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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 BUZZ
 STAT 리포트

100승 김광현, 굿바이! 내일의 죠

2016-04-24 일, 17:05 By KBReport


혹시 '내일의 죠'라는 만화를 기억하는가?


1968년부터 연재를 시작해 1973년에 연재가 끝난 치바 데쓰야의 권투 만화다. 원작의 아우라는 퇴색된지 오래지만  라스트 씬만은 40년 이상의 세월을 뛰어넘어 의미와 가치를 재생산하고 있다.



흑백사진처럼 하얗고 까만 링 위. 모든 걸 쏟아 부은 주인공인 죠가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다. 고개를 숙인 채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게, 조용히 앉아 있다. 그리고 죠처럼 짧은 시간 모든 걸 불태웠던 한국 프로야구의 한 에이스가, 다시 돌아왔다.


2016년 4월 24일, 김광현(상세기록보기)은 한국프로야구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이날 김광현은 올시즌 우승후보인 NC를 상대로 8이닝 동안 2점만을 허용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이 승리로 김광현은 역대 26번째이자, 송진우, 장원삼에 이어 좌투수 역대 3번째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은 2012시즌 98승에서 멈춰있으며, 100승 경쟁자이던 장원준은 같은 날 김광현의 뒤를 바로 이었다.


현재 프로야구 10년 차에 접어든 김광현은, 9시즌 만에 100승을 달성한 송진우에게 연차에서는 밀렸지만 송진우, 장원삼 보다 현저히 어린 나이에 100승을 달성했다. 다만 역대 최연소 100승 달성엔 아쉽게 실패했다. 역대 최연소 100승은 92년도에 데뷔한 정민철이 1999년 만 27세 3개월의 나이로 달성했다. 김광현은 만 27세 9개월에 달성했다.(역대 3위, 2위는 선동렬 전감독)


2007년 SK 와이번스에서 프로 경력을 시작한  김광현은 데뷔 시즌 77이닝동안 ERA 3.62를 기록하며 명성 대비 평이한 출발을 하는 듯 했다. 100승으로 향하는 첫 시작점에서 김광현은 3승 7패에 그쳤다. 그러나 이후 2008년부터 2010년까지 SK 왕조의 최정점에 그가 있었다. 김광현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무려 45승을 거뒀고, 2008년 투수 골든 글러브, MVP를 수상하며 화룡점정했다.


화려한 나날이 너무 일찍 찾아왔던 것일까? 김광현은 2011시즌부터 추락하기 시작했다. 부진에 이은 혹사 논란, 벌투 논란(2011년 6월 23일 KIA전 8이닝 8실점 147구)까지 일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 닥쳤다.


이후 김광현의 부진은 뇌경색 때문이라는 한 매체의 충격적인 보도가 나왔다. 구단에서는 뇌경색 후유증과 부진은 상관없다며 공식적으로 부인했지만 선수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해당 보도가 김광현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준 탓일까?  결국 2011년에는 데뷔 후 최소이닝인 74.1이닝을 소화했으며 승수도 고작 4승에 그쳤다. 물론 당시만 해도 다수는 김광현이 곧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2011~2012시즌 어깨 통증에 시달리며 예전의 구위를 회복하지 못했고 등판 간격도 불규칙해졌다. 2012시즌도에도 8승에 그치며 2년 연속으로 10승을 거두는 데 실패했으며, 이닝도 81.2이닝에 그쳤다. 더욱 문제인 것은 시즌이 끝난 후 다시 재활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성기 시절과 비교되지 않는 구위, 흔들리는 제구, 지속되는 어깨 통증은 그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 냈다. 90년대 초반 롯데 염종석과 같은 길을 가는게 아닌가라는 걱정스런 시선도 존재했다. 


하지만 2013년 김광현은 다시 한번 10승 고지에 올라섰다. 제구나 구위는 전성기에 비할바가 아니었고 세부 지표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3년 만에 다시 10승을 달성한 것은 고무적이었다. 그리고 2014시즌 그가 돌아왔다.


사상 초유의 타고시즌이던 2014년, 리그엔 3할 타자가 난무했고(36명), 수많은 백구가 담장 너머의 별이 되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김광현은 에이스였던 자신의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1455일만의 완투승, 4년 만에 150이닝을 넘겼으며, 13승을 거뒀다. 2015년도에도 다시 14승을 거두며, 통산 97승에 도달했다. 100승까지 남은 승수는 단 3승. 그리고 마침내 2016년 4월 24일, 감격의 100승을 달성했다.


'내일의 죠'의 주인공인 죠는 링 위에서 모든 것을 불태웠다. 비장미가 느껴지는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비장한 아름다움은 비극과 슬픔을 전제로한 것이고 아름다움의 종류는 그것 뿐이 아니다. 


선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를 지키는 것이 투혼으로 여겨지고 하등 의미없는 벌투가 스승의 속깊은 애정으로 포장되던 시대도 있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그것은 쓴웃음을 자아낼 뿐인 시대착오적 비장함이다.



현재의 야구팬들은 짧은 시간 화려하게 빛나고 불꽃처럼 사라져버리는 비극적인 에이스를 원하지 않는다. 비장미 넘치는 결말이 한국 프로야구에서 반복될 필요는 없다. 


길이 끝나자 새로운 여행이 시작됐다. 좌투수 3번째로 100승을 달성한 김광현이 과거의 아픔을 훌훌 털어내고 새로운 기록의 여정을 건강히, 뚜벅뚜벅 걸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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