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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유망주 리포트: 6)한승혁/박지훈
2016-03-14 월,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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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한슝쾅.
역동적인 투구폼에서 나오는 최고구속 156의 시원시원한 강속구. 한승혁은 국내 선수들 통틀어 세 손가락에 들어갈 정도로 빠른 공을 던지는 젊은 투수입니다. 이닝당 1이 넘어가는 탈삼진율과, 시즌 도중 투구폼에 손을 대어도 147이 넘는 평균구속은 한승혁이 얼마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인지를 보여줍니다.
좋을 때 폼을 보면 정말 보는것만으로도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시원시원하게 잘 던집니다. 150이 넘는 공을 스트라이크 존에 집어넣는데 야구에서 그보다 더 시원한 것도 없겠죠.
하지만 모든 파이어볼러가 그렇듯, 한승혁도 치명적인 제구의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토미존으로 인한 재활을 끝마치고 복귀한 2012년부터 한승혁은 늘 제구에 번번히 발목을 잡혀 왔습니다. 매 해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습니다만, 그 성장으로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너무 성장폭이 작습니다.
이닝 당 한 개 이상의 탈삼진을 잡을 정도로 빼어난 구위를 지닌 것이 한승혁이지만, 9이닝당 볼넷 허용이 5개에 육박할 정도로 불안한 제구를 지닌 것 또한 한승혁이기도 합니다. 이런 점은, 2011년, 몸상태와 해외 진출 가능성 때문에 밀리던 한승혁을 깜짝 지명한 당시의 기아가 원한 모습은 분명 아닙니다.
작년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개막 초반, 절호의 밸런스를 유지하며 팀의 필승조로 굳건히 활약했지만 등판주기가 불안정해지면서 한번 찾았던 밸런스를 잃어버리자 한승혁은 안 좋을 때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버리고 말았습니다.
스트라이크 존 아래로 떨어지며 타자들의 스윙을 유도해냈던 변화구는 어느새 포수의 실전 블로킹 훈련용으로 변해버렸고, 직구 역시 한승혁 답게 위력만큼은 강력했지만 제구는 변화구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널뛰기 하듯 기복이 심한 투구를 한 한승혁은 마침내 시즌 최종전에서 임준혁의 10승과 팀의 6위자리까지 날려먹고야 맙니다. 이번에는 설마 하고 바라보았던 기아팬들을 다시 한번 실망시키는 투구였습니다.
시즌 후, 4년째 성장이 정체된 한승혁은 모험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몸상태로 인해 군입대가 취소되는 악재 속에서 한승혁은 제구의 주 문제점으로 지적받아온 투구폼을 뜯어 고친다는 결단을 내립니다. 시즌 중에도 약간의 조정을 통해 엘지 이동현처럼 살짝 공을 감추는 식으로 투구폼에 손을 댄 적이 있는 한승혁이지만, 이번에는 마무리캠프부터 대대적으로 폼 변경을 선언한지라 그 의미가 상당히 남다릅니다.
한승혁의 제구불안으로 지적되는 가장 큰 요소가 바로 투구폼입니다. 손목을 과격하게 비틀어 꺾는 식의 투구는 제구를 잡기 너무 힘든 투구폼입니다. 그렇다고 수정을 하자니 거짓말같이 구속이 10km 가까이 떨어져 버리구요. 150대 초반의 공을 던지던 선수가 130대 후반의 공을 던지는데, 이러면 제구가 좋아져도 별 소용이 없죠.
한승혁은 마무리캠프 때 이런 딜레마스런 고민을 안겨다주는 투구폼을 대대적으로 손봤다고 합니다. 벌써부터 이것과 관련되서 몇 몇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그런 신빙성 떨어지는 썰보다는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통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죠.
현재 팬들 사이에서는 이런 한승혁의 모험에 대해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저는 이런 한승혁의 모험을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한승혁은 올해 잃을 것이 없는 상황입니다. 어차피 군입대를 추진했었고, 급격하게 빡빡해진 규정이 아니었다면 무난히 합격해서 박정수, 이종석과 함께 지금쯤 훈련소에서 기초군사훈련을 하고 있었을 겁니다.
