글A에서 23경기 ERA 3.30 131이닝 K/9 11.6 BB/9 2.7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서캠프는 10시즌 하이A에서도 17경기 ERA 3.11 101.1이닝 K/9 9.6 BB/9 2.0으로 좋은 활약을 했다. 하지만 7월 중순 땅볼 타구를 수비하는 과정에서 엉덩이 부상을 당했고 시즌을 접어야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서캠프는 11시즌 하이A와 AA에서 24경기 ERA 1.94 148.1이닝 K/9 10.3 BB/9 2.7을 기록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고, 샌프란시스코 선발진에 공백이 생기면서 8월 27일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는 행운까지 있었다.(데뷔전 성적 6이닝 1실점 4삼진 3볼넷 / vs 휴스턴)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메이저리그 데뷔 다음해인 12시즌 스프링캠프에서 팔 통증을 느낀 서캠프는 재활을 하다가 결국 토미 존 수술을 받게 되었다. 토미 존 수술 때문에 서캠프는 12시즌을 통째로 날리고 13시즌도 절반 가까이 놓쳤다. 13시즌 6월 5일 하이A에서 복귀전을 치른 서캠프는 하이A과 AAA에서 16경기 ERA 2.80 86.2이닝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고, 메이저리그에서도 1경기 등판할 수 있었다.(2.2이닝 7실점)
14시즌 샌프란시스코는 서캠프를 웨이버 공시했고 화이트삭스가 클레임을 걸어 서캠프를 영입했다. 화이트삭스는 서캠프를 불펜투수로 활용했다. AAA에서는 18경기 중 11경기에 선발등판 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35경기 모두 불펜으로 뛰었다.
메이저리그에서 그다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서캠프는 15시즌도 AAA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5월 23일 다저스로 트레이드 되었다. 하지만 서캠프는 다저스로 이적해서도 별다른 기회를 잡지 못했다. 시즌 후 FA가 된 서캠프는 이번 시즌에는 오클랜드와 게약했고 메이저리그에서도 9경기 선발 등판했으나 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다. 결국 오클랜드는 서캠프를 웨이버 공시했고 텍사스가 클레임을 걸어 서캠프를 영입했다. 그리고 서캠프는 텍사스에서 1경기도 뛰지 않고 한국행을 선택했다.
Play Style
서캠프는 포심-커브-체인지업-투심-커터-슬라이더까지 다양한 구종을 구사한다. 주무기는 포심-커브-체인지업 조합이다. 포심 평균 구속은 89마일(143km)로 좌완임을 감안해도 그다지 빠른 편은 아니다. 하지만 그리 빠른 구속이 아님에도 마이너리그에서 통산 K/9 9.69를 기록할 만큼 탈삼진 능력이 좋았다. 그만큼 커브와 체인지업이 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위가 그리 대단하지 않음에도 서캠프가 메이저리그의 문턱을 넘을 수 있었던 이유는 위력적인 변화구 외에도 뛰어난 제구 덕분이기도 했다. 마이너리그 통산 BB/9 2.50을 기록할 만큼 볼넷 억제 능력이 뛰어났다. 또한 디셉션(공을 숨기는 동작)이 좋아 좌타자가 상대하기 까다롭다. 투구폼은 LG에서 뛰었던 주키치를 연상시키는 투구폼으로 주키치만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큰 키에서 까다로운 각도로 공을 꽂는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불펜으로 많이 뛰었지만 마이너리그에서는 대부분 선발로 뛴 만큼 선발 경험은 풍부하다. 건강은 비록 12시즌 토미 존 수술을 받기는 했지만 이후에는 큰 부상 없이 뛰고 있는 만큼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이번시즌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GUHbEWHJk7M
KBO리그 외국인 투수들과의 기록 비교
서캠프는 투구폼과 플레이 스타일 등을 보면 주키치와 비교할만하다. 서캠프는 주키치와 마찬가지로 구위보다는 변화구와 디셉션, 독특한 투구폼이 강점인 투수다. 주키치의 경우 한국타자들이 투구폼에 적응하면서 점차 성적이 악화되었다. 서캠프 역시 먼저 첫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최우선이겠지만 롱런하기 위해서는 주키치의 사례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서캠프는 마이너리그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메이저리그에서는 부진한 전형적인 AAAA 선수다. AAAA 선수의 경우 한국에 와서 대박을 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최근 성공사례는 두산의 에이스 니퍼트다. 물론 플레이 스타일은 전혀 다르긴 하지만 마이너리그 성적만 보면 서캠프가 니퍼트보다 더 뛰어나다. 물론 서캠프가 니퍼트만큼의 활약을 해줄 가능성은 극히 낮다. 니퍼트의 경우 구위가 그리 나쁜 수준은 아니었다. 딱 AAA까지만 통하는 구위를 가진 서캠프가 한국에서 어느 정도까지 활약할 수 있을지에 따라 향후 외국인 투수 영입의 가이드 라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체크 포인트
최근 타고투저가 지속되면서 구위가 좋지 않은 외국인 투수의 성공 사례를 찾기 어려워졌다. 성공사례를 찾아보면 넥센의 피어밴드(평균구속 142km) 정도뿐이다. 서캠프의 성공여부는 143km대 속구가 과연 KBO에서 경쟁력이 있느냐에 달렸다. 물론 좋은 커브와 체인지업을 가지고 있지만 변화구도 속구가 받쳐줄 때 그 위력을 100% 발휘할 수 있다.
서캠프는 분명 AAA까지는 통하는 투수다. 즉, KBO리그가 AAA 수준이라면 서캠프의 성공을 어느 정도 장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KBO리그를 딱 “AAA 수준이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KBO리그에는 메이저리그급 선수부터 루키리그 수준 선수까지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캠프의 구위가 KBO리그에서 통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만약 통한다면(즉, 탈삼진 능력을 유지한다면)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도 조금이나마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