황대인과 같이 입대를 준비하다 부득이하게 1년 더 뛰게 된 상항인데, 눈 앞에 군입대가 목전에 다가온 상황에서 예년처럼 별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느니 한 번 위험부담이 큰 모험을 한다는 건 그다지 비관적으로 볼 일은 아닙니다. 어차피 이대로 가다가는 나이만 먹는 셈이고, 한승혁같이 제구가 잡히지 않은 파이어볼러의 종착점이 무엇인지는 30년 크보역사가 충분히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다만 몇 몇 팬들이 염려하는 건 제구를 잡기 위해 투구폼을 손댄 결과 제구는 눈꼽만큼만 좋아지고 엉뚱하게 한승혁의 장기인 구속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사실 그럭저럭 잘 던지던 투수가 더 나아지기 위해 투구폼에 손을 댔다가 제구는 둘째치고 두번 다시 그 폼을 찾지 못하는 일 역시 야구 역사상 비일비재합니다.
제구가 좋아져도 한승혁의 특징인 시원시원한 강속구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겠죠. 게다가 한 번 떨어진 구속을 다시 끌어올리는 건 제구를 잡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인지라, 이런 비관론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나이도 어리고, 올해 짧지만 나름 보여준 게 있는 한승혁입니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섣불리 손을 대면 팀과 본인, 둘 다에게도 최악의 결과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죠. 제구는 제구대로 엉망인데 구속은 팍 떨어져 올라가지를 않는.
하지만 이대로 한승혁의 모습이 진보없이 계속된다면, 한승혁의 미래는 숱한 제구 못잡은 파이어볼러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짧은기간 동안 좋은 활약을 보여주어도 밸런스가 깨진다면 다시 옛날의 자신으로 돌아가는게 모든 제구 안되는 파이어볼러들이죠.
어차피 군입대가 타의에 의해 예상치 못하게 미뤄진 상황이고, 1년 뒤 가야 하는 것이 군대라면, 아예 1년 통째로 포기할 마음가짐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처럼 바꾸는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대로 나이만 한 살 한 살 먹는다면 미래가 비관적이라는 건 한승혁 정작 본인이 누구보다도 더 잘 알겁니다.
다행인 점은 한승혁의 구속은 원체 워낙 빠르다는 겁니다. 평균구속 147을 마크하는 투수가 한승혁인데, 그 중 폼 수정의 결과로 3~4km가 떨어지더라도 여전히 투수들 사이에서는 상위권인만큼, 그 정도의 구속과 제구를 바꿀 수 있으면 한승혁에게는 남는 장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니 뒤에 소개할 문경찬과는 정말 180도로 반대되는군요.
한승혁에게 또 한가지 긍정적인건 이대진 코치는 억압적인 코칭을 지양하는 투수코치라는 겁니다. 선수 본인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투구폼 변경을 꾀하는 유형의 코치로 알려진 만큼, 투구폼 교정의 실패사례 가운데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였던, 선수의 의사를 무시한 체 코치 독단적으로 강압적으로 주입하는 식의 코칭은 하지 않을거라고 기대합니다.
시간이 정말 오래 걸리고, 답답하더라도 본인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차근차근히 바꿔나갈거라고 믿습니다. 팀의 10년을 책임질 수 있는 투수 하나가 그렇게 쉽게 만들어질리가 없겠죠.
사실 투구폼 변경에 대한 장단점을 논하는 건 별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이미 한승혁은 모험을 택했습니다. 주사위는 던저졌고, 이제 일개 팬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험이 성공한다면 한승혁은 타이거즈 역사에도 남을 투수로 성장할 수 있지만, 실패한다면 군입대 시간을 포함해 3년 넘게 팀을 떠나 못 볼 가능성이 큽니다. 시즌을 치루다가 영 아니다 싶으면 박경태 처럼 시즌 중 공익입대의 가능성도 있구요.
길게 서술했지만 정작 한승혁의 최고의 장점은 최고 154의 윽박지르는 빠른 공이 아닙니다. 젊다는 거죠. 3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도 한승혁은 93년생, 노망주 소리 듣는 박경태의 현재 나이보다도 3살이나 젊습니다.
모험이 성공한다면 한승혁은 정말 무시무시한 투수가 될 수 있지만, 설사 실패하더라도 아직 반등의 기회가 남아 있다는 겁니다. 무엇보다도 몸상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는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입단 직후 했던 한 번의 토미존 이후 어떤 부상에도 시달리고 있지 않습니다. 그동안 몸상태가 좋지 못해 반등할 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투수를 기아는 너무 많이 봐왔습니다.
154로써 타자들을 윽박지르는 빠른공. 스트라이크 존 근처로 오다가 뚝 떨어지며 타자를 농락하는 포크. 써드피치로는 모자람이 없는 슬라이더와 커브. 2014년 5월 2일의 역투에서 당시 모든 기아팬이 보았던 한승혁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이번 시즌에는 터트려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도 또 한번 속아 봅니다.
박지훈.
박지훈은 유망주라고 하기에는 보여준 것이 많은 투수입니다. 필승조 경험이 있고, 2달에 불과했지만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한 적도 있으며, "대졸 즉시전력감" 이라는, 일반적으로는 허상에 불과한 말을 본인만큼은 제대로 실현해준 투수이기도 합니다. 2년차 때는 부진했지만 그 부진한 해 조차도 퓨처스 성적은 좋았으며, 불펜 투수로서 타자를 압도하기에는 부족했던 구속이 최고 150까지 오르는 등 아예 성과가 없던 시즌도 아니었죠. 그 후로 마무리캠프 때 부상이 찾아오면서 토미존 수술을 받고 군입대를 선택했습니다만, 그런 박지훈은 여전히 기아의 고질적인 문제인 마무리 부재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첫번째 후보로 뽑힙니다.
단점이라면 2년차 때 제구가 너무 나빠지면서 기복이 심했다는 것. 빼어난 피칭을 보인 첫해도 그렇게 좋다고 할 수 없는 제구였습니다만, 2년차 시즌에는 더더욱 안 좋아진 제구로 널뛰기 피칭을 이어나갔습니다. 사실 널뛰기라고 말하기도 그런게, 잘한 때보다 못한 때가 훨씬 많았으니까요. 냉정하게 말해서 박지훈이 정말로 필승조로서 안정감을 보여준 건 첫 시즌 때 2개월이 전부입니다. 프로와서 첫 풀타임 시즌으로 인한 채력고갈, 구속향상으로 인한 밸런스 붕괴 등 부진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것이 면죄부가 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좋은 투수인건 맞고, 현재 기아 불펜을 생각해보면 가치는 더더욱 올라가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보여준 것 적은 대졸투수를 현재 1군에서 뛰는 불펜투수들을 제하고 가장 먼저 마무리 후보로 뽑는 것 같이, 보여준 것 이상으로 과대평가하는건 분명 금물이겠죠. 박지훈이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준 2012년은 지금으로서 상상도 못할, 리그가 3점대 ERA를 기록한 절정의 투고시즌이기도 했구요.
그렇다고 해서 박지훈을 평가절하하는 것도 옳지 못합니다. 150의 직구를 뿌린 적이 있고, 짧은 시기나마 팀의 주축 필승조로 활약한 적이 있으며, 탈삼진을 잡아낼 수 있는 구위가 있는 89년생 군필 불펜투수는 어느 팀에 가도 환영을 받습니다. 대학 시절 지나치게 많은 공을 던져 입단 당시 팔꿈치가 안 좋은 상태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보여준 것도 활약을 예견하는데 긍정적인 요소로 보입니다. 대학 시절 너무 많이 던졌기 때문에 토미존은 필연적이었다고 생각하고, 그래도 수술 이후 재활이 상당히 잘 됐다고 하니 2012년 전반기의 제구와 경기운영, 2013년의 구속이라면 마무리도 꿈은 아니겠죠. 개인적으로 2012년 기아야구는 정말 박지훈 때문에 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박지훈에 대해 애정이 정말 커서 꼭 성공했으면 하네요